비트코인 문맹들을 위한 ‘알기쉬운 사용 설명서’
문답으로 풀어본 가상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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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한겨레 기자
박수지 한겨레 기자 2018년 3월15일 11:20

지난 10일 한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국내 고등학생이 비트코인 하드포크 사기를 쳤다”는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커뮤니티에서 특정된 고교생은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했다. “고교생 때문에 시가총액 50조원이 날아갔다. 밤길 조심하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하드포크가 뭐길래 이런 일이 있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전에 없던 개념인 가상통화를 둘러싼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비트코인 격차’까지 생기고 있다. 아래에 비트코인을 둘러싼 기본적인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컴퓨터로 채굴 또는 매매로 획득
비트코인 받은 점포 점점 늘어
가상통화·암호화폐 등 명칭 혼란
정부 “관련 법 만들 때 정리될 듯”
현재 1천종 훌쩍… 종류마다 특성
하드포크란 업그레이드…새화폐 생성
서울 고속터미널 상가서 간편결제
한국 거래소 20% ‘김치 프리미엄’
등락심해 국외 거래소 이용 쉽잖아


 



 

―가상통화·암호화폐 등 용어부터 혼돈스럽다. 어떤게 맞나?




“어떤 특성에 주목했느냐에 따라 달리 부른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이 기존 화폐처럼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측면을 강조할 땐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로 불린다. 국내에선 초기에 가상화폐라고 부르던 게 굳어진 편인데, 국외에선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더 많이 쓴다. 화폐의 발행과 거래, 보안 등이 암호방식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지난 1년간 각각 한글과 영문으로 가상화폐와 암호화폐 빈도수를 검색해봤을 때, 정반대 곡선을 그린다. 공식적으로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정부 쪽은 “기본적으로 ‘Virtual Currency’를 번역해서 쓴 것인데, 아직 통일된 개념은 아니다. 법안을 만들 때 용어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실 화폐도 아니기 때문에 화폐란 말 자체를 안 쓰는게 맞다”는 입장이다.”



 

지난 1년간 웹에서 쓰인 virtual currency(가상화폐)와 cryptocurrency(암호화폐)의 빈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국외에선cryptocurrency’가 절대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구글 갈무리.


 

 

지난 1년간 웹에서 쓰인 가상화폐와 암호화폐의 빈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국내에선 가상화폐를 높은 빈도로 쓰고 있다. 구글 갈무리.


 

―비트코인 말고도 종류가 많은데.




“2009년 출시돼 원조 코인, 대장 코인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말고 나머지 코인들은 ‘알트 코인’(alternative coin·대안 코인)으로 불린다. 현재 종류만 1천개를 훌쩍 넘는다. 모든 코인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건 아니고 특성이 뚜렷한 몇 가지 코인 위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은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라는 상징성이 크다. 1초당 많은 건수를 처리할 수 없어 개인 간 거래보다 기업 간 거래(B2B)에 많이 이용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더리움은 플랫폼 성격이 짙어 메신저나 에스엔에스(SNS), 계약서 등 범용성 있게 사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리플은 금융기관 간 거래, 송금에 특화돼 있다.”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직접 채굴(mining)하거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다. 컴퓨터가 연산 문제를 풀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다. 초기엔 채굴이 쉬웠지만 현재 전체 발행량(2100만코인) 중 1600만코인 넘게 채굴돼 난이도가 높아져 개인이 컴퓨터 한대로 채굴하기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비트코인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거래소에서 현금을 주고 비트코인을 산다.”



 

―하드포크란 무엇인가.




“기존 가상화폐의 오류나 한계를 바로잡기 위해 실행하는 일종의 업그레이드 방식은 둘로 나뉜다. 비트코인 채굴자가 많아지고 거래가 늘면서 거래 속도 등이 현저하게 늦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는데, 하드포크를 하면 기존 비트코인의 시스템과는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새 화폐가 생성된다. 비트코인캐시 등이 하드포크 결과로 나온 코인이다. 하드포크를 하게되면 기존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배당 개념으로 새 코인을 받게 된다. 가령 5비트코인을 갖고 있던 사람은 5비트코인골드를 받게되는 식이다. 지난 10일에 하드포크를 하기로 했던 ‘비트코인 플래티넘’과 관련해 국내 고등학생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투자자들이 ‘신상털이’까지 나섰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도 하드포크로 새 코인을 받을 것을 기대하며 코인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을 우롱한 처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비트코인플래티넘 공식 트위터에 “스캠(사기)코인 맞다”는 글이 올라와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현재 이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비트코인 커뮤니티 갈무리.


 

―가상통화를 실제로 써먹을 수 있나.




“2010년 5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살던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는 “피자 2판을 배달해주면 비트코인 1만개를 주겠다”는 글을 올려 처음으로 재화와 교환했다. 당시 비트코인 1만개 가치는 41달러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열풍과 비교하면 거래가 충분히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점점 비트코인을 받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코인맵(coinmap.org)엔 전 세계 비트코인 취급 지도가 나와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에이치티에스(HTS)코인은 오는 24일께부터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역 상가 지하에 있는 고투몰 620개 상점에서 비트코인 간편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거래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비트코인 가격이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점인데, HTS 관계자는 “고객이 모바일로 비트코인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을 기준으로 결제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점주가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는 최소 1.2% 수준인데 비트코인 거래는 수수료를 0.2%만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가상통화 거래소가 20% 더 비싸다는데 거래소간 차익거래로 이익을 낼 수 있나.




“같은 가상통화여도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거래가격이 비싸다. 당연히 국외 거래소와 차익거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리 쉽진 않다. 국내 가상통화 투자자가 국외 거래소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현지 은행을 통해 가상통화 관련 계좌를 개설하는 게 첫번째 난관이다. 개인의 경우 대부분 외국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가상통화 시세는 몇 분 사이에도 급등락하는데, 해외송금은 절차에 따라 몇 시간에서 1~2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 사이에 얼마든지 가상통화의 국내외 시세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직접 코인을 사려면 신용카드를 이용해야 하는데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신용카드 인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하루에 구입 가능한 금액도 30만원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ICO를 금지’한다던데 ICO는 뭔가.




“기업이 주식 시장에 상장할 때 IPO(Initial Public Offering·기업공개)를 하듯, 가상통화도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를 통해 초기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나 투명성 확보 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금지했다. 조만간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 개정을 통해 법에도 명문화할 계획이다.”



 

―블록체인(blockchain)이란 무엇을 말하나.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거래가 중개인 없이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우선 ‘블록’(block)들이 ‘사슬’(chain) 형태로 엮여 있는 그림을 떠올리면 된다. 이때 블록은 개인과 개인(P2P)의 거래 데이터가 기록되는 장부가 되는데, 각각의 블록은 순차적으로 사슬 형태로 연결된다. 이때 모든 거래장부를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공개, 분산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공공 거래장부’ 또는 ‘분산 거래장부’로도 불린다. 이런 블록은 네트워크 안의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되고, 모든 참여자가 해당 블록이 타당한 거래라고 승인해야만 기존의 블록체인에 연결될 수 있다. 외부 해킹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해커들이 중앙 서버를 공격하듯, 한 블록만 해킹해선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블록체인 내 정보는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되는 동시에 보관·관리되므로 특정 거래정보를 조작하려면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를 해킹해 블록체인 전체를 조작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면서 북한의 가상통화 해킹은 무슨 얘긴가.




“가상통화 해킹은 정확하게 말하면 블록체인 해킹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예치된 거래소에 대한 해킹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밝힌 북한의 가상통화 해킹은 모두 거래소에 대한 공격이다. 블록체인 자체를 해킹할 수 없으니 거래소에서 고객정보를 빼거나 허술한 거래소 운영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런 탓에 거래소 10여곳이 모인 블록체인협회 준비협의회는 자율규제안에서 거래자의 원화 예치금을 100% 금융회사에 보관하고 가상통화의 70% 이상을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의무적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콜드 스토리지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외부 저장장치를 말하는데, 거래소 서버를 공격해도 문제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가상통화를 규제하면 블록체인이란 신기술 발전을 저해하나.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없이 발행되거나 거래될 수 없지만, 블록체인은 가상통화 발행이나 거래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현재 금융계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본인인증 등에 쓰고 있고 물류(이력관리)와 의료(보험금 청구) 등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를 규제하는 게 곧 블록체인 발전을 가로막는 건 아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240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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