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안정성에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을 더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만 합쳤다는 '루트스탁'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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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한수연 2018년 12월14일 07:00
'스마트 계약'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더리움을 떠올릴 것이다. 이더리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차세대 스마트 계약을 도입해 댑(DApp)의 물꼬를 텄다.

그런데 이더리움이 아닌 '비트코인 스마트 계약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5년 설립된 아르헨티나 스타트업 '루트스탁(RSK)'이다. 루트스탁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만 골라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비트코인 위에 만들어진 스마트 계약 플랫폼, 다소 낯선 이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루트스탁 로고
루트스탁 로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을 합쳤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여러 블록체인 중에서도 51% 공격에 대한 보안성이 가장 높다. 보안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해시율(hashrate)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2018년 12월 기준 비트코인의 해시율은 39e6 Th/s(초당 계산할 수 있는 테라 해시 속도). 이더리움(186 Th/s)이나 라이트코인(181 Th/s),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로 만들어진 BAB(1.74e6 Th/s) 등 다른 주요 암호화폐의 해시율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뛰어난 보안성, 안정적인 네트워크,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시가총액 등 비트코인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근본적인 한계는 범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화폐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결제 시스템 이외 다른 프로그램 구현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블록체인이 바로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튜링완정성을 가진 개발 언어 '솔리디티'를 사용하며 2세대 블록체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 메인넷을 출시한 루트스탁은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으로 개발한 댑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올려 범용성과 보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

루트스탁(RSK)은 보안성이 뛰어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가치를 저장하고, 그 위에 다양한 비즈니스 로직을 가진 댑을 올린 프로젝트다. 이미지=루트스탁 제공
루트스탁(RSK)은 보안성이 뛰어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가치를 저장하고, 그 위에 다양한 비즈니스 로직을 가진 댑을 올린 프로젝트다. 이미지=루트스탁 제공


 
"우리는 '가치의 인터넷'을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여러 레이어가 필요한데 가장 중심에 있는 레이어가 가치를 저장하는 레이어, 즉 비트코인 네트워크다. 가치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개발 언어인 '스크립트'는 확장성과 유연성이 없다. 스마트 계약 개발엔 적합하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루트스탁은 현재 솔리디티를 지원하고 있다. 추후 다른 도메인 언어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방법으로 이더리움에서 만들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보호받으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지난 11월 29일 서울에서 만난 디에고 구티에레즈 루트스탁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지난 11월 29일, 서울에서 열린 블록체인 개발자 컨퍼런스 '비들 2018'에서 디에고 구티에레즈 루트스탁 CEO를 만났다. 사진=한수연 기자
지난 11월 29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블록체인 개발자 컨퍼런스 '비들 2018'에서 디에고 구티에레즈 루트스탁 CEO를 만났다. 사진=한수연 기자


 

루트스탁은 보안성 측면에서 얼마나 뛰어난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루트스탁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 개발자인 세르지오 D. 러너에게 자료를 요청했다.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 작업증명(PoW) 블록체인들의 2018년 12월 기준 해시레이트 및 51% 공격에 드는 대략적인 비용. 자료=세르지오 D. 러너 루트스탁 공동 창업자 겸 최고 개발자
작업증명(PoW)을 채택한 주요 블록체인들의 해시율 및 51% 공격에 드는 대략적인 비용(2018년 12월 기준).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기준 상위 5개 프로젝트를 꼽았다. 자료=세르지오 D. 러너 루트스탁 공동 창업자 겸 최고 개발자 제공


 

지난 5일 그가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현재 루트스탁의 해시율은 14e6 Th/s이고, 루트스탁 네트워크에 51% 공격을 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비트코인캐시(BCH)나 라이트코인(LTC)에 같은 공격을 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의 10배가 필요하다. 공격 비용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보안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스마트 계약 플랫폼, 어떻게 가능할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을 결합해 차세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는 루트스탁이 유일하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보안성을 보장받기 위해 비트코인 채굴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디에고 CEO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보안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을 설득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동시에 루트스탁도 함께 채굴하게 해야 한다. 이를 '머지 마이닝(merge-mining)'이라고 한다"며 "기술적으로 어렵다기보다 머지 마이닝을 해달라고 채굴자들을 설득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루트스탁은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사이드체인이다. 비트코인 메인 체인 옆에 작은 체인을 새로 만들어 비트코인 가격에 고정된(1:1 페깅된) 코인 RBTC를 유통한다. RBTC는 루트스탁에 해시파워를 제공하는 채굴자들에게 보상으로 제공된다. 디에고 CEO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채굴 풀의 85%가 머지 마이닝을 지지했고 전체 30%가 실제로 머지 마이닝에 참여하고 있다. 또 비트코인캐시 노드 일부도 RBTC 채굴을 하고 있다.

루트스탁은 머지 마이닝으로 보안성을 확보하고, 스마트 계약 기능 및 호환성을 제공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새로운 댑을 만들 수도 있고 이더리움 등 다른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존 댑을 호환할 수도 있다. 현재 약 50개 프로젝트가 루트스탁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거나 서비스 중이다. 국내 프로젝트로는 올해 1월 문을 연 '템코(TEMCO)'가 있다.

디에고 CEO는 "이더리움 기반 인증 프로젝트 '시빅(Civic)'은 현재 내부적으로 이더리움에서 루트스탁으로 넘어오는 것을 협의 중이고 쉐이프시피트(Shapeshift) 등 이더리움 댑들은 이더리움과 루트스탁을 모두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100 TPS, 내년 9월 50배 높아진다"


루트스탁은 현재 100 TPS(Transaction Per Second·초당 거래 건수)를 내고 있는데 이는 내년 9월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9월은 루트스탁의 지주회사인 리프랩스(RIF Labs)가 새로운 결제 시스템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때다. 디에고 CEO는 "리프의 결제 시스템이 출시되면 루트스탁의 TPS가 50배 정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루트스탁을 인수합병한 리프랩스는 또 블록체인 서비스를 쉽게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API를 개발 중이다. 결제 시스템과 API가 출시되면 개발자들이 쉽게 루트스탁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디에고 CEO는 내다봤다.

 

루트스탁 로드맵. 이미지=루트스탁 제공
루트스탁 로드맵. 이미지=루트스탁 제공


 

마지막으로 디에고 CEO에게 루트스탁의 비전을 물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스마트 계약은 '가치의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금융 접근권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비전이다. 소외된 사람들이 금융 접근권을 갖게 되면 사회적 소외 문제도 자연히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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