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ICO' 신일그룹 "금괴 150조원 확인 안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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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한겨레 기자
박수지 한겨레 기자 2018년 7월26일 17:40
신일그룹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보물선 돈스코이호의 함미. 신일그룹 제공


 

‘150조원 보물선 발견’을 주장하며 관련 테마주와 가상통화공개(ICO) 등으로 시장을 들썩이게 한 신일그룹이 열흘 만에 “금괴·금화 등 150조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신일그룹과 관련해 주가조작 혐의와 가상통화 사기 등으로 조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일그룹은 “주가조작과 가상통화와도 관련없다”고 말했지만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6일 오전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돈스코이호’에 금화나 금괴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50조원 보물’이라는 문구는 일부 언론 보도 등에 따라 검증 없이 인용했다.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산적 가치에 대해서는 확신한다”며 인양 의사를 강조했다.
‘보물선 논란’은 지난 17일 신일그룹이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선박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영상과 함께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가치로 1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화·금괴 5000상자와 함께 침몰됐다’고 주장하며 이목을 끌었고, 류상미 신일그룹 전 대표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로 알려지면서 17일 주가는 상한가(30%)를 기록했다.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호도해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뿐만 아니라, 이런 사실이 공개되기 전인 지난 6월 중순부터 제일제강의 거래량과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신일그룹과 제일제강 쪽에 주가조작 혐의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주당 1500원 안팎이던 제일제강 주가는 6월 중순부터 올라 지난 18일에는 장중 상한가(5400원)까지 치솟았다가, “보물선과 관계가 없다”고 공시한 뒤 급락했다.

이틀 뒤인 20일 신일그룹은 해양수산부에 돈스코이호 발굴 승인을 신청하며 본격적으로 인양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구비서류 미비로 반려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신일그룹이) 유사수신이나 불법 다단계, 사기 등으로 현행법상 적용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일그룹 쪽이 돈스코이호 인양에 따른 가치를 내세워 ‘신일골드코인’(SGC)이라는 이름의 가상통화를 발행하고 다단계성으로 판매한 혐의 때문에 금감원은 이쪽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가상통화발행(ICO)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신일그룹과 신일골드코인의 이름이 비슷한 것 외에는 연관이 없다”고 했지만, 돈스코이호와 신일골드코인의 국내 상호 출원인이 류상미 전 대표라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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