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동시상장된 아이콘, 모나코...대체 무슨 일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모
박근모 2018년 4월23일 12:15


3월23일 오전 10시15분, 업비트가 처음으로 한국산 코인 아이콘(ICX)을 상장했다고 발표했다. 업비트는 상장을 미리 예고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불과 1시간20분 뒤인 오전 11시35분, 빗썸이 이날 오후 4시부터 아이콘을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4월19일 오후 1시57분, 빗썸은 모나코(MCO)를 오후 6시부터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빗썸은 보통 상장 3~4시간 전에 상장 계획을 발표한다. 그로부터 40분 뒤인 오후 2시35분, 업비트가 모나코를 신규상장했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신규 코인을 같은 날 상장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업비트와 빗썸이 서로 짜고 같은 날 신규 코인을 상장할 이유는 없다. 신규 상장이라는 게 거래소들이 서로 상대방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거래소 모두 신규 상장을 사전 협의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연일까? 두 거래소가 수천 개에 달하는 코인 중 무엇을 상장할지 각각 검토했는데 우연히 똑같은 코인을 선정할 확률은 매우 낮다. 더구나 그런 우연이 두 번 반복될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어느 거래소가 신규 코인 상장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경쟁 거래소가 몇 시간 만에 같은 코인을 상장하는 건 가능할까? 신규 코인 상장을 위해서는 거래 시스템 적용 과정이 필요하다. 예컨데 원화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트랜잭션 발생에 오류는 없는지 등을 테스트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 며칠이 걸린다.  복수의 거래소 관계자들은 "암호화폐 선정을 하는 과정은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최소 몇주에서 최대 몇달이 걸릴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라며 "또한 상장 할 암호화폐를 선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 거래 시스템에 올려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테스트 하는 과정만 또다시 1~2주 이상은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몇 시간 만에 신규 코인을 상장하는 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권용석 엑스블록시스템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30~40분만에 특정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단, 신규 상장하려는 코인이 이더리움 기반 토큰(ER-20)이고, 해당 거래소에서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을 이미 거래 중이며, 상장할 암호화폐를 BTC 마켓으로 운영하거나, 거래소의 거래 시스템이 손쉽게 신규 암호화폐를 상장할 수 있도록 미리 구축해두는 등 다양한 준비를 갖춰진 상태에서 이를 뒷받침할 개발자들이 존재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업비트와 빗썸에 같은 날 상장된 아이콘의 경우 이더리움 기반이 아닌 만큼 두 거래소가 미리 상장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면 동시 상장이 불가능하지만, 모나코의 경우 이더리움 기반 토큰인 만큼 기술력만 있다면 당일 결정해 몇 시간 만에 상장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다른 거래소의 상장 소식을 듣고 서둘러 코인을 상장하는 것은 또다른 논란을 낳는다. 업비트와 빗썸은 물론 대다수의 거래소들은 내부적으로 마련된 엄격한 상장 평가 기준에 따라 신규 코인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해왔다. 각 거래소의 상장 평가 전문가들이 신규 코인의 사업성, 기술성, 시장성 등을 평가한 뒤 상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업비트와 빗썸의 상장 평가 전문가는 각각 5명 내외로 정확한 인적 구성이나 운영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른 거래소를 따라 몇 시간 만에 신규 코인을 상장한다면 이런 상장 평가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신규 코인 상장 과정에 대한 의혹은 높아만 가지만, 거래소들은 의혹을 해소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빗썸 측은 "암호화폐 상장에 관한 정보는 내부에서도 소수의 인원만이 알고 있는 극비사항에 해당한다"며 "빗썸이 준비 중인 상장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업비트 측은 상장과 관련된 내용은 답변할 수 없다고 전해왔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