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블록체인, 제2의 비자카드를 꿈꾼다
[인터뷰]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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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병철 2019년 5월13일 07:00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출처=KEB하나은행 제공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출처=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은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 중 하나다. 지금까지 47개의 블록체인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출원했고, 지난 4월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 결제서비스인 GLN(글로벌로열티네트워크)를 시작했다.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회사의 도전이 거센 상황에서 기존 금융시장을 지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하나은행은 블록체인을 도입해 국제 시장에 진출을 꿈꾼다. 이런 기술 변화의 중심에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이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2일 한 부행장을 만나 하나은행의 블록체인 사업의 현황과 계획을 물었다. 그는 "금융에서 블록체인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매우 많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특허를 내고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블록체인을 어떻게 바라보나?
블록체인은 기술적 완성도 논란도 많고 아직 혼란스럽다. 처음에 너무 암호화폐 위주로 빠져서 왜곡되면서 사람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갖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도 처음에 나온 후 안정적이 될 때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블록체인을 어떻게 쓰냐는 기업이 어떻게 하기 나름이다.

하나은행은 특허를 47개 냈다. 예를 들어 차용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10만원 빌려줄 때 차용증을 쓰는 건 쉽지 않다. 그럴 때 애플리케이션에서 주고 받으면 블록체인이 차용증이 되는 거다.

최근 개발한 건 대학 학생증이다. 옛날엔 학교에서 발급했지만 지금은 은행이 체크카드 형식으로 발급한다. 이 절차가 2주 걸린다. 근데 학적부를 블록체인에 올려 (학교, 은행이) 공유하면 발급이 2~3일 안에 끝난다.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사진 왼쪽)과 이진한 고려대 연구부총장이 지난 19일 블록체인 기술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KEB하나은행


 

세계은행은 무역 거래에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한다. IBM, 오라클 같은 ICT 대기업의 블록체인팀은 굉장히 크다. 외국은 차근차근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한국이 지나치게 거창하고 혼란스럽게 얘기하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왜 그리 블록체인 기술에 부정적인지 모르겠다. 단지 기술의 완성도나 쓰임새에 대한 근거를 가져오라는 건 이해하는데, 블록체인 자체를 부정하는 건 무리가 좀 있다.

-암호화폐 때문 아닌가?
주객이 전도됐다. 블록체인 때문에 암호화폐가 존재하는 건데 암호화폐를 위해 블록체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왜곡됐다. 그것 때문에 더 혼란스러운 것 같다.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을 암호화폐에 투자해서 일확천금 벌려는 건 정말 잘못된 것 같다. (내가 블록체인) 강의를 했는데 아주머니들이 이 암호화폐는 어떻게 되겠냐 저건 어떻게 되겠냐 묻더라. '아 이 분들 어떻게 하지?' 정말 가슴이 아팠다. 기자들도 암호화폐를 많이 샀더라. 자기가 샀으니 그 암호화폐에 대해서 안 띄울 수 있나.

우리가 신용카드를 쓰면 포인트를 준다. 비행기 타면 항공사 마일리지를 준다. 쇼핑과 이동이 목적이다. 근데 비행기도 안 타고 마일리지가 목적이 되면 되겠나. 어쨌든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시키면서 모색하면 된다. 그리고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나은행은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나?
크게 두개다. 하나는 블록체인 활용한 글로벌 비즈니스다. 또 하나는 내외부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거다.

출금 절차를 보자. 옛날엔 은행 창구에 통장과 인감을 가져가야 했다. 은행원에게 받은 청구서에 계좌번호, 주소를 적고 도장을 꽉 찍어 냈다. 그러면 은행원이 인감 원장을 가져와 확인하고 통장에 돈을 껴서 줬다.

지금은 ATM에서 출금한다. 프로세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렇게 바꿀 수 있는 여지가 과거보다 미래엔 크다고 한다. 블록체인 활용도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바꿀 수 있는 게 무지하게 많을 거다.

-블록체인은 신뢰기관인 중개인을 없애는 프로토콜이다. 비트코인은 P2P로 개인들이 직접 송금하자며 은행을 없애려는 시도였다. 이런 것들이 하나은행의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지 않나?
있지 않다고 생각했으면 우리가 이런 짓을 안 한다. 앞으로의 변화가 금융회사에 상당한 변화를 요한다고 생각해서 전 세계 은행들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거대 금융회사인 비자, 마스터카드는 지난 20~30년 동안 독점적인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게 영원할 수는 없다. 이들의 변화는 새 기업의 고객경험이나 기술력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아버님 때보다 우리 대가 더, 우리 대보다 우리 밑이 더 영특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존 전통 금융기관은 전통적인 인프라에 투자한다. 근데 새 기업은 대부분 미래에 투자한다. 그러니 기업 규모가 아무리 차이나도 미래 투자 규모는 그들이 우리보다 클 수 있다.

기존 전통 기업은 조심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이 생긴 후 사라진 유통회사가 많다. 앞으로 10년 후 은행도 마찬가지 아닐까?

-금융은 면허 사업이다. 이게 바뀔 것이라고 보나?
정부가 이미 면허를 분리해서 주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국가 입장에선 글로벌 경쟁력 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키울 수 밖에 없다. 전통 금융회사와 신생 기업 중에 더 부가가치가 높은 걸 선택하는 거다. 아무래도 부가가치는 신생 기업들이 높지 않나.

한국 금융시장만 보면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아시아로 보면? 지금도 반도체, TV, 조선 산업을 한국 시장만 보고 하나? 역시 이 싸움도 글로벌로 갈 거다.

(정부 정책이) 한국의 부가가치를 넓히는 방향으로 갈 텐데, 기존 전통 금융산업을 보호하면서 그들이 세계로 가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것도 약하게 말한 거다.

GLN 개념도. 출처=KEB하나은행 제공
GLN 개념도. 출처=KEB하나은행

GLN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 지급결제 서비스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멤버스'에 들어가 선불전자지급수단인 ‘하나머니를 충전하면 외국의 GLN 가맹점에서 현지 화폐 없이도 스마트폰 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2017년 초 GLN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5개국의 은행 등 51개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지난 4월 타이신 은행과 대만 서비스를 시작했고 곧 태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GLN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엔 꼭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던 게 아니었다고 들었다.
아니다. 처음엔 블록체인으로 좀 더 세게 하려고 했다. 근데 암호화폐가 너무 부정적으로 흘러서…(수정했다).

사업 시도 중에 큰 장벽도 있었다. 법률에 해외 결제지급수단이 신용카드, 현금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전자화폐(선불전자지급수단)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재부가 올 초에 풀어줘서 그걸 기반으로 이번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GLN 제휴사들의 나라에서도 법적으로 허용돼야 하지 않나?
하나 하나 풀면 된다. 신용카드도 한번에 열리지 않았다. 한국엔 1970년대 신용카드가 들어왔는데, 아직 신용카드가 없는 나라도 있을 수 있다.

네트워크는 하나하나 모일수록 강해진다. 어느 나라는 되고, 어느 나라는 안되다가 점점 커질 것이다. 사람들이 'GLN 가맹점이 적다'고 하는데 비자, 마스터카드 가맹점도 (세계에 퍼지는데) 30년 걸렸다.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짧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미 가맹점도 잘 모아놨다. 5월17일 태국에서도 GLN 서비스를 시작한다. 은행, 리테일사, 대형 유통사, 통신사도 들어와도 된다.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데 부가가치가 엄청 큰 사업이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도 해야 하고 GLN 준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이정도 콘셉트를 가지고 일하면, 정말 한국(정부)이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게 국가 자산이니까. 개인 소망은 전세계 사람들이 물어볼 만한 금융기관 본사가 한국에 들어서는 것이다. 스위프트, 비자, 세계은행 본사가 어디에 있지? GLN은 한국에 있지.

-페이스북, JP모건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은데 아직은 한국에서 논할 단계는 아니다.

-향후 선불지급수단, 포인트, 마일리지가 모두 암호화폐로 바뀔 것으로 보나?
그건 노코멘트하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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