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가 벤처투자를 할 때 생기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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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Cuen
Leigh Cuen 2018년 4월23일 14:49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코인베이스가 라이트코인(litecoin)을 취급하기 시작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 코드를 급하게 베껴 쓴 암호화폐들이 난립하던 초기부터 특별한 위상을 차지했다. 일찌감치 암호화폐에 눈을 뜬 사람들은 비트코인에서 거둔 것과 같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며 라이트코인에 투자했다. 암호화폐에 관한 여러 가지 기술적 시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던 라이트코인은 마케팅도 효과적으로 한 덕분에 암호화폐 커뮤니티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실 기술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대단히 혁신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라이트코인을 만든 개발자 찰리 리(Charlie Lee)가 다른 일을 모두 제쳐놓고 라이트코인에만 매달렸던 것도 아니다. 2013년 비트코인 업계에 뛰어든 찰리 리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신속하게 친숙한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구글에서 퇴사한 찰리 리의 코인베이스 입사일은 8월 2일이었다.

갑자기 뜬금없는 암호화폐의 역사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에는 더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 불과 몇 년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코인베이스가 더는 작은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트코인 관련 업체 가운데 유니콘이 될 첫 유력 후보"로 꼽힐 만큼 대기업으로 성장한 코인베이스는 지난 5일 자체 벤처캐피털 팀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거래소 업무와는 또 다른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이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벤처 투자 부문을 운영할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가운데 그동안 코인베이스의 행적을 바탕으로 특히 이해 상충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코인베이스는 이에 관한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코인베이스의 폐쇄적인 문화에 대한 소문은 내부자 거래 혐의로 소송까지 가게 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더욱 퍼졌다. 그런데도 코인베이스는 관계자들이 얽힌 사업이나 회사에만 주로 투자를 계속함으로써 소문을 더 키웠다. 코인베이스는 새로운 벤처캐피털 팀 신설을 발표하며 블로그에 콕 집어 이렇게 썼다.

"우리는 코인베이스 출신들이 내놓은 유망한 아이디어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다."

아는 사람한테 투자하는 것을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찰리 리에게 일어났던 일을 돌이켜보면 코인베이스 출신을 대놓고 우대하겠다는 코인베이스의 정책이 우려스럽다. (찰리 리도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코인베이스가 라이트코인을 거래소에서 취급하기로 했을 때도 찰리 리는 여전히 코인베이스 소속 직원이었다. 지난 2016년 8월 24일 발표한 이 결정을 두고 코인베이스 안팎에서도 논란이 없지 않았다. 코인데스크가 당시 보도했던 것처럼 라이트코인 가격은 코인베이스 입성이 발표된 직후 껑충 뛰기도 했다.

발표 전에 라이트코인에 주목하고 기대를 하게 하는 움직임이 여럿 있었다. 찰리 리가 트위터에 "내일이 정말 기대된다"며 알쏭달쏭한 말을 남겨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리는 라이트코인의 거래소 진입에 관한 뉴스를 적극적으로 퍼다 나르기도 했다.

세인트매리대학교 법과대학의 안젤라 왈치 교수 같은 사람들이 코인베이스의 벤처 투자 소식에 우려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코인베이스가 관계가 있거나 연줄이 닿은 암호화폐 스타트업에만 투자하거나 지원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왈치 교수는 코인베이스의 벤처캐피털 팀이 예를 들면 어떤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벤처캐피털에서 돈을 충분히 투자받아 재정적으로 탄탄한지, 혹은 다른 거래소들이 곧 어떤 토큰을 새로 취급하기 시작할지와 같이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정보를 다른 누구보다 먼저 홀로 알아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라이트코인을 취급한다는 발표 전후로 일었던 논란과 마찬가지로 관련된 암호화폐 업계가 코인베이스의 선을 넘은 영향력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왈치 교수는 코인베이스가 결정을 내릴 때 원칙보다 앞서는 요소가 있을 수 있기에 문제라고 지적한다.
코인베이스는 대놓고 친분과 관계를 앞세우고 있다. 코인베이스 관계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어떤 이야기든 빠짐없이 다 나눌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때는) 친분보다 객관적인 원칙을 앞세워야 한다. 아는 사람이 주는 정보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그냥 친한 사이일 뿐 문제 될 것 없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너무 민감한 반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코인베이스를 거쳐 간 사람 중에서 암호화폐 업계에 남아 다른 유명 벤처 기업에서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성장해 온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새로운 사업에 관심이 많고 도전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사람들이다. 코인베이스가 사업 분야를 다양하게 넓혀왔다고 해도 이런 도전과 경험은 코인베이스 스스로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코인베이스 출신이자 폴리체인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인 올라프 칼슨위는 "코인베이스 벤처캐피털 팀이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이들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갈 것으로 보인다"며, 코인베이스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어 예방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에도 임직원끼리 거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있다. 내부자 거래 혐의로 코인베이스 관련 소송이 진행될 때 특히 이 정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017년 12월, 투자자들은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곧 거래소가 비트코인 캐시를 취급하리라는 정보를 사전에 흘렸다며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코인베이스는 이 문제에 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왈치 교수는 이런 상황이라면 거래소와 벤처캐피털 팀의 운영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해를 살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문제 혹은 부작용으로 지적되던 온갖 부정행위와 이해 상충 문제가 기본적으로 암호화폐 분야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가만히 살펴보면 암호화폐 세계에도 소위 중개인들, 중개상들이 정말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암호화폐 세계에서도 이해 상충 문제나 부정행위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이론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문제들도 사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특히 현재 암호화폐 관련 회사들의 지배구조가 대체로 투명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암호화폐 관련 컨설팅회사 포스트 오크 랩스의 연구를 총괄하는 팀 스완슨은 "코인베이스가 미국에서는 고객과 가장 많이 얽혀있으며, 사실상 암호화폐 기업의 대명사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코인베이스가 어디에 투자한다는 뉴스만으로도 어떤 암호화폐의 존폐가 결정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가 취급하는 암호화폐로 ICO에 투자하려는 소매 투자자들의 투자를 막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 ICO를 하는 회사가 코인베이스 벤처캐피털 팀이 투자한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라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 미국에서는 ICO에 관한 규제안이 정확히 확립되지 않았지만, 스완슨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가 투자자를 제재해 사실상 ICO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전례가 없지는 않은 일이지만, 거래소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예를 들어 온라인 도박을 비롯해 자체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불법 행위에 암호화폐를 쓴 것으로 드러난 계정을 차단하고 삭제해 왔다. 선량한 목적을 위해 해킹을 하는 공인받은 이른바 화이트햇해커(white hat hacker)도 포함됐다.

스완슨은 코인베이스가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중개회사로 등록할 것이라는 보도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게 되면 코인베이스는 내부자 거래에 관해 훨씬 더 엄격한 자체 규정을 마련해야 하고 회사들과의 관계도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하고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투명성

코인베이스가 직접 벤처 투자에 나선다고 할 때 이를 문제 삼는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결국 투명성일 것이다. 스완슨도 마찬가지다.

"지금 코인베이스 출신들이 선보인 프로젝트들이 거의 예외 없이 투명하지 않다.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관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사실 이 점만 명확하게 공개한다면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다."

전통적인 투자는 항상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지만,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라서 문제이기도 하다. 즉, 코인베이스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 코인베이스 출신이 개발한 프로젝트들이 서로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과정이 전혀 투명하지 않을뿐더러 기록으로 남지도 않아 문제라는 것이다. 스완슨은 코인베이스 출신 모임이 소위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같은 조직보다도 더하다고 지적했다. 페이팔 마피아란 페이팔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자체 벤처 회사를 차려 서로 긴밀히 협조하며 운영하는 것을 두고 붙은 별명이다.

2016년부터 코인베이스 직원들은 코인베이스에서 퇴사해 직접 암호화폐 스타트업이나 암호화폐 투자 전문 헤지펀드 창업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앞서 소개한 폴리체인의 칼슨위, 그리고 헤지펀드 1콘퍼메이션(1confirmation)을 창업한 닉 토메이노 등이 있다. 토메이노는 코인베이스의 사업개발팀에서 일했다.

토메이노는 코인데스크에 현재 1콘퍼메이션의 펀드에 투자한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있다고 밝히며, 이 점에서 특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투자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가가 따르기도 하거니와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신이 어떤 조직을 운영하는 책임자인데, 고객이나 투자자가 당신의 개인적인 의견에 관심이 많고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간단하고 좋은 해결책은 당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 말고는 없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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