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딩, 이더리움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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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Rose O'Leary
Rachel Rose O'Leary 2018년 3월30일 10:29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데이터를 쪼개 저장하는 방식인 샤딩(sharding)은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등 기존 IT 인프라에서는 활발히 적용되고 있지만 블록체인에서는 아직 이론의 영역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이론적 개념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거듭되면서 샤딩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샤딩 구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근본적으로 조각조각 나누어 각기 다른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더리움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고 이른바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케일링 솔루션(scaling solution)을 연구해 왔다.

이제 겨우 로드맵 초안을 논의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더리움 샤딩을 연구하는 이들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실제로 테스트 할 수 있는 프로토콜 수준의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았다.

코넬대학교 암호화폐와 계약 연구소 IC3(Cornell University's Initiative for Cryptocurrency and Contracts)의 연구원 필 다이안(Phil Daian)은 "샤딩은 네트워크 전체를 통째로 바꿔놓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은 샤딩이 일어나면 시스템을 지탱하는 경제적 모델은 물론이고 시스템 내 많은 부문의 판이 완전히 새로 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샤딩을 비롯해 이더리움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던 개발자들이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하다 철수한바 있다. 이후 다이안은 아리 주엘스, 로렌츠 브라이덴바흐, 플로리안 트래머 등 뛰어난 연구진과 함께 샤딩을 통해 이더리움을 효율적으로 구동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바로 ‘프로젝트 시카고’다.

현재 이더리움 중심부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내 확인하는 것이 프로젝트 시카고의 최우선 목표이자 과제다. 먼저 가스, 저장 공간, 미결제 거래(UTXO) 결과를 주고받은 데이터 등 이른바 망 요소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를 하나씩 따로 떼어놓은 뒤 연구팀은 이 '암호 상품'들이 거래되는 프로토콜 단계의 시장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안은 프로젝트 시카고를 "현재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와 상품, 자원들을 모조리 다 들여다본 뒤, 어떻게 하면 이것들로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고 인센티브를 구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낼지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시카고 연구진은 가스토큰(Gas Token)이라는 도구 개발 뒤 새로운 개념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더리움에서 네트워크 사용료로 지급하는 게 가스인데, 가스 토큰을 통해 이용자들은 가스가 쌀 때 이를 저장했다가 가격이 높아질 때 되팔 수 있게 됐다. 아직 가스토큰을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가스토큰은 이더리움 시스템에 내재된 기본적인 인센티브 결함을 드러냈다. 즉, 사람들이 차익을 노리고 가스토큰을 더 많이 들고 있을수록 이더리움에서 모든 계산을 트랙킹하는 시스템의 일부인 스테이트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이미 인센티브 결함을 조정하기 위해 이용자가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싶은 기간에 비례해 이른바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쟁이 재점화됐다. 다이안은 “사람들이 가스토큰을 계속 들고 있으려고 한다. 가스토큰만 보더라도 현재 이더리움 모델의 어디에 결함이 있고, 왜 임대료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지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샤딩에 대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 사람들의 기대치를 낮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물시장에서 영감을 받다

프로젝트 시카고는 근본적으로 블록체인을 일종의 시장으로 본다. 블록체인상에서 채굴자는 소프트웨어가 거래를 허락한 자원이나 상품을 이용자들에게 판매한다. 다이안은 거래에 참여한 이들에게 보상이 지급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 간 네트워크에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인센티브 구조에 관한 초안을 지난주 발표했다.

다이안은 “여기서 말하는 자원이란 블록의 작은 공간도 될 수 있고, 전체 노드의 중앙처리장치 CPU일 수도 있고, 풀 노드에 영구 저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아예 처음부터 새로 시작했다. 오늘날 블록체인 모델에 적용된 가격 결정방식부터 의심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만들어진 가스토큰이 그 첫 시험이었다.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가스 환급" 기능을 활용했다. 하지만 가스토큰 때문에 이용자들은 원래 정한 대로 데이터를 삭제하는 대신 가스를 더 받을 수 있는 적당한 때까지 삭제를 미뤘다. 가스토큰이 가스 환급 기능을 교란하게 된 것이다.

다이안은 이더리움이 계산과 (데이터)저장에 똑같은 가치를 매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격 책정"이라며 “사람들이 스테이트 공간을 부풀리고 쓸모 없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걸 장려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가스토큰은 이더리움의 인센티브 구조가 잘못됐음을 밝혀낸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프로토콜 단위로 확장해 살펴볼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의문을 던지는 데 필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프로젝트 시카고의 연구원 중 한명인 트래머는 코인데스크에 "오늘날 여러 블록체인들의 기본이 되는 일종의 원자재에 해당하는 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시카고는 이런 원자재를 거래하는 시장을 찾아내 선물(先物)과 같은 다른 금융 기법을 접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다이안은 "이더리움, 계산, 저장, 네트워크를 위한 다양한 선물을 점검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래머에 따르면 이런 원자재가 미래에 얼마나 풍부할지 혹은 부족할지를 예측해 투기를 하게 되면 전통적인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이안은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과 꼭 닮은 점이 하나 있다. 사실 프로젝트 시카고는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것이다. 더 나은 경제모델을 채택했다면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호화 블록체인?

다만 다이안은 그런 시장이 확장되고 늘어나면 오히려 새로운 인센티브 방식의 인기는 시들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중앙 집중화가 가속될 수 있고, 그 결과 소수의 큰손들이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대규모로 저장하고 또 채굴해 보상을 독점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다이안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인센티브 구조를 고안해 도입하려 하는데, 이 새로운 구조가 규모의 경제에는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규모가 커지면 시스템을 공격하는 데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모네로(monero)가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결국 대규모 채굴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보상이 확실하면 소위 큰손의 등장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염두에 둬야 할 문제들이 몇 가지 더 있다. 프로젝트 시카고는 새로운 참가자들에게 전에 없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구조를 설계하는 데는 마찬가지로 전에 없던 비용이 든다.

예를 들어 임대료 개념이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토큰을 발행하는 측은 이더리움 상에 스마트 계약을 유지하고 유치하는 데 매년 사용료를 내야 한다. 사용료를 내지 못하면 스마트 계약은 없어져 버린다.

다이안은 새로 부과되는 요금 때문에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떠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더 싸고 비용을 지원받는 모델을 기본적으로 더 좋아한다. 그 점이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한 블록체인 시장에서 처음 얼마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암호화폐가 등장해 이더리움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갓 탄생한 암호화폐는 수요는 얼마 없고 공급은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임대료 없이 운영하는 게 별로 무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인센티브 구조를 세우고 나면 거래 처리 속도는 분명히 빨라지고, 확장성 문제와 분권화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발전과 진전의 의미를 이용자들이 얼마나 인정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이안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분권화를 제대로 이룩한 블록체인의 가치는 얼마나 될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인센티브는 얼마나 중요하고, 동시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또 어떨지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가치를 매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 깊이 생각을 해보고 판단을 내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번역 :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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