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 크라우드펀딩 무산...금융감독원 전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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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4월26일 15:05
지난 24일 시작하려던 코인원-크라우디 토큰 크라우드 펀딩이 무산되기 전 금융감독원이 해당 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를 향한 정부 당국의 곱지않은 시선이 결국 사업 철회로 이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6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크라우디는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과 토큰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관련 부서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코인원은 크라우드 펀딩 개시 전날인 23일 저녁 "규제 불확실성"을 들어 잠정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이튿날 크라우디도 "코인원의 요청"을 들어 펀딩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크라우디의 통화가 몇차례 이어진 뒤, 코인원이 사업 중단 결정을 내린 셈이다.

크라우디는 24일 오후 웹사이트 공지를 통해 "협업 파트너인 코인원의 요청으로 케이스타라이브 토큰 크라우드펀딩 진행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미지=크라우디 웹사이트


 

금감원 당국자는 크라우디와의 통화와 관련해 "크라우디가 정부 지침을 숙지하지 못한 채 그에 반한다고 보일 만한 일을 진행하려는 건 아닌지 잘 확인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말했다. 이 당국자는 자신이 말하는 '정부 방침'이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금융회사가 가상통화 거래업에 관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2017년 9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에서 나온 정부 입장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대로 크라우디는 금융위에 등록된 금융회사이자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수 있는 금감원의 관리·감독 대상이다. 반면, 금감원은 감독 대상이 아닌 코인원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9월 금융위원회는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개최했다. 이미지=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그러나 금융 당국 관계부서가 직접 '잘 살펴보라'는 연락을 한 것 자체가 해당 사업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전달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사실상 중단을 압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크라우디와 협업을 진행하다가 최종적으로 중단 결정을 내린 코인원은 암호화폐 거래소다. 정부는 거래소를 벤처기업 지정 업종에서 제외시키고, 폐쇄까지 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는 등 줄곧 부정적 시선을 내비쳐왔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으로선 정부 당국의 그런 메시지가,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협력사한테 갔다는 데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법률이 없는 현실 탓에 규제 당국이나 시장 참여자가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당국자가 크라우디에 '주의하라'고 했던 것도 실제 법률이 아닌 정부 방침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 당국자도 "법령이 아닌 지침에 불과해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코인원 쪽은 크라우디와의 제휴를 시작하기 전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쳤지만 관계기관으로부터 직접 자문을 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관계기관의 유권해석 없이 내부 법률 검토 만으로 크립토 펀드 사업을 진행했다가 정부 압박으로 지난해 11월 폐업한 거래소 지닉스의 사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크라우디 쪽은 금감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통화의 내용 및 성격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주원 크라우디 대표는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권리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 37조 2항 내용을 게시했다. 암호화폐 관련 법률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공식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한 불만 또는 비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주원 크라우디 대표는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제37조를 인용했다. 이미지=김주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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