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눈으로 스팀잇을 들여다보다
정승원의 '울룩불룩 블록체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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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정승원 2018년 11월16일 07:05


 

앞으로 스팀잇(https://steemit.com)을 가지고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할 계획이다. 스팀잇은 STEEM이란 블록체인을 통해 서비스 되는 SNS/블로그 서비스로, 글을 써서 추천을 받거나 심지어 추천을 해도 암호화폐를 지급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물론 보상은 일정 조건이 충족된다는 전제하에 지급된다.)

스팀잇을 이 글의 대상으로 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현재 암호화폐가 화폐나 투자수단 외의 용도(즉 그야말로 암호화폐보다 암호자산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로 실생활에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쓰이는 사실상 유일한 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근래에 EOS메인넷 공개 이후 각종 게임 댑(daap)들이 나오긴 했으나, 아직 일반적인 용도로 많은 유저들이 쓰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최초의 그리고 현재도 사실상 유일한 블록체인 기반 SNS 스팀잇의 현주소


스팀잇에 장점도 많지만 처음 만들어진 블록체인 기반 SNS이다 보니 단점도 상당히 많다.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가격 면에서 전반적으로 주춤하고 있다 보니 스팀잇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 상황을 냉정히 요약하자면, 상당히 가능성 있는 서비스로 출발해 암호화폐 투자 활황기에 많은 유저가 유입되며 촉발된 상승세가 이어지나 했지만, 성장이 둔화되다 못해 실사용자 수나 글 개수 등이 오히려 꾸준히 줄어 급기야 최근에는 2017년 중순 무렵의 1차 성장기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서 더 내려갈 것인지 다시 성장할 것인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스팀잇의 상황은 내년에 도입될 것으로 예정된 SMT(Smart Media Tokens: 쉽게 말해 이더리움의 ERC20의 스팀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스팀잇은 스팀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서비스일 뿐이다. 최근 스팀 블록체인에서 글로벌하게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스팀몬스터>라는 카드게임 dapp이다.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회복되는 대역폭 내에서는 수수료가 없는 스팀 블록체인을 활용한 이 게임은 이더리움 기반의 <크립토키티>보다 한층 진보한 형태의 카드게임으로, 스팀 블록체인에 카드 구매내역, 대전 결과 등이 기록 된다.

스팀 블록체인의 강점 중 하나는 다른 dapp 서비스들에 대해 사용자들이 이야기를 올릴 스팀잇이란 자체 SNS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스팀잇에 올리면, 게임업체가 해당 글을 추천해 보상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미래에 <스팀잇>이란 서비스 자체는 스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써는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DAU (Daily Active User): 하루에 한번이라도 활동하는 유저수


*active author: 글 쓴 유저수, active curator: 보팅한 유저수, active unique users: 글을 쓰거나 보팅한 유저수. 스팀잇은 로그인 기록이 따로 없기 때문에 로그인해서 글만 읽은 경우 집계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MAU (Monthly Active User):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활동하는 유저수

*참고로 보팅(추천)만 해도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위의 그래프에서 일일활성유저수에서는 큐레이터의 감소가 크지 않다. 아예 스팀잇을 떠날 게 아닌 이상 보팅을 하지 않고 있으면 손해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보팅을 하는 봇을 이용해 보팅하는 유저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봇을 쓰지 않고 꾸준한 스팀잇 활동을 아예 그만 두는 경우가 월간활성유저수에는 잘 표현되고 있다.

 

그렇게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그것도 최초의, 그리고 사실상 아직도 (유의미한 사용량 면에서) 유일한 블록체인 기반 SNS의 상황이 왜 이럴까?

이 글은 경제학점 관점에서의 블록체인을 실제 서비스되고 있는 플랫폼인 스팀잇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스팀잇 그 자체를 분석하는 것 역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스팀잇은 보팅(추천)을 통해 보상이 지급되고 아이디어만 좋다면 이 보팅을 위해 필요한 ‘스팀파워’를 임대해 큰 자본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제 그렇게 운영되는 사업이 꽤 된다. 그것도 한국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프로젝트가 많다. 즉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스팀 재단이나 스팀을 많이 보유한 투자자, 혹은 증인(witness: 스팀 블록체인의 블록 생성을 담당)으로부터 스팀파워를 임대받아 해당 사업에 필요한 보팅(예를 들어 일반 유저가 맛집 리뷰를 올리면 해당 게시물에 보팅을 해줄 수 있다)뿐만 아니라 운영비, 직원들의 수고비나 급여를 보팅을 통해 제공하는 경우들도 있다.

인터넷 서비스 대표 기업들도 하나 둘씩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에 스팀잇에서 사업을 하든 스팀잇의 대체제를 만들든 스팀잇의 장단점을 잘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블록체인 유튜브 강의(https://youtube.com/economistudio)를 위한 강의노트로 스팀잇(https://steemit.com/@blockchainstudio)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팀잇을 많이 공부하고 분석하게 됐다. 근래에는 스팀 블록체인에서 돌아가는 dapp ‘곰돌이’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론과 실제 모두 균형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여러 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보니 첫 회에서는 먼저 스팀잇이란 서비스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하고 다음 회부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다. 이 글을 읽고 스팀잇에 가입해서 손쉽게(?) 돈을 벌어 볼 생각을 하는 사람도 생길까봐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점도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자신이 글에 “좋아요”받으면 돈이 된다?


스팀잇 보상의 한 예


*여기의 $표시가 USD는 아니지만 현재는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팀잇 메인 홈페이지에 가면 수백달러 대의 글이 많이 보일 텐데, 이들은 대부분 홍보 등을 위해 돈을 내면 그만큼 보팅을 해주는 보팅봇을 사용한 게시물이다.

 

스팀잇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글을 쓰고 “좋아요” (스팀잇에선 이를 업보팅 upvoting 또는 보팅이라 부른다)를 받으면 스팀/스팀달러라는 암호화폐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더 놀라운 것은 추천한 사람(큐레이터)에게도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보상은 글이 게시되고 나서 1주일이 지나는 시점까지 모인 보팅 금액으로 주어지는데, 이를 저자와 큐레이터가 75:25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물론 큐레이션 보상의 경우 단순히 자신이 보팅한 금액의 1/4을 받는 것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이렇게 저자와 큐레이터 모두에게 보상이 주어지니 자연스레 좋은 글이 많이 쓰여지게 될 것이란 기대를 할 법하다. 스팀 백서는 이 구조를 Proof-of-Work(작업증명)을 본따 Proof-of-Brain(두뇌증명)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좋은 글이 발굴되는 작업, 즉 스팀잇 생태계가 돌아가는 것에 대한 표현이다. 실제 스팀 블록체인 자체는 작업증명 같은 방식과는 거리가 먼 DPoS (Delegated Proof-of-Stake:위임지분증명) 방식을 통해 운영된다.

 
글을 쓰면, 아니 추천만 해도 돈을 있다?

 참 솔깃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계정 여러 개를 만들거나 가족, 친구끼리 계속 글 쓰고 서로 추천해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겠다고.

 
보팅의 가치는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스팀파워에 비례

우선 보팅의 가치는 보팅 개수와 전혀 무관하다. 보팅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스팀파워’를 보유했느냐에 달려있다. ‘스팀파워’는 스팀이란 암호화폐를 Vesting 또는 Staking ,즉 단기간에 팔 수 없게끔 묶어둔 상태의 자산을 이야기한다. 즉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은 스팀이나 스팀달러(USD $1 가치고정을 목표로 하는 암호화폐)이다. 유동자산인 스팀에서 스팀파워로의 전환은 즉각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13주에 걸쳐 매주 1/13만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초기에는 이 기간이 2년이었으나 블록체인 세상에서 2년은 너무 길다는 비판이 많아 13주로 조정된 것이다. 최근에 이를 더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스팀파워를 모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글을 쓰거나 추천을 해서 그 보상으로 모으든지, 직접 스팀이란 암호화폐를 사서 충전을 하든지. 물론 게임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돈 주고 사는 게 훨씬 빠르다. 하지만 그만큼 스팀 가격의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다. 13주에 걸쳐서 말이다.


보팅하면 돈이 된다니 그럼 수백번, 수천번씩 해볼까?

 역시 마찬가지다. 보팅파워라는 개념이 있어서 보팅을 할 때마다 파워가 감소한다. 스팀파워 보유량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보팅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100%의 가중치로 보팅할 경우 하루 10번 보팅이 현재의 보팅파워를 떨어뜨리지 않고 가능한 최대 한도다. 물론 스팀파워가 정말 많다면 1% 가중치로 하루 1000번 보팅을 해도 현재의 보팅파워가 유지되는 것이다. 현재 신규 회원으로 가입을 하면 15스팀파워가 주어진다(보다 정확히는 빌려준다.) 현재 1스팀이 대략 1천원이므로 신규회원에게 1만 5000원 정도를 빌려주는 셈이다. 그런데 누군가 1억 5000만원을 투자해 15만 스팀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이 사람의 보팅 한 번의 가치는 신규회원의 보팅 1만번의 가치와 같아진다.

여기까지가 앞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필요한 기본지식이다. 끝으로 이 글을 읽고 스팀잇을 시작해볼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싶다.

 

모든 기록은 블록체인에 영구히 남는다. 수정해도 삭제해도 마찬가지.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반 SNS이다. 물론 어떤 데이터를 실제 블록체인에 기록할지는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선택할 문제다. 하지만 스팀잇은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SNS에 걸맞게 거의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모든 기록이 영구적으로 기록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사실상 블록체인에 모두 기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미지나 동영상은 off-chain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블록체인에는 링크만 기록된다.)

과거엔 심지어 일주일이 지나면 글 수정조차 불가능했는데, 최근의 하드포크 이후 무제한 수정이 가능하도록 규칙이 바뀌었다. 물론 글을 수정/삭제(댓글이나 보팅이 하나라도 달리면 삭제는 불가능하고 수정만 가능)해도 이전 원본 기록이 영구히 남아 있다.

물론 로그인 기록이나 글을 읽은 기록은 블록체인에 기록되지 않으니 너무 숨막혀 할 필요는 없다. 또한 수정하거나 삭제한 내역도 찾아볼 수는 있지만, 스팀잇 사이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오히려 영구히 기록된다는 점을 ‘쿨’하다고 생각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지나친 개인정보 공개만 주의한다면 필자도 그러하듯 충분히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고, 블록체인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는 등 그 나름의 장점이 많은 플랫폼임을 분명히 말해둔다. 마지막으로 보상 때문에 스팀잇을 해볼 생각이라면 본인이 스팀에 미리 많은 투자를 해서 리스크를 감수하거나 엄청난 글재주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려둔다. 보상 때문에 스팀잇을 하기보다 보상도 덤으로 주어진다고 생각하고 시작하길 권하고 싶다.

 




최근의 분위기는 이제 “가상화폐vs암호화폐”를 넘어 “암호화폐vs암호자산”일 정도로 암호자산이 좀 더 유식한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으나, 이 용어 사용의 주목적이 암호화폐의 “화폐”란 표현에서 오는 규제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고 아직까지는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더 많이 통용되므로 암호화폐라는 표현으로 통일하여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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