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고팍스 대표 “이해상충 경계가 거래소업의 핵심”
상장수수료, 자전거래, 자체보유 암호화폐 시세차익 추구 없는 '3무 거래소'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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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중
윤형중 2018년 8월10일 10:55

한국 1위를 자랑하는 빗썸이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도난당한 사건으로 국내 거래소들의 보안 수준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거래량이 빗썸과는 비교도 안 되는 후발주자인 고팍스가 보안 분야 국제 표준인 ISO 27001인증을 획득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할 만하다. ISO27001 인증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세계적으로 고팍스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보안은 고객의 돈을 맡는 거래소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고팍스의 ‘3무(無)’ 원칙을 제시했다. 특정 코인을 상장시키는 대가로 코인 발행자로부터 돈을 받는 행위(상장수수료), 거래소가 직접 매수/매도 주문을 넣어 시세를 조작하는 행위(자전거래), 거래소가 보유한 암호화폐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행위는 거래소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 사진 고팍스 제공.


 

- 고팍스는 이미 지난 5월 상장원칙을 공개하면서 상장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장수수료가 일종의 관행인가?




“상장수수료에 대해서는 업계에 소문이 무성하다. 어느 거래소에선 지난해 상장 한 건 당 수억원 정도였던 수수료가 올해엔 십수억원이 넘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우리가 상장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유는 거래소의 역할 중의 하나가 블록체인 생태계의 게이트웨이(관문)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원래 상장심사의 역할이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이다. 상장이 되는 순간 특정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커뮤니티도 확장된다. 처음엔 ICO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되지만, 상장이 되면 누구나 쉽게 해당 암호화폐를 살 수 있고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 따라서 거래소가 좋은 프로젝트를 시장에 소개해야 한다.”



 

- 자전거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거래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거래소의 거래량을 유심히 본다. 그러다 보면 자전거래로 의심되는 정황이 여럿 발견된다. 대부분 거래량은 구글과 네이버 검색건수와 비례한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와 전혀 다른 거래량이 특정 시점에 몰리면 자전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모습은 작은 거래소뿐만 아니라, 중대형 거래소에서도 상당히 보인다. 만일 이게 진짜 자전거래가 맞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해야 할 큰 기업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자전거래를 한다고 생각하나.




“작은 거래소들은 마케팅 용도로 하는 것 같다. 여기가 거래가 잘 이뤄지는 거래소란 것을 알리고 싶어서다. 거래소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하나가 효율적으로 고객들의 매수 매도 거래를 체결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풍부한 유동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확보하기가 어려우면 자전거래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거래 체결보다 거래소에게 중요한 것은 거래 투명성이다. 거래소와 투자자들 사이엔 정보의 격차가 심하다. 투자자들은 여러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 중앙화된 거래소가 장부거래(실제 암호화폐가 없는 상태에서 매매 거래를 체결하는 것)를 한다고 의심한다. 거래소가 인위적으로 거래를 일으키면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 거래소를 운영하다 보면 상당 금액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게 된다.(대부분의 거래소가 암호화폐 매수자에겐 암호화폐로, 매도자에겐 원화로 수수료를 받는다) 빗썸의 경우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4159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 운영을 위해서라도 암호화폐를 현금화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텐데, 이 경우 그 암호화폐를 어디서 팔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를 비싸게 팔기 위해 거래소가 특정 암호화폐를 띄워줄 수도 있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법화인 원화자산 처리는 보안에만 신경쓰면 되지만, 암호화폐 자산의 처리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도 직원들 월급주고 국가에 세금 내려면 보유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해야 하는 수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거래소에서 이걸 현금화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보유 암호화폐를 빗썸을 통해 환전했다. 우리 거래소가 아닌 외부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리 계정으로 출금할 수 있는 빗썸을 이용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더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 회사 보유 암호화폐를 어떻게 보관하고 처리할지를 고민 중이다.”



 

- 보유 암호화폐를 주기적으로 공시할 계획은 있나.




“최근 PWC삼일회계법인을 외부감사법인으로 정하고, 내년부터 공시를 할 예정이다.”



 

- 최근 거래소들이 직접 투자법인을 만들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흐름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업비트, 중국계인 바이낸스와 후오비도 투자 법인을 세운 상황이다. 거래소가 벌어들인 수익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으로는 거래소가 투자한 프로젝트가 나중에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아직 정답은 없지만, 크게 두 가지 모델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거래소가 직접 투자하고 엑셀러레이트(육성)하는 역할이다. 다른 하나는 펀드를 조성하더라도 토큰 투자를 하지 않고 이해상충을 최대한 경계하며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후자 쪽이다. 거래소에 축적된 기술과 자본 역량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하는 역할은 분명 있다. 우리가 번 잉여자금이 있어도 직접 투자하지 않고 건전한 펀드에 투자하자는 원칙을 이사회에서 세웠다. 우리가 거래소 영업을 하기 전에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한 기업이 3곳이 있긴 하다. 당시엔 원칙을 세우기 전이었고, 이제부턴 직접 투자를 하진 않으려고 한다. 기존에 투자한 곳들도 지금은 암호화폐 상장과는 거리가 있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거래소로서 이해상충이 되는 혜택을 주진 않을 것이다.”



 

- 거래소들의 지갑공개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거래소로서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있고, 한편으론 지갑 주소를 공개해봤자 각자가 입금한 금액만 알 뿐, 개인들이 거래소에 예치한 자산의 총합을 알 수 없으니, 그리 유의미한 정보가 아닐 뿐더러 보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반박도 있다.




“콜드월렛은 보안 문제 때문에 공개를 안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핫월렛은 무조건 공개되어야 한다. 거래소라면 당연히 월렛이 있어야 하고, 월렛이 없으면 거래소가 아니다. 월렛 주소가 공개되면 그 안에 밸런스(잔액)가 보이긴 한다. 각자가 맡긴 총합이 얼마인지 개인들이 알 수는 없다. 그건 정부나 금융 당국이 감시기관을 만들어 거래소의 잔액을 매일매일 들여다 봐야 한다. 거래소가 기관에 매일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감시기관의 일이 많아질 텐데,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다.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서 암호화폐 거래소업에 뛰어든 이력이 흥미롭다. 어떻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대학교 3학년 때 <금융의 지배>란 책의 저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하버드대 사학과)의 수업을 들었다. 원래는 사상사를 주로 공부했는데, 그 분 수업을 듣고 경제사상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업 방식도 독특했다. 젊은 교수인 퍼거슨과 노교수인 찰리 메이어가 함께 가르친 수업이었다. 학생 15명을 앞에 두고서 두 교수가 맨날 싸웠다. 서로의 다른 시각을 보여주며 치열하게 논쟁했던 수업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금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고리대금업, 복식부기, 증권과 채권의 역사가 그 수업에 나왔고, 그로 인해 암호화폐란 새로운 자산군의 등장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수 있었다. 퍼거슨 교수는 금융자본주의 이전엔 노동력은 사고 파는 대상이 아니라 소유 당하는 개념이었다고 주장한다. 금융변화가 세상을 바꿨다는 인식이다.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 참정권에 영향을 준 것처럼, 블록체인도 이전까지 몰랐던 자신의 욕망을 일깨워주는 측면이 있다. 블록체인 세상에선 우리가 돈을 만들어낼 수 있고, 사람들의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다. 온라인 세상에서 마음대로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그것의 거버넌스를 나름대로 만들 수 있다. 이런 가능성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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