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퍼블릭 ICO 취소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rady Dale
Brady Dale 2018년 4월13일 14:29
암호화폐 일반 투자자들은 텔레그램이 발행할 암호화폐 그램(gram)을 당분간 만져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메신저 업계의 거물이 된 텔레그램은 애초 자체 암호화폐인 그램을 발행하며 투자금을 모을 때 목표한 12억 달러 가운데 절반을 공개 판매(Public ICO)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한 투자금 조달 내역을 보면 텔레그램은 이미 두 차례 투자를 받아 17억 달러를 모았다. 텔레그램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텔레그램이 아예 공개 판매 계획 자체를 철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개적으로 투자금을 모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에 비해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Telegram Open Network), 앞글자를 따 톤(TON)이라 부르는 텔레그램 블록체인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아직 그램을 받은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고 설명하면 더 정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텔레그램이 그램 공개 판매에 나서면 사실상 나중에 암호화폐를 발행하면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권리를 파는 것이다. 이른바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텔레그램은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대로 (암호화폐가 아니라) 증권을 파는 것이다. 증권은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공인된 투자자에게만 팔 수 있다. 모건 크릭 캐피털 블록체인의 안토니 폼플리아노는 현행 규제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답이 나오기는 커녕 상황을 어떻게 분류하고 접근해야 할지 오히려 궁금한 점만 늘어가니 규제에 대처하려 해도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일 것이다. 텔레그램으로서는 비공개로 공인된 투자자들에게 판매를 진행해 자금을 원하는 만큼 모을 수만 있다면, 적어도 규제 당국이 어떻게 나올지 좀 분명해질 때까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낫다."

텔레그램 블록체인 백서에는 자체 블록체인을 만들고 ICO를 하고 나면 더 빠른 결제, 원활한 파일 공유, 분산 네트워크를 통한 개인정보 보호, 도메인 등록 등 이상적인 특징을 구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고 쓰여있다. 다만 창업주들이 특히 ICO나 텔레그램 블록체인에 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처럼 명확히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계획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쨌든 텔레그램은 일단 공개 판매 계획은 가급적 뒤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에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폼플리아노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결국, 자금을 모으는 목표는 제품을 만들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을 충당하는 데 있다. 텔레그램은 이미 액수로는 그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공개 판매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기술부터

공개 판매를 할 경우 법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먼저 텔레그램은 고객파악 제도(know-your-customer)에 따라 투자자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할 것이고, 지난한 돈세탁 방지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거치지 않고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를 팔 수 없다.

하지만 비공개 판매로 진행하면 이미 수없이 많은 투자를 진행한 투자자나 투자 기관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로부터 어떤 돈을 받는 건지 증명하는 절차가 훨씬 수월하다. 태어나서 투자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가게 점원은 그 신원을 증명하기도, 또 투자금의 출처가 확실한지 입증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일반 투자자들은 그 수는 많고, 개별 투자 액수는 훨씬 적을 것이다. 이 까다롭고 복잡한 인증 절차를 이미 비공개 판매를 통해 충분한 돈을 모은 텔레그램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감수하려 할까?

게다가 소액을 투자하려는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할 경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최대 테크 기업 가운데 하나인 메일러 그룹(Mail.ru Group)의 알렉산더 보로디치는 비공개 판매에서 지분을 확보한 대형 투자기관이 암호토큰을 발행해 미래의 그램 지분을 재판매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전한다. 또한, 텔레그램 ICO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되팔려는 앤젤 투자자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과연 텔레그램이 공개 판매 자체를 하려 할지 의문이다.

톤(TON) 기술 백서에는 토큰을 간헐적으로나마 꾸준히 판매할 것이라고 쓰여 있다. 그 단계에 가면 이를 일종의 공개 판매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토콜을 시행하기 전까지는 토큰 판매도 없다.

튜링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시드 칼라는 그래서 텔레그램은 제품을 완성하고 나서 그 제품을 파는 것이 더 낫다고 분석한다.
텔레그램 비공개판매는 특히 블록체인 시장에 낙관론이 지배적일 때 진행됐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다시 그때 수준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이 구체적인 성과, 결과물, 완제품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론, 주주의 목소리

텔레그램으로서는 굳이 듣고 싶지 않은 온갖 조언을 쏟아낼 수많은 소액주주를 만들어둘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공개 판매를 철회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회사가 주식이나 토큰을 공개적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면 자연히 투자자들과 아주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주요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기업들이 투자자와 관계를 관리하는 부서를 아예 따로 두고 운영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또 이제 갓 창업한 스타트업이 공개 판매에 나설 꿈도 못 꾸는 이유도 비슷하다. 수많은 투자자를 일일이 관리할 역량이 안 된다."

법무법인 앤더슨 킬의 스테판 팰리 변호사는 말했다.

"ICO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한 번 생각해보라. 이제 막 날개를 편 스타트업을 향해 어느 날 갑자기 수천, 수만 명의 투자자가 나타나 '나도 지분이 있으니 회사의 주인'이라며 감 놔라 배 놔라 하기 시작한다. 이들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창업한 지 어느덧 5년, 그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텔레그램이지만, 여전히 대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텔레그램은 처음에 메신저 플랫폼을 만들 때도 따로 투자받지 않고 창업주 개인 돈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이는 투자자와 관계를 정립하고 관리해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드 칼라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는 코인데스크에 "텔레그램도 예를 들어 샤딩 같은 기술적인 난제를 풀어야 서비스를 출시하고 운영할 수 있을 텐데, 개발이 계획보다 늦춰지고 한동안 연구하던 것이 도루묵이 되곤 하는 건 부지기수"라며, "일반 투자자들보다 비공개 판매를 통해 투자한 투자 기관이나 대형 투자자들은 그런 상황을 훨씬 더 잘 이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가급적 많은 자본을 모아야 한다면?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텔레그램이 공개 판매 계획을 곧 철회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암호화폐 재간접펀드(fund-of-funds)인 빗불 캐피털(BitBull Capital)의 CEO 조 디파스쿠알레는 대변인을 통해 코인데스크에 보낸 서면 인터뷰 답변에서 "텔레그램이 공개 판매를 취소할 이유나 명분도 없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텔레그램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가급적 많은 자본을 조달하는 일이다 ...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고객을 늘릴 계획을 세워놓은 상황에서 공개 판매만큼 일반 투자자와 일반 이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공개 판매를 돌연 취소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

텔레그램이 적어도 언제 어떤 식으로 판매를 진행할지 몇 가지 실마리라도 줄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암호화폐 ICO를 빙자해 일어나는 각종 사기의 상당 부분이 텔레그램의 이름을 팔아 일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디파스쿠알레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텔레그램이 더 투자를 받아야 하더라도 여전히 비공개 판매를 통해 공인된 투자자로부터 얼마든지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보로디치는 실제로 텔레그램이 올해 안에 비공개 판매 형식으로 추가 투자를 받아 총 25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보로디치의 전망에 동의했다.

그렇지만 암호화폐 전반에 퍼졌던 낙관론이 많이 사그라든 상황이다. 칼라는 투자자들이 그램을 사더라도 이전보다 더 싼 가격에 사고 싶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 판매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나 투자기관이 더 낮은 값을 부르거나 가격을 낮춰야 하는 압력이 거세지면, 혹은 기존 계약에 따라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텔레그램은 공개 판매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그램을 팔아 자본을 조달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암호화폐 '그램' 2019-06-12 11:50:43
[…] 앞서 코인데스크는 규제 불확실로 인해 텔레그램이 퍼블릭 토큰 세일에 나설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