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작은 섬나라 몰타는 어떻게 '블록체인 천국' 됐나
스마트계약, DAO 포용하는 과감한 입법으로 '블록체인 1번지'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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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lene Ronstedt
Marlene Ronstedt 2018년 7월11일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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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렌 론스테트(Marlene Ronstedt)는 독일어와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와이어드> 독일판 등에 글을 써왔다. 현재는 노이펀드(Neufund)의 블록체인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안드레 에거트(André Eggert)는 법무법인 라코어(LACORE LLP)의 대표변호사이자 노이펀드의 법률팀장이다. 노이펀드는 토큰화 자산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사법제도가 블록체인에 친화적인 나라들 가운데서도 몰타(Malta)는 특히 규제 전반을 매우 진보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로 꼽힌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와 블록체인 기반 모금 플랫폼 노이펀드(Neufund)를 필두로 수십 개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몰타로 이전했다. 모건스탠리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몰타는 암호화폐 거래 관련 업체들이 선호하는 지역 1위 자리를 선점했다.

몰타는 우선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였다. 또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몰타 정부는 블록체인이 그저 암호화폐에 국한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중부의 주크(Zug) 주는 기업을 끌어들이려 법과 제도를 관대하게 적용했다. 즉, 비영리 단체의 구성 요건을 폭넓고 유연하게 정하는 방식으로 미국 증권법을 우회했는데, 사회적 재화를 위해 모금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모은 기업까지 비영리 단체로 인정해 받아들인 것이다.

몰타는 달랐다. 오히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경제 현상을 과거의 법과 제도로 담아내려는 노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사상 최초로 스마트 계약을 인정하고 탈중앙 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법을 새로 쓰는 쪽을 택했다.

몰타는 올해 초 DAO를 "기술협정(Technology Arrangement)"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법인격으로 정의하는 법적 기틀을 마련했다. 기술협정 법안과 암호화폐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몰타 디지털 혁신 당국(MDIA, Malta Digital Innovation Authority)이라는 규제 기관도 신설된다. 기존에 있던 몰타 MFSA(미국으로 치면 증권거래위원회에 해당)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에 관한 규제를 굳이 직접 맡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DIA는 수십 년 전에 지정된 요건에 따라 거래 관련 업무를 승인하는 대신 스마트 계약 코드를 직접 감사할 계획이다. 코드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업무와 책임을 분석해 그 기업이 사업을 하는 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MDIA는 또한, DAO의 코드를 감사하고,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기술협정 법인으로 인증하는 증서를 수여한다. 기술협정 법인은 유한회사와 유사한 개념으로, 등록된 회사와 마찬가지로 DAO에 사업에 필요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물론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DAO는 관리·감독 없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인격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몰타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며 관련 입법을 도운 몰타의 핀테크 사업가이자 블록체인 전문가 압달라 카블란(Abdalla Kablan)은 “우리의 역할은 그저 인공적인 법인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기술이 생겨났고 진화해나갈지를 분석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기술협정에 법인격을 부여했을 때 운영이 수월할뿐더러 더 안전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목표다. 즉, 블록체인 기술이나 암호화폐와 관련해 금전적, 혹은 심지어 물리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 법인격이 책임을 지고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득이다.

MDIA는 이른바 “금융 서비스 적격 심사”를 통과한 법인에 기술협정 법인 인증서를 준다. 이 심사는 금융 상품이나 기업이 유럽연합 금융상품 투자 지침(MIFID, Markets in Financial Instruments Directive)을 따르는지 먼저 확인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MDIA가 직접 코드를 검토하고 감사해 라이선스를 부여할지 결정한다. 수많은 기업이 몰타로 모여들어 기술협정 인증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감사를 받기까지 대기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MDIA는 감사 작업을 외부 기관에 외주로 맡겼다.

로봇의 권리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로봇들이 법인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규정하는 이 법은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넘어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한 번 생각해보자. DAO는 기업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할 수 있지만, 주주나 경영진의 결정 대신 인공지능과 스마트 계약이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기술협정에 포함된 몰타의 DAO는 이 법령하에 여타 법인처럼 유럽연합 국가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DAO는 소유권 일부를 증권으로 토큰화한 뒤 DAO나 기업, 투자자들에게 탈중앙화 거래를 통해 판매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느덧 인간과 소프트웨어 모두 법인격으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6월에 법이 제정되면서 몰타의 DAO는 모든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법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회원국들은 EU 조약에 따라 다른 회원국 법인들의 존재를 인정할 의무가 있다.

이는 예를 들어 몰타 DAO의 로봇이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주요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사업 계약을 철회해버려도 독일이나 프랑스 정부가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이 회원국이 인정한 법인격을 직접 말소할 수도 없다.

유럽연합을 위한 모델


유럽연합은 아직 블록체인 관련 활동을 관장하는 법적 기준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지만, 규제 당국은 유럽 전역을 포괄하는 규제를 도입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몰타의 사례는 유럽과 그 외 지역의 규제 당국에 하나의 예시를 보여준다. 몰타에서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가 유럽연합 소속 입법 기관들의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유럽연합이 전체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포용하는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몰타는 여전히 “블록체인 일번지”의 지위를 보유하게 될까?

당연히 그럴 것이다. 몰타는 이미 법과 규제 차원을 넘어 온전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새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대학교 내 학과를 신설하고 블록체인 기업을 위한 협업 공간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몰타는 암호화폐 관련 창업자들을 위해 금융 부문을 개선해서 암호화폐 친화적인 은행들을 더 많이 열 계획도 세워뒀다. 이러한 생태계는 스스로 성장 동력을 갖춘 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번창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제도만 베낀다고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관련이 있든 없든 가장 대담한 프로젝트들도 적절한 환경이 받쳐주어야 더 크고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 몰타는 그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몰타의 금융서비스와 디지털 경제, 혁신 부서의 실비오 솀브리 차관의 말이다.

결론적으로 몰타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블록체인 허브라는 입지를 가장 먼저 다졌다. (이 지도를 보면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운 다른 곳들이 저마다 난관에 부딪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몰타의 과감한 정책 추진은 한편으로 유럽 내에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논의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일깨운 측면도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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