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날 편하게 해주었다. 뭔지는 몰라도”
[인터뷰] 코인원트랜스퍼 크로스 이용자 멜로디 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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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4월10일 11:00
코인원트랜스퍼의 블록체인 해외 송금 크로스 서비스 이용자 멜로디 삼손이 휴대전화에 뜬 송금 서비스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이주한 삼손은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 덕분에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정인선 기자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는 국경을 어떻게 넘고 있을까? 실제로 은행같은 전통적인 금융시스템보다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을까?

여기 코인데스크코리아가 9일 안산에서 만난 필리핀 국적 이주 여성의 사례를 보자.

멜로디 삼손(33)은 지난 2013년 결혼과 동시에 경기도 안산으로 왔다. 이주 초기엔 한국어가 서툴고 육아 부담이 컸다.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머나먼 고향엔 뇌졸중과 당뇨병을 앓는 아버지가 있었다. 다른 가족도 있었다.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 싶었다. 결국 매번 남편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삼손은 한국에 온 이듬해부터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필리핀의 한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한국산 옷과 가방, 신발 등 제품을 도매로 사서 필리핀에 보냈다.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았다. 2년 전부터는 교사가 됐다. 영어 학원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가르친다.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가능해진 일이다.

삼손은 이렇게 번 돈을 필리핀의 가족에게 보냈다. 처음엔 은행을 생각했다. 은행을 통한 해외 송금은 통상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을 거친다. 수수료뿐 아니라 전신료와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 등을 모두 따로 내야 한다. 거치는 단계가 많으니 오래 걸린다. 삼손은 무엇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영업시간에 맞춰 은행에 가는 일 자체가 번거로웠다"고 했다.

삼손은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는 모바일 해외 송금 서비스를 알게 됐다. 편리했다. 그러던 어느날 페이스북에서 '크로스'라는 서비스를 접했다. 수수료가 저렴해보였다. 초기 고객이 됐다. 하지만 속도가 느려보였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는 30분~1시간인데 견줘, 지난해 말 서비스 시작 당시 크로스는 1~24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장점이 있었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는 수취인이 돈을 받았는지 확인을 할 길이 없었다. 크로스는 바로 문자메시지로 알려줬다.

 

멜로디 삼손의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 크로스 이용 내역. 삼손은 주로 3만원~15만원 안팎의 소액 송금을 위해 크로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사진=정인선 기자


 

어느새 속도도 빨라졌다. 그는 "지금은 1분 정도면 바로 송금 완료 문자를 확인할 수 있어, 한달에 서너번 꼴로 이용한다"며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에게 목돈을 보내면 계획적이지 않은 소비를 할까 봐 10만원 안팎의 돈을 1~2주에 한 번씩 보낸다"고 말했다.

크로스(Cross)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자회사 코인원트랜스퍼가 리플의 엑스커런트(X Current) 솔루션을 활용해 시작한 해외 송금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필리핀을 대상으로 첫 서비스가 이뤄졌다. 블록체인 기반 송금은 코인원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뿐 아니라 은행과 우체국 등 금융기관, 페이스북알리페이 등 기업들도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글로벌 송금 서비스 업체 유니온페이도 이달 초 필리핀 송금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코인원트랜스퍼는 현지 특화 고객 서비스(CS)와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

크로스 필리핀 서비스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삼손도 '현지 특화' 서비스의 장점을 강조한다. "언젠가 크로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수취인의 이름을 잘못 써서 고객 상담을 받았다. 필리핀어(타갈로그어)로 바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편리했다. 이전에 여행 예약 등 다른 서비스의 경우 필리핀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한국어와 영어만 가능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는데 그 때와 비교됐다."

삼손에게 크로스 서비스가 가져다준 가장 큰 의미를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남편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비롯해 '편하게' 살고 싶어서." 삼손은 오히려 주위에 베풀 수 있게 됐다. 그가 추천한 지인이 크로스에 가입하면 5천원 상당의 수수료 할인 혜택을 받는다. 그 지인이 실제 송금을 하면 또 건당 1천원 상당의 혜택을 받는다. 삼손은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려운 친구를 위해 필리핀 현지로 송금을 대신 해 주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삼손에게 블록체인은 어떤 의미일까? 삼손은 크로스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2년 전 한때 필리핀의 한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100만원 어치 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이냐"라고 물을 정도다. 그에게는 어떤 기술이냐가 아니라, 무엇이 편리하냐의 문제가 훨씬 중요해보였다. 2년 전 샀던 비트코인은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얼른 팔아치웠다.

 

국내 당발 및 타발 송금 규모 (2017년 기준). 이미지=코인원트랜스퍼 제공


 

코인원트랜스퍼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해외송금의 양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7년 기준 당발(국내→해외) 및 타발(해외→국내) 송금 시장 규모는 약 17조원으로 집계되며, 음지에서 오가는 돈의 규모를 포함하면 약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국가별로 약 30% 이상의 해외송금이 은행을 통하지 않고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을 통해 음지에서 이뤄지는 송금을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크로스는 웹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버전에 이어 8일 iOS 버전을 출시했다. 신원희 코인원트랜스퍼 대표는 "iOS 버전 출시를 통해 보다 폭넓은 고객층에게 빠르고 안전하고 간편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해외송금은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크로스는 현재 필리핀 외에도 중국, 태국 등 총 7개 국가 대상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송금 시간은 국가별로 최소 5분, 최대 24시간 소요되며, 송금 수수료는 모두 1% 수준이다. 코인원트랜스퍼 쪽은 “2018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의 86%을 차지하는 아시아 국적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국가를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각 나라의 로컬 매니저 고용 등을 통해 국내 체류 외국인 고객의 송금 편의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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