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철 "시세조종 막으려면 크립토 시장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토론회] 황현철 재미한인금융기술협회(KFTA) 회장 발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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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18년 12월11일 22:52
지난 10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 유의동 의원(바른미래당)이 공동 주최하고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주관한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해 거래소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독자 여러분과도 이어 나가기 위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발언 내용 전체와 발표 자료를 공개합니다. 아래는 황현철 재미한인금융기술협회(KFTA) 회장의 발표자료와 발표내용을 다듬은 글입니다.

황현철 재미한인금융협회 회장. 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1. 들어가며


지금까지 인류는 다양한 상품과 자산을 거래하기 위한 시장을 만들고 발전시켜왔다. 이 중 capital market, 즉 자본시장은  주식, 외환, 채권, 파생상품 등 유가증권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대표하는 가장 큰 시장이며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이러한 자본시장을 기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안정성과 효율성이다.

시장에서 거래가 매칭되고 가격이 형성되는 프로세스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또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을 빠르게 형성할 수 있을만큼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자본시장은 지난 수 십여 년 동안 거래 자산의 특징과 시장참여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적절한 시장구조와 제도를 만들어 발전시켜왔다

크립토 자산, 디지털 자산, 또는 암호화폐라고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자산은 그 특성도 다변적이고 아직까지 법적 정의도 모호하다. 특성과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적용할 법도 규제도 없었지만 이를 거래하는 시장, 즉 거래소라고 불리는 온라인 시장이 우후죽순 만들어 졌고 각종 폐해를 양산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직접적 규제가 없었다.

크립토 자산이 지닌 앞으로의 잠재력과 진보성을 고려할 때 무조건 이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보다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크립토 자산이나 크립토 시장과 특성이 유사한 현존하는 다른 자산들의 시장 구조와 제도들을 참조하고 이를 발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본 고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미국 주식시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크립토 시장의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구조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주식 거래시장의 구조와 크립토 시장에의 시사점


크립토 자산의 법적 정의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 제도의 범주에서 이를 유가증권으로 보느냐, 금과 같은 상품으로 보느냐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제도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유가증권의 경우는 SEC의 규제를 받으며 상품의 경우 CFTC의 규제를 받는다. 두 경우 모두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를 위해 여러 장치들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먼저 대표적인 유가증권 시장인 주식시장의 경우를 보자.

 

1)주식시장의 구조: 이해관계 충돌 방지 시스템


개인이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직접 거래소를 이용할 수는 없고 거래소의 멤버인 브로커/딜러 (한국의 경우 증권회사)에 계좌를 만들면 이 회사는 나를 대리하여 나의  주문을 내부에서 직접 매칭하거나 (Internalization이 가능한 딜러의 경우) 거래소에 전달한다. 이후 나의 주문이 체결돼 내 계좌에 그 결과가 반영될 때까지 약 이틀의 기간이 소요된다 (T+2). 이 과정에는 여러 기관들이 관여한다.

먼저 내 주식거래를 위한 예탁금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종의 브로커/딜러들의 금융기관이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증권금융이라는 회사이고, 미국의 경우는 SIPC (Securities Investor Protection Corp)이다.

내 주문이 거래소 멤버인 증권회사를 통해 거래소에서 매칭되면 청산소에서는 이에 대한 청산과정을 수행하고, 청산소의 멤버들은 이의 이행을 보증하게 된다. 청산 결과는 청산소 멤버들의 고객인 브로커/딜러에게 통보되며, 이에 따라 실제적으로 주식의 소유관계의 이전, 즉 결제(settlement)가  실물주식을 예탁하고 있는 DTCC(한국의 경우 증권예탁결제원)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거래소가 청산업무를 겸업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별도의 청산소 또는 청산 라이센스를 가진 대형 브로커/딜러가 청산업무를 수행한다.

즉, 개인의 주식 한 주 거래에도  브로커/딜러, 증권금융, 거래소, 청산소, 예탁결제원과 같은 여러 기관들이 참여하여 거래 이행의 안전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정들은 자율규제기구(SRO)인 FINRA와 연방감독기관인 SEC를 통해 감독을 받고 있다.

만약 개인이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같이 고객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의 경우라면 자산의 운용과 보관이 분리되어 있기에 이 프로세스에 은행과 같이 커스터디 업무를 수행하는 수탁기관이 더 포함되게 된다.

주식시장의 거래에는 왜 이렇게 많은 기관들이 참여할까?

이는 주식거래 프로세스에서 일어나는  업무들을 분리하여 이해관계자들간의 충돌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여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투명한 거래를 위하여 거래의 중개와 주문의 매칭을 분리하였고, 거래 결과의 안전한 이행을 위해 청산과 결제과정을 분리하였으며, 고객 자산이나 거래자산의 안전한 보관을 위하여 보관업무를 분리하였다.

 

2) 크립토 시장의 현 실태


주식시장의 거래 프로세스와 비교할 때 현재의 크립토 자산 거래시장은 어떠한가?

현재 크립토 자산에 대한 어떠한 제도도 없는 상태에서 거래소라고 불리는 여러 사기업을 통해 크립토 자산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소는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의 중요기관으로 공공기관이며, 해외의 경우에도 라이센스를 받기 매우 어렵고 운영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반면 크립토 자산의 경우 아무런 요건 없이 ‘거래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마치 공적 지위를 가진 주식시장의 거래소처럼 오인될 수 있다. 적용할 수 있는 법규도 없는 상태다.

크립토 거래소는 자기 계좌 하에서 고객의 자산을 보관하고 있고 브로커와 딜러를 겸하고 있으며 거래의 매칭과 청산과 결제업무도 수행한다. 즉 주식시장에서 여러 기관을 통해 나누어진 업무들을 크립토 거래소라는 한 회사 안에서 모두 수행하고 있다.

원래 크립토 자산은 자산의 트랜잭션을 변조할 수 없게 기록하고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고 있기에 거래와 함께 청산과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 질 수 있다. 거래 과정에서 중간자를 줄일 수 있어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크립토 거래소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과는 관계없이 크립토 자산의 거래를 중앙화된 자신의 서버에서 처리하고 이를 자신의 공용 DB를 통해 관리하기에 스스로 모든 주문들에 대한 청산 결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단순 거래 매칭뿐 아니라 자신이 딜러역할도 수행하기에 거래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즉, 거래소가 자신의 자금으로 주문을 집행하며 가격을 조정 또는 조작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오히려 모든 주문을 보면서 집행하는 거래소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주문을 처리하는 룰, 예를 들면 시간 우선인지, 물량 우선인지 등 어떤 주문이 우선적으로 처리되는지에 관한 원칙도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다. 주문자들의 호가분포와 수량을 조작하거나 스스로 허수 주문을 만들어도 이용자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반면, 주식시장이나 일반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적절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자신의 자금으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동시에 낼 수 있는 것은 자격을 갖춘 딜러만이 할 수 있는 업무이며, 거래소는 단지 거래에 대한 매칭만 가능하다. 또한 거래소는 딜러에 대한 심사업무는 할 수 있어도 직접 딜러는 할 수 없다. 이는 거래소가 거래의 매칭과 딜러 업무를 수행할 때 생길 수 있는 심각한 이해상충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와 제휴한 국내 거래소들은 내부 거래 매칭, 즉 internalization이 가능한 브로커/딜러이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주문을 처리하고 상위 거래소들에 주문들을 전달하는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제공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경우 브로커/딜러들이 고객 주문 처리 시 따라야 하는 원칙이 있으며, 이 원칙 하에 세부적인 규칙을 정해놓고 현 시점에서 가능한 최선의 가격으로 주문을 처리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3) 분할시장에 대한 이해


크립토 거래와 국내 증권거래의 또 다른 차이점은 크립토 시장은 단일거래소가 아니라 하나의 종목이 여러 거래소들에서 동시에 거래되는 다중시장 구조, 즉 fragmented market(분할시장)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 주식이 다수의 거래소나 trading venue라고 불리는 ECN(Electronic Communication Network),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와 같은 거래기관들을 통해 거래되는 미국의 주식시장과 유사하다.

Fragmented market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과 규제들은 단일거래소의 경우보다 훨씬 복잡하기에 fragmented market에 대한 특성과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연구하지 않고는 적절한 크립토 거래에 대한 제도를 만들기 힘들다. 이를 위해 미국의 제도를 참조할 만하다.

Fragmented된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규제 조항을 참조하면 1997년 order handling rules, 1998년 Reg ATS, 2000년 Decimalization, 2005년 Reg NMS이며, 2010년 5월 flash crash라고 불리는 시장의 순간 이상 폭락을 경험한 후 HFT(high frequency trading. 고빈도거래)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CAT (2012), Reg SCI (2014) 또한 참조하여야 한다.

이 중 Reg NMS는 fragmented market을 규제하는 대표적인 법안인데 이는 market data rule, access rule, order protection rule, sub penny rule의 4개의 룰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2007년 Reg NMS가 실행된 이후, 이 규제는 오히려 규제의 한계를 테크놀로지로 극복하여 제도적 차익거래(regulation arbitrage)를 추구하는 HFT 거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실제로 2007년 이후 HFT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이는 2010년 flash crash, 2012년 대형 ECN인 Knight Trader의 파산을 거치며 서킷브레이크의 확장, Reg SCI 등 제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 시장의 제도는 지금도 꾸준히 개선이 논의되고 있고, 그 논의에는 기관참여자, 개인투자자, 브로커/딜러, 거래소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4) 크립토 시장 발전을 위한 제안


이러한 현재 주식시장의 구조와 공정거래를 위한 인프라, 특히 분할된 미국 주식시장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의 변천에서 앞으로 크립토 자산 거래의 시장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현재 크립토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만약 거래소를 자본금의 규모로 인가를 한다든지 이미 설립된 대형거래소에만 유리하도록 양적인 규제를 한다면 이는 기술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분야인 크립토 자산 쪽에서 혁신적인 기업의 출현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설립요건을 정의한 후 크립토 거래소들이 따라야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한 요건들을 마련하고 이 틀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시장발전을 위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요건으로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거래소는 자신의 자본으로 마켓메이킹과 같은 딜러에 해당하는 업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심각한 이해상충을 야기할 수 있다. 만약 자회사를 통해 이를 우회적으로 행할 경우 자회사에게 마켓데이터의 우선적 제공이나 어떤 우월적 편의를 제공할 수 없고 업무공간도 분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거래소는 거래의 매칭과 크립토 자산의 상장업무 외에는 할 수 없어야 하며 상장절차와 조건에 대해서도 공개하여야 한다. 만약 어떤 회사가 거래소인 동시에 딜러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면 거래소라는 명칭을 쓸 수 없고, 마켓메이킹을 하는 딜러인지 단순 브로커리지를 수행하는지에 대해 사용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러한 구분은 사실 forex(외환) 시장에서는 매우 보편적이다.

 

둘째, 중앙화된 거래소는 고객의 자산을 프라이빗키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가진 제3자에게 위탁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셋째, 거래소는 지정 마켓메이커 제도를 만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마켓메이킹을 수행하는 딜러의 경우 심사를 통해 등록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감독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넷째, 거래소는 한국거래소 수준의 시장감시 시스템을 구비하여 시세조작, 통정거래 등 불법적인 거래를 적출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감독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다섯째, 거래소는 모든 거래 기록에 대해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감독기관 또는 관련 SRO의 요구시 이를 제출할 수 있어야 하며, 마켓데이터를 시장에 공개하여야 한다.

 

여섯째, 거래소 자체 코인은 거래소 수익의 근원인 수수료에 대한 배당의 성격이거나 수수료에 대한 할인권의 성격이 크므로 이를 굳이 자체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기적인 수요나 이상 가격을 만들 이유가 없다. 거래소 스스로 만드는 상품에 대한 자체 상장은 거래소의 중립적 기능과 이해관계가 상충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금지하여야 한다. (파생상품의 경우 크립토자산의 경우라도 현행 자본시장법 상 유가증권이 되므로 이는 크립토 거래소의 해당상품이 될 수 없다. 하지만 크립토시장의 발전을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거래소에 예외적으로 크립토 파생상품의 개발과 상장을 허가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현재 크립토 시장을 보면 시장의 퀄리티를 알려주는 대표적 지표인 호가의 스프레드가 주식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크다. 또한 급격한 가격변동 시 이를 진정시켜주는 서킷브레이크 제도도 없다. 위와 같은 최소 요건들이 시행된다면 시장의 질적 수준이 호전될 것이며, 다른 방식의 양적 규제 없이도 우후죽순 생겨난 거래소들은 수익을 맞출 수 없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수행하는 거래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크립토 자산 거래 프로세스를 위하여 정부나 협회(SRO/자율규제기구), 또는 지정된 제3의 데이터 기업 등은 가능한 최소 시간 간격으로 NMS (National Market System)를 유지하고 이를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고지하여야 한다. 이는 고객이 주문한 종목의 체결가격이 다른 거래소 대비하여 불리한 가격에 거래되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기준가격이 되며 fragmented market을 유지하는 기초 인프라이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의 관점에서 크립토 시장에 필요한 인프라, 특히 fragmented market이기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크립토 자산은 상품의 성격도 갖기에 상품 시장의 구조를 반영할 필요도 있고, 이종 통화의 요소도 갖고 있기에 forex market의 시장구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크립토 자산의 경우 프라이빗키를 분실하면 찾을 수 없기에 안전한 보관을 담당하는 기관이 없다면 현물로 정산하는 선물시장을 개설하기는 힘들다. 또한 선물은 현물보유에 대한 헤지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유난히 변동성이 큰 크립토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다수의 투자자를 위한 크립토 펀드나 ETF 등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파생상품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거래소 그룹인 ICE에서 현물정산의 비트코인 선물을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는 대표적인 미국의 전통 금융 거래소들이 앞으로 크립토 시장의 성장을 가정하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3. 맺으며


전통 금융시장에서 규제의 원칙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의 보장과 투자자 보호이다.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얼마나 많은 도덕적 해이와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는지 자본시장의 역사에서 무수히 많은 사례를 보아왔다. 현재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작전세력의 의한 통정거래나 시세조작 등 불법적인 거래들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반면 아무 규제가 없는 크립토 시장의 경우 하루에도 수 조원의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불공정 거래들이 일어나고 피해자가 속출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자산의 디지털화 또는 토큰화는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앞으로는 security token과 같이 많은 유가증권이 토큰으로 대치되거나 유동화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만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새로운 토큰들이 계속 상장될 수 있다. 적절한 규제는 이를 진흥시킬 수 있지만 잘못하면 혁신의 싹도 틔우지 못한 채 고사시킬 수도 있다.

크립토 시장에 대한 정책은 거래소에 대한 적절한 규제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프로세스를 통하여 적절한 가격발견 기능을 수행할 때 이를 이용한 자금조달이나 거래 등도 활성화 될 수 있고 관련 산업도 진흥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나 책임회피를 위한 규제, 또는 기존 기득권을 보호하거나 진입을 제안하는 규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양적 규제는 대부분의 경우 혁신을 가로막았다. 세계 금융을 리드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만들 수 있는 전향적이고 혁신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아래는 황현철 박사의 토론회 현장 발표 내용.

 

지난 20여년 간 금융계에 있었다. 학계에도 있었고, 핀테크 회사도 하고 그랬는데 금융과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20여년 시간 보냈다.

크립토 시장을 금융인이나 기술 쪽 담당하는 시각에서 보니까 미비한 점이 많다. 홍준기 대표님께서 자세히 설명해주셨지만, 저도 기관투자자로서 여러 투자도 해보고 큰 기관에도 있었던 만큼 어떻게 이런 시장에서 거래가 이렇게 일어날 수 있을까, 또 이런 시장이 어떻게 방치될 수 있을까, 또 투자 인프라가 이렇게 없는데 어떻게 펀드들이 만들어질까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100여년 동안 자본 시장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위해 꾸준히 제도가 발전돼 왔다. 그 시각에서 봤을 때 크립토 시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말하겠다.

먼저, 논의 전에 잠깐 대체 토큰이 뭐고, 왜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고, 이것이 지속가능한 거래 대상이냐, 또 거래소란 것은 결국 토큰이 유통되는 건데 규제 측면에서 볼 때 발행되고 나서 그게 필요에 의해서 유통도 되고 거래도 되고 또 실제적으로 사용도 돼야 하는데 토큰의 본질 가치 무엇이길래 거래소가 나와서 거래되고 있을까, 이런 큰 측면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먼저 살펴보고 그 중 한 프로세스인 거래소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발표자료) 인트로에 그런 말을 써봤다.

그렇다면 거래소란 게 만들어졌다. 시장으로 봤을 때 유통을 위한 시장과 투자를 위한 자본 시장이 있고, 둘 다 가진 시장 있는데 사실 유통을 위한 시장은 가격 결정 기능보다 가격이 대부분 고정된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토큰을 보면, 지금 거래되고 있는 토큰은 소위 말해서 사용권에 해당하는 유틸리티 토큰이다. 그래서 이건 증권법 적용 받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거래소가 만들어지고 토큰이 유통돼 왔다. 사실 사용권은 본질 가치가 제한적인, 고정가격에 의미가 있음에도 투자를 위한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하는 '투자를 위한 시장화'가 돼 버렸다.

실제적으로 사용 가치가 거의 없음에도 미래에 대한 가치를 예상하고 이를 거래소에서 유통시켜 버린다. 그렇다고 하면, 투자를 위한 시장이 갖춰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봐야한다.

지난 100여년 간, 우리가 규제에 대한 원칙 얘기할 때 투명성, 공정성, 안전성, 투자자 교육/보호,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규제의 가치였다. 그 다음에 이런 것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크립토 시장과 자본 시장, 주식 시장을 비교하면 인프라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주식 시장을 보게 되면 브로커/딜러가 있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계좌 만들면 거래소에 직접 거래하는 게 아니라 브로커/딜러를 거쳐서 거래를 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 브로커/딜러가 담당하는 많은 기능이 있다. KYC(고객파악제도)/AML(자금세탁방지)도 하고, 마켓메이킹 역할도 딜러가 한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기본적으로 자산의 트랜잭션을 기록하면서 거래가 이뤄짐과 동시에 청산과 결제가 이뤄질 수 있는 기술인데, 사실 거래소는 블록체인과 전혀 상관 없는, 토큰을 거래하는 중앙화된 거래소다. 그 안에서 청산/결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경우 청산과 결제 업무도 완전히 분리돼 있다.

기관 투자자가 들어가거나 개인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금 보호 위해서 한국은 한국증권금융이라는 기관이 있고, 투자된 대상은 수탁기관인 커스터디 안에서 보호하고 있다. 이런 주식 시장 인프라가 있는데 크립토 시장에서 보면 이 모든 기능을 거래소가 다 담당하고 있다. 이 기능을 다 분할/분리 해놓은 이유가 있는데 (크립토 거래소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떄문에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이해상충 문제, 투자자 보호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투자를 위한 시장으로서 거래소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능들을 거래소가 통합해서 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크립토 거래소가 하나가 아니라 국내에만 100개 넘는다고 하는데, 주식 시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 거래소지만 미국은 50개 넘는 곳에서 동시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마켓을 '분할된 시장(fragmented market)'이라고 한다. 이런 마켓에서의 규제를 만드는 것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일 마켓에서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Fragmented market을 규제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야 하는데 '오더 프로텍션 룰(order protection rule)'처럼 어느 거래소를 이용해도 한 상품을 거래할 때는 그 시간에 가장 최선의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있다.

즉, 미국이나 fragmented market에 대한 규제를 참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증권법 규제의 큰 내용들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게 시장조작 금지(manipulation prohibition), 선행 거래 금지(front running prohibition), 내부자 거래 금지(insider trading prohibition)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크립토 시장에선 인프라, 규제 문제 등 때문에 이런 부분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크립토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규제해야 하나? 토큰이 만들어지는 근원은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에서 시작된다. 그 비즈니스 자체를 규제하지 말고 그 산물인 토큰 거래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거래되도록 규제하는 게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토큰을 만드는 비즈니스는 토큰을 만든다는 이유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 실수요자가 있는 토큰이 있다면 실수요자 사이의 교환이나 거래는 거래소가 없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제안은 6가지 정도로 요약했다. 투자자나 금융위 입장에서는 양적 규제보다 질적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 거래소의 딜러 겸업 금지 및 제한
* 거래소 수탁자산의 제3자 수탁 의무화 : 프라이빗 키의 안전보관 의무화
* 거래소 지정 마켓메이커 제도 : 마켓메이커 요건, 자격, 감독
* 거래소 시장감시체제 및 시스템 구축 의무화
* 거래소 거래기록 실시간 저장 및 마켓데이터 제출 의무화
* 거래소 자체 토큰 자체 상장 금지

일단 크립토 거래소가 딜러를 겸업하고 있는데, 겸업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마켓메이킹이나 시세 조종 등 폐해가 많다. 딜러 겸업을 금지하거나 제한 조건 등이 필요하다. 거래소에서 자산이 분실되거나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게 크립토 자산의 특징인데, 프라이빗 키의 안전한 보관을 의무화하는 제 3자 수탁 의무화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마켓메이킹 기능이 어느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금융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지정 마켓메이커 제도를 둬서 그 자격을 감독하고 지정해라. 또 시장감시체제를 구축해라. 우리나라 주식거래소를 보면 작전거래, 통정거래 등 불공정 거래가 항상 거래소가 아니라 투자자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증권거래소 수준으로 시장감시체제를 갖춰야 한다. Fragmented market에서 요구되는 사항인데 거래 기록과 마켓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해서 요구시 제출하고, 제 3의 마켓 데이터 제공업체에 공급해라. 마지막으로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일부 거래소들이) 채굴 토큰을 만들어서 발행하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자기가 거래하는 만큼 보상을 받는거면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줄 수 있다. 거래소의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라면 증권형 토큰인데, 이걸 어떻게 심사도 없이 자체 상장하고 가격 기능을 넣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문제다. 이건 거래소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 상장에 해당된다고 보인다. 자체 토큰 상장을 금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말씀 드리면, 저는 정부가 도대체 왜 대책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잘못된 대책을 세우면 안 하는 것만 못하지 않다는 것인가? 이러다 보니 골든타임이 이미 지나갔다. 결국 우리는 기술을 개발해서 리드하는 사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유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앞서 자본금 30억원이나 20억원을 기준으로 한 자본에 의한 진입 규제, 양적 규제를 말씀 하셨다. 이게 문제가 아니라 위 요건을 지키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경쟁할 수 있는 질적 규제가 돼야 한다. 또 올해 초만 해도 투기 광풍이 분 원인이 무엇이냐? 금융을 하고 있었던 사람 입장에선, 투자할 만한 상품이 특히 청년들에게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작은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상품도 없었고, 기대하는 수익률 줄 만한 상품도 없었고, 시장에 접근 할 수 있는 편한 유저 인터페이스도 없었다. 이때 등장한 코인/토큰이 광풍을 만들었다.

그런 상품 만들어낼 수 있는 규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향후에도 새로운 기술 발전에 의해 토큰은 계속 발행이 될 텐데,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잘문을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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