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T: '블록체인 만능주의' 거부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인터뷰] 지미 정 IOS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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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18년 5월28일 15:17
이미 ICO를 했거나 추진중인 대다수 프로젝트들의 말을 듣다보면 블록체인은 마치 '마법의 기술' 같다. 그들은 머지않아 블록체인이 이 세상의 모든 활동을 대체할 것처럼 말한다. 금융, 물류, 유통, 에너지, 의료 등 다방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이런 '블록체인 만능주의'에 반기를 든 팀이 있다. 바로 블록체인 플랫폼 'IOST'다.

최근 한국지사를 설립한 IOST 지미 정 대표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물건이 존재하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을 오프라인에서 활용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IOS 재단이 만든 IOST(The Internet of Services Token)는 이름 그대로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IOST는 프라이빗세일을 통해 3만5000개 ETH(이더리움, 약 420억원)를 모금했다. 애플과 구글의 초기투자사인 세콰이어캐피탈뿐만 아니라 젠(Zhen) 펀드, 매트릭스 파트너스 차이나, 인블록체인 등 다수의 글로벌 벤처 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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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정 IOS 대표. 사진 박근모 기자


지미 정 대표는 "이더리움, 네오, 아이콘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물류, 유통, 거래 등 오프라인 영역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블록체인에서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라며 "우리는 지금 당장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온라인 서비스)들을 블록체인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가 거래에 대한 모든 내역(원장)을 동일하게 나눠 갖게 된다. 때문에 블록체인을 분산원장 기술이라고 부른다. 참여자가 나눠 가진 거래 내역은 서로 간 진위 검증 절차를 진행하게 되며, 분산된 거래 내역을 변경 하기 위해서는 전체 참여자 중 51% 이상의 참여자가 보관 중인 내역을 동시에 변경해야만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은 이처럼 모든 거래 내역을 참여자들이 분산 보관하고 이를 검증한다는 점에서 위·변조에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더리움, 네오 등 퍼블릭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하이퍼레저, 넥스레저 등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업자들은 중간 단계를 제거하고, 위·변조 방지에 강점이 있는 만큼 물류, 유통, 의료, 에너지 분야 등에 적극 도입 중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에 해당하는 실제 물건이 오프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할지 여부다. 블록체인에서는 이것을 오라클 문제라고 부른다.

블록체인 상에서 중간 단계 없이 물류, 유통, 금융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블록체인에 해당 데이터를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이 과정에서 오라클이 블록체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오프라인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과정에서 데이터와 실제 물건이 동일해야 함을 검증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가 위·변조 없이 정확한지도 중요하지만, 데이터가 말하는 것과 오프라인의 실제 물건이 같을지는 또다른 문제다.

지미 정 대표는 연어 유통을 예로 들었다. 기존 오프라인 구조에서는 강에서 잡힌 연어가 여러 단계의 크고 작은 중간 유통 과정을 거쳐 이동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직접 연어를 보고 값을 지급함과 동시에 계약이 완료된다. 반면 연어 유통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대체된다면, 사용자는 연어를 오프라인에서 볼 필요 없이 모든 유통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계약 완료와 함께 자동으로 돈도 지급된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반으로 진행되면 유통 구조가 간소화되고, 기록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만큼 소비자들이 연어를 믿고 구입할 수 있다. 진짜 그럴까?

하나의 가정을 더 해보자. 연어가 존재한다. 계약대로 크기, 무게도 정확하다. 원산지도 확실하고, 잡은 사람까지도 확인했다. 또한, 이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정확히 기록했다. 구매자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용을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구매자는 연어를 기다리면 된다. 구매한 연어가 계약 내용대로 확실하게 도착한다면 블록체인을 이용한 성공적인 유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연어가 오지 않는다면? 도착한 연어에 문제가 있다면? 심지어 연어가 아니라 다른 생선이라면?

지미 정 대표는 "(물류, 유통 등과 같은) 오프라인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는 것은 실제 존재하는 것들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관리한다는 의미"라며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용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검증할 방법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 말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것들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고 해서 실제 물건에 대한 신뢰를 블록체인이 담보할 순 없다는 말이다. 즉 블록체인 기록상으로는 확실하지만, 물건에 하자가 있거나 전달이 안 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미 정 대표는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불가능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하지만 역으로 거짓된 정보도 공유되기 무척 쉽다"라며 "이처럼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가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존재하는지 검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활용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블록체인의 맹점을 지적했다.

지미 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오프라인 서비스에 도입할 경우, 실제 계약 내용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소송 등 법적 다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과 인터넷 기반에서는 프로그래밍 코드를 통해 현실 속 법과 같은 효력을 낼 수 있다. 즉,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가상물은 프로그래밍 코드로써 검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는 100%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게임 콘텐츠, 온라인 광고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한다면 프로그래밍 코드를 통해서 계약 내용 검증이 가능하며 위반 시 제재도 가능하다. 물론 이것을 위해서는 이오스트가 자랑하는 빠른 처리속도(TPS)가 필수적이다.

지미 정 대표에 따르면 IOST는 PoB(Proof of Believability. 신뢰증명) 합의 알고리듬을 활용해 빠른 블록 검증 및 생성을 할 수 있다. PoB는 서비(Servi)라고 불리는 독특한 토큰으로 구성된다. 서비는 IOST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여를 할 경우 사용자에게 지급되며, 서비 보유자 중 상위 20%가 블록 검증 및 생성에 참여하게 돼 높은 TPS를 구현한다. 서비는 3번의 블록 검증과 생성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소멸하는 만큼 블록체인 생태계에 지속적인 기여를 독려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지미 정 대표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위·변조가 불가능한 만큼 무결성은 보장된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가 실제 존재하는지는 별개의 영역이다"라며 "우리는 현실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오프라인 영역보다 지금 당장 프로그래밍 코드를 통해서 검증과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온라인과 인터넷 기반 서비스들을 블록체인과 결합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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