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다단계 암호화폐 사기는 이런 모습이다
이더리움 기반 P2P 대출 앞세운 BHB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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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ie Zhao
Wolfie Zhao 2019년 3월8일 07:00
A Crypto Project That Raised $20 Million Is Caught Faking Its Founding Team
BHB 프로젝트 위챗방 관리자 리렌빙. 이미지=BHB 위챗


 

중국에서 시작한 BHB라는 이름의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있다.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서만 우리돈 230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는데, 취재해 보니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개인 간 직접 대출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라고 선전한 BHB 프로젝트의 론칭 일자는 2018년 12월 2일. 그러나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월 18일에 이미 한 지역 언론이 BHB 프로젝트는 불법 다단계 사기라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가 자체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프로젝트를 시작한 창립자들의 신상 정보부터 잘못됐다. 실제로 프로젝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학 교수들의 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버젓이 홈페이지에 실은 것이다. 해당 교수들은 자신들은 BHB 프로젝트에 관해 들어본 적도 없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BHB는 웹사이트를 닫았지만, 폐쇄하기 전 웹사이트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성원이라며 다음 세 명을 소개하고 있었다. 사진 순서대로 바비 화이트(Bobby White)라는 금융공학 전문가, 블록체인 전문가 데이비드 첸(David Chen), 그리고 제품 디자이너 그레고리 모스(Gregory Moss).



문제는 바비 화이트의 사진은 중국 칭화대학교 경제학과 홈페이지의 교수 명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알렉산더 화이트(Alexander White) 교수의 사진과 똑같다. 그레고리 모스의 사진도 중국 홍콩대학교 철학과 소속 그레고리 모스 교수의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하지만 두 교수 모두 자신들은 BHB 프로젝트를 들어본 적도 없고, 당연히 프로젝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제 사진을 그런 목적에 무단으로 가져다 쓰면서 이름도 제 이름이 아닌 바비 화이트로 바꿔썼다는 건 분명 사기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화이트 교수는 말했다. 모스 교수도 자신은 BHB라는 곳에 자신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마케팅 목적으로 써도 좋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첸이라고 소개된 인물이 실제로 누구인지는 찾을 수 없었다.

주요 구성원의 신상 정보가 틀렸을 뿐 아니라, 웹사이트에 게재한 연락처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 연락처가 대부분이었으며, 미국 뉴욕시에 있다는 본사의 주소도 실제로 있지도 않은 주소(22/121 Apple Street)였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판매 방식


BHB 프로젝트의 자체 암호화폐인 BHB 토큰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는 XBTC.CX라는 중국 거래소 단 한 곳밖에 없다. 이 거래소도 사실상 BHB 토큰을 거래하는 용도 외에는 별다른 존재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BHB 토큰은 채굴할 수도, 에어드롭을 비롯한 미리 프로그램된 방식으로 받을 수도 없다. BHB 토큰을 직접 사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XBTC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토큰을 사거나 XBTC의 위챗 채널에서 장외거래 방식으로 위안화를 내고 토큰을 사는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를 론칭한 지난해 12월 2일, XBTC 거래소는 24시간 이상 BHB 토큰을 7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BHB 토큰 시장 가격의 7%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테더 토큰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사흘 뒤인 12월 5일, XBTC는 별다른 설명 없이 배당금 지급율을 7%에서 1.3%로 줄였다.

또한, XBTC 거래소는 BHB 토큰 출시 첫 날부터 신규 고객을 유치하면 추천한 사람에게도 보상을 지급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BHB 토큰을 700개 이상 새로 사서 보유하는 고객이 누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확인해주면 추천인은 신규 고객이 보유한 BHB 토큰의 1.5%에 해당하는 보상을 테더 토큰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XBTC는 하루에 한 번씩 추천인 목록을 정리하고 보상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 한 사람이 두 번째 계정을 열어도 두 번째 계정에 보유한 금액의 1%를 매일 배당금 형식으로 원래 계정에 지급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거래소에 계정을 만들거나 처음 BHB 토큰을 살 때 내야 하는 가입비 명목의 회비는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BHB 프로젝트는 기존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나 보상을 순전히 새로 유입된 신규 고객의 주머니에서 빼낸 돈으로 지급하는 사업 모델을 채택한 것으로 보였다.

이런 방식의 홍보와 판매 전략은 다단계 방식이자 피라미드 사기로 규정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중국에서 다단계 판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이미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BHB 프로젝트가 다단계 사기로 보인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이들의 돈으로 앞서 제품을 산 이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라는 지적이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2005년 법을 제정해 다단계 사기를 뜻하는 촨쌰오(传销)를 금지했다.

BHB 토큰과 XBTC 거래소를 대표하는 위챗 채팅방을 관리하는 24살 리렌빙이라는 인물은 BHB 프로젝트가 다단계 사기 아니냐는 지적에 반박하며 BHB 프로젝트는 "자유로운 커뮤니티를 통한 사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리렌빙은 항저우에 있는 벤처기업 모캐피털(MoCapital)을 세운 인물이고, 모캐피털의 웹사이트 도메인은 산둥성 지난지에 있는 모하 테크놀로지(Moha Technology)라는 기업이 등록, 관리하고 있다. 리렌빙은 모하 테크놀로지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이미 수많은 투자자가 발을 들였다


BHB 프로젝트에 발을 들여 토큰을 산 투자자들의 숫자와 투자 금액은 절대 작지 않다. XBTC 거래소는 매일 테더 토큰을 통한 BHB 토큰 거래량이 2,100만 달러, 약 230억 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BHB 토큰을 선보인 날부터 XBTC 거래소는 매일 배당금 지급 현황을 업데이트하며 수많은 고객이 실제로 보상을 받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지난 1월 24일을 기준으로 XBTC 거래소는 총 25,732명이 지금까지 배당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토큰을 최소한 700개는 들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어쨌든 거래소는 2만5천 명 넘는 고객을 유치했고, 고객들은 적어도 1,800만 개 이상의 토큰을 사들였다. 출시 첫 날 개당 $1.10에 판매된 BHB 토큰은 한 달 만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현재 모든 고객이 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격이 오르기 전인 12월 초에 토큰을 샀다고 가정해도 XBTC 거래소에 모인 돈은 2천만 달러, 우리돈 약 230억 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프로젝트의 밑천이 얼마 가지 않아 드러났다는 데 있다. 지난 1월 25일 BHB 프로젝트는 화려한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는데, 행사 이틀 뒤인 1월 27일 BHB 토큰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토큰 가격은 한 시간 만에 $1.70에서 $0.60으로 폭락했고, 1월 29일에는 $0.20까지 곤두박질쳤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두 번째 계좌를 열어 배당금을 지급받은 고객의 숫자도 1월 28일에 19,873명, 1월 29일에는 17,358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급격한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BHB 프로젝트는 재빨리 조치를 취했다. 모든 배당금 지급과 BHB 토큰 인출을 2월 초인 춘절 연휴가 끝날 때까지 일시 중단하고 연휴가 끝나고 나면 서서히 영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후 한 달이 더 지났지만, 아직 배당금은 지급되지 않고, BHB 토큰을 테더 토큰과 바꾸려는 요청은 처리되지 않고 있다. BHB 프로젝트의 위챗 채팅방에는 투자자와 고객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지만, BHB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답변 외에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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