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미래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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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18년 5월29일 09:59
자율주행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모두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래를 기대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많은 사람은 블록체인 기술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가능하게 하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설레는 기대와 달리 주요 자동차 회사의 경영진은 블록체인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대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달 중순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컨센서스 2018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와 자동차 업계가 받아들이는 현실 사이에 엄연한 간극이 존재하는 듯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르노 이노베이션 랩 사업 혁신부서의 세바스찬 헤노트 매니저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에 먼저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자동차 생산의 공급망 관리가 간단한 활용 사례의 대표적인 예다.

“투명성을 높이고 세세한 기록이 남으니 사후 감사도 쉽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은 공급망 관리 전반에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콜해야 할 일이 발생했을 때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차량을 제조한 날짜를 차량의 생일로 기록해 일종의 디지털 신분증을 만들 수도 있다. 헤노트는 디지털 신분증의 장점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소유하고 있는 아우디 차량을 팔고 르노 차량을 산다고 해보자. 이때 디지털 신분증이 있으면 르노 딜러가 아우디의 제작증과 표준화된 기록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초기 단계이고,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기록되고 공유될 것인지에 대해서 기준을 정하는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산업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고자 꾸린 모비(Mobi, Mobility Open Blockchain Initiative) 컨소시엄이 먼저 착수한 작업도 관련 표준을 제정하는 일이다. 모비 컨소시엄에는 BMW, 포드, 제너럴모터스, 르노를 비롯해 테크 기업 IBM, 컨센시스(ConsenSys), IOTA가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많은 업체는 토큰화된 경제 구조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에 다양한 블록체인을 활용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헤노트는 신중한 접근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항상 작은 것부터,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일리지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헤노트가 말하는 작은 것이란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확인하는 등의 단순하지만 유용한 개념증명(PoC: 기술에 대한 사전 검증) 절차와 관련이 있다. 차를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값에 되팔려고 차량 소유주와 대리점 관계자가 주행 거리를 조작하는 문제는 예전에도 있던 문제이긴 하다. 이미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스템 개발에 나선 블록체인 기업도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주행기록을 조작했거나 기록이 잘못된 상태에서 팔리는 자동차가 미국에서만 45만 대나 된다. 이로 인한 업계의 피해 액수만 해도 10억 달러가 넘는다. 헤노트는 블록체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며, “아무도 함부로 주행 기록을 조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지분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도부(Dovu)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도부는 지난해 10월 암호 토큰을 팔아 현재 시가로 약 140억 원을 모았다. 도부는 차량의 주행 거리를 정기적으로 기록하는 등 양심 운전을 장려하는 데 수익을 사용할 계획이다.

도부는 석 달 전부터 BMW와 함께 주행 거리 기록을 시험 운영해 왔다. 직원들이 도부가 개발한 암호화폐 지갑을 사용해 직접 시험에 참여하도록 했다. 도부의 창업자 CEO인 어폰 왓킨스는 코인데스크에 이 시스템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BMW처럼 사업용 차량을 대규모로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들이 매주 혹은 매달 차량의 주행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면, 3년에 한 번씩 일일이 이를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 당연히 훨씬 쓸모가 있다. 3년이면 감가상각 때문에 차량의 가치는 이미 장부에 적힌 것보다 훨씬 낮아진 뒤일 것이다.”

환경을 위한 암호화폐

자동차 산업의 미래 기술을 이야기할 때 전기차를 빼놓을 수 없다. 전기차에도 블록체인이 쓰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도부는 이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토큰을 이용해 운전자가 자동으로 배터리를 최적의 시점에 충전할 수 있도록 한다. 왓킨스는 이렇게 해야 “휴대전화를 아무렇게나 충전해 배터리의 수명이 닳는 것 같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활용 사례 덕분에 블록체인이 주류 담론에 편입될 만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환경 보호에 전기차가 긍정적으로 이바지한다는 사실에 열광하며 전기차 개발과 출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일 최대 전력 공급 회사인 이노지(Innogy)의 기술 혁신팀장이 이노지를 퇴사하고 세운 스타트업 슈피어리티(Spherity)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전기차를 효율적으로 충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슈피어리티는 블록체인에 “온실가스 배출 기록(greenhouse gas accounting)”을 남겨 나중에 감사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 기록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타는 자동차가 화석 연료 대신 수력, 풍력,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로 가는 차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슈피어리티의 창업자인 카스텐 스토커 박사는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는 똑같은 전기차를 타더라도 자기 차에 쓰이는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를 따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슈피리어티는 재생에너지 인증제도인 “GoO(guarantee of origin, 전력 생산 인증)”을 받은 전기만 공급한다. 스토커 박사는 환경 보호와 식품 안전, 공정무역 등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식량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등을 추적하고 꼼꼼히 따져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테슬라 차를 사려고 15만 달러를 쓰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는 증명서에 많은 의미를 두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차 이상의 가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블록체인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매료되어 있다.

헤노트는 자동차의 미래가 물리적으로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량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경제적 자율성을 갖춘, 다시 말해 자동차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길을 터주며, 주차 문제를 알아서 조율하고 해결하는 데 여기서 필요한 보상이 있으면 지갑을 활용해 알아서 이를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네트워크의 핵심 프로토콜 TCP/IP'를 자처하는 비영리 재단 다브(DAV, Decentralized Autonomous Vehicles, 분산형 자율주행차량)는 이런 미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브의 공동 창립자 존 프레이저에 따르면 재단은 자율주행차를 반드시 자동차나 트럭으로 국한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알아서 운전하고 움직이는 드론이나 로버스(땅에 머물러 있는 드론), 선박 등도 얼마든지 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미 우리 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있고, 그러지 않은 것은 머지않아 개발될 것이다.”

프레이저는 말했다. 다브의 기술 고문으로는 제너럴 모터스의 CTO를 지낸 앨런 메서 박사와 이더리움 가상머신의 기술팀을 이끄는 그레그 콜빈 박사 등 업계의 유명한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모비와 마찬가지로 다브는 무료 오픈소스인 탈중앙화 자동차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일종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프레이저는 다브 재단이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통해 자동차 산업 분야의 사회적 변화를 촉발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지금은 자동차 분야의 블록체인에 관한 주요 결정을 몇몇 대기업과 주요 행위자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열린 네트워크가 새로 나타나면 정보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공유되면서, 전체 시스템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이가 따로 필요 없어질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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