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 투표 매수 스캔들, 비탈릭의 예언, 그리고 어려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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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y Dale
Brady Dale 2018년 10월23일 06:30
EOS 투자자들은 분명히 경고를 받았다.

지난달 말 50억 달러 규모의 프로토콜을 한바탕 뒤흔든 투표매수 사건을 보면, 이더리움의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3월에 블로그 게시물에서 예고했던 일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의 블록체인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Maple Leaf Capital”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중국 기반 거래소 후오비(Huobi)에서 유출된 엑셀 스프레드시트 캡처본을 포스팅하며 문제가 터져 나왔다. 스프레드시트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후오비가 EOS 블록체인의 대표노드를 자기가 원하는 이들로 계속 채우기 위해 여러 대표노드와 담합하거나 아예 돈을 받고 대표노드 투표에 필요한 EOS를 주고받기도 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진=Getty Images Bank


 

EOS는 블록체인상의 거래를 검증하고 이를 기록하는 대신 그 대가로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는 대표노드(BP, Block Producer)가 21개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스캔들이 더욱 큰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된 트윗이 주장하는 내용을 확인해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고, 엑셀 데이터의 출처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후오비는 곧바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아무도 사태를 수습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의 1년 동안 계속된 ICO를 통해 40억 달러를 모은 블록원(Block.One) 재단의 EOSIO 소프트웨어를 만든 이들은 이달 초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변칙적인 대표노드 투표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있다는 것과 이후 당사자들이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EOS 안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출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 절차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토큰 보유자들과 함께 투표에 참여할 수도 있다.”

잘못에 대한 혐의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논란으로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EOS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자체가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대표노드가 다른 이들을 매수해 자신에게 투표하게 하는 것에 관한 논의는 이미 결론이 나 있다. 네트워크상의 참여자들을 위해 규칙을 제정하도록 설계된 EOS의 임시 헌법은 투표 매수를 분명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EOS 사용자들이 헌법을 한 번도 비준하지 않아 EOS 내에서 헌법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EOS는 대표노드끼리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을 장려하는 쪽으로 설계된 것 같기도 하다. 대표노드는 거래를 검증하고 이를 기록하는 대가로 토큰을 벌고,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탈 없이 굴러가야 좋은 이들이 대표노드가 된다. 그렇다면 대표노드 임무를 수행해 번 토큰을 마찬가지로 네트워크를 성실히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대표노드를 지원하는 데 쓰는 것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EOS 출범부터 대표노드를 맡아 온 EOS 뉴욕의 커뮤니티 매니저 케빈 로즈는 이러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이익 배분과 투표 담합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후오비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블록원도 추가로 의견을 물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끝나지 않은 거버넌스 논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겠지만, 여러모로 이번 투표 매수 스캔들은 EOS 메인넷이 출시할 때부터 너무 단순하고 원시적이었다는 지적을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이 주장을 다시 한번 검토해보기에 지금이 적절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먼저 EOS는 토큰을 보유한 이들이 한 가지 결정만 내리도록 설계돼 있으며, 온체인 거버넌스 시스템을 채택했다. 즉 EOS 블록체인의 의사결정을 이끌어가는 대표노드 21개를 누가 맡을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토큰을 보유한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있다는 뜻이다.

대표노드는 평균적으로 두 개에 하나꼴로 거래를 검증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심지어 대표노드에는 악의적으로 운영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계좌를 동결하는 권한도 있다.

둘째로, EOS에는 투표 매수를 금지하는 헌법이 있지만, 헌법이 비준된 적이 없다. (소프트웨어가 규칙을 어떻게 정할지 방법을 합의하지 않은 채 네트워크를 출시했기 때문에 과연 비준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비준이 어떤 의미를 지닐지도 지금으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이는 이더리움 개발자 블라드 잠피르가 최근 <미디엄>에 쓴 글과도 관련이 있다. 잠피르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구함으로써 거버너스가 적법성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OS의 경우 잠피르가 지적한 목표를 충족했다고 분명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노드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이들이 모여 구성한 위원회는 EOS 메인넷 출범을 앞두고 임시 헌법을 썼다. 헌법의 마지막 조항에 새로운 헌법이 비준될 때까지만 임시 헌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시하긴 했지만, 정작 비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 헌법도 비준이 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계속 흘렀다. 메인넷 출범 이후 새로 대표노드 선거에 출마한 이들 가운데는 (임시) 헌법이 제정된 절차를 모르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곳 가운데 몇몇이 대표노드에 선출되기도 했다.

셋째로, EOS 거버넌스를 문서에 규정한 대로 실행하려 해도 사용자들의 암호화폐를 다수 보관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이를 제대로 따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EOS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데는 개인 지갑의 존재가 필수다. 즉 거래소에 토큰을 맡겨놓은 사용자들은 EOS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사용해 투표할 방법이 없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만약에 EOS 거버넌스에 큰 관심이 없는 사용자들이 맡겨놓은 토큰을 가지고 거래소가 대리 투표하듯 EOS에서 목소리를 내려 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투표는 지갑 단위로 시행되기 때문에 개인은 토큰을 보관하고 있을 때만 투표할 수 있다. 누가 대표노드로 선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싶은 사람은 EOS에 토큰을 맡겨야 하고, 투표를 위해 맡겨놓은 토큰은 EOS 규정에 따라 최소 사흘 동안 거래할 수 없다.

지갑마다 최대 30곳까지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 즉 몇 곳에 표를 던지든 30곳까지는 사용자가 걸어놓은(staking) 토큰 만큼의 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토큰을 10개 걸고 대표노드 후보 10곳에 표를 던지면, 10곳 모두 10표씩 받고, 30곳에 표를 던지면 30곳이 10표씩, 한 곳에만 표를 주면 그 한 곳만 10표를 받는다. 그 외에 추가 규정은 따로 없다.

사실상 상시 투표라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EOSIO 소프트웨어는 몇 분마다 표를 새로 집계하고 새로운 후보가 득표수 21위 안에 들면 결과를 반영해 대표노드 명단을 다시 작성해 네트워크에 고지한다.

거래소에서 쓸 목적으로 토큰을 거래소 지갑(들)에 넣어두고 있는 이용자들이 EOS 대표노드 투표에 참여하려면 거래소가 (EOS 투표용 지갑을 따로 만들어주는 등) 추가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파이넥스(Bitfinex)는 사용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거래소에 보관한 EOS 토큰으로 투표하는) 방식을 적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작성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비트파이넥스 외에는 이런 조치를 취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OS 커뮤니티는 되도록 거래소에 맡겨놓은 EOS 토큰을 빼두라고 추천했다. 현재 논란 끝에 조직된 EOS 동맹(EOS Alliance)이 주최한 중국 대표노드 후보들의 화상 회의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EOS 지갑은 기본적으로 익명이다. 따라서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줬는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후오비에 돈을 줬다고 의심받는 대표노드가 실제로 후오비에 돈을 보냈더라도 보상 일부를 후오비 지갑으로 곧바로 이전하는 식의 거래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후오비가 실제로 돈을 받았느냐와 관계없이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데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만연했음을 보여준다.

 

비탈릭의 예언


그러나 어떤 이들은 EOS 프로토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부테린은 EOS가 출범하기 전부터 투표 매수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투표자는 누가 대표노드로 선출되는지에 사실상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때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높은 금액의 뇌물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 일반 투표자들에게는 가장 이득이 된다.”

당시 부테린은 누가 대표노드가 될지를 둘러싼 긴장감이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무역 전쟁의 최전선을 방불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긴장과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OS와 관련한 여러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보면, EOS 보유자들이 중국 기반 대표노드에 더는 투표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눈에 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처음에 메인넷을 출범할 때부터 참여한 이들과 뒤에 대표노드 자리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이들 사이의 갈등이다.

그러나 처음에 규칙을 명확히 정하지 못한 대가로 맞닥뜨린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몇몇 사용자들은 임시 헌법을 (디지털상의)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임시 헌법 외에도 대표노드들은 별도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회사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 명단을 공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대표노드에 뽑힌 이들이 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커뮤니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실 프로토콜 자체에서 갈라져 나오는 극단적인 방법 말고는 없다.

잠피르는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협의와 조율 방식이 합리적이고 실제로 어느 정도 잘 작동하면 사람들은 알아서 이를 활용하고 그로 인해 거버넌스가 자리를 잡을 것이다. 반대로 조율 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게 되고, 결국 정당성을 인정받지도 못할 것이다.”

네트워크상에서 영향력 있는 이들 가운데도 임시 헌법과 대표노드 사이의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 같이 실천에 옮기기로 합의한 사항이라도 모두가 이를 철저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오비가 이번에 실제로 돈을 주고 표를 사지 않았더라도, 커뮤니티가 합의할 수 있는 적법한 규칙이 마련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누군가 표를 매수하려 들 것이다. 다시 말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칭 오로라 EOS라는 대표노드는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EOS가 성장하고 더 많은 활용 사례가 생겨나면 네트워크의 장기적인 성공에 투자한 사람들이 알아서 투표 조작과 같이 네트워크의 장기적 보안을 해하려 드는 세력과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이는 EOS같이 탈중앙화된 커뮤니티가 이미 분열되었다면 네트워크가 성공했을 때 혜택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잠피르가 블로그에서 주장했듯이 이는 투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다수의 참여자가 적법성을 인정하고 대부분 참여자가 규칙을 따를 의사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블록원 재단이 나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대표노드들을 퇴출하고 아직 투표에 쓰이지 않는 훨씬 많은 토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토큰을 보유한 이를 일컫는) 고래를 무작정 걸러내는 것도 장기적으로 커뮤니티의 안정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좋은 전략으로 보기는 어렵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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