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센서스2019] 한국 블록체인, 쭉정이는 가고 성숙한 열매가 남았다
뉴욕에서 읽은 한국 크립토 시장 어젠다 변화 ①글로벌 대중화 ②규제 불확실 돌파 ③플랫폼→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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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5월21일 08:00
지난해 5월 개최된 컨센서스 2018에는 8000명 넘는 참가자가 몰렸다. 1년 뒤 컨센서스 2019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300여명이 등록했다. 2017년 말 상승장 이후 과열됐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반토막이 난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다수 한국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들은 “오히려 시장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신호”로 읽었다.

대중화 함께 이룰 글로벌 파트너 어디 없나


국내 기업들이 컨센서스를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국외 사업 파트너 확보였다.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선 한국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단위에서 이용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특히 플랫폼 블록체인을 개발중인 기업들의 행보가 눈에 띄었다. 서비스·기업 특화 플랫폼 '클레이튼(Klaytn)'과 '루니버스(luniverse)'를 각각 개발하고 있는 그라운드X(Ground X)와 람다256(Lambda 256)은 전시관에 별도 부스를 설치해 모객에 나섰다. 두 기업은 모두 카카오가 지난해 설립한 블록체인 관계회사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현지시간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컨센서스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컨센서스 첫날인 13일 '카카오와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대중화 선도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카카오가 이미 확보한 5000만 명의 이용자, 세계 각국 IT 기업으로 구성된 '거버넌스 카운실(블록체인 노드 운영 책임자)', 그리고 올해 하반기 다양한 서비스 비앱(BApp, 블록체인 기반 어플리케이션)을 런칭할 서비스 파트너 기업 등 3가지 채널을 통해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는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마련한 '한국 블록체인 기업 라운지'에서 루니버스 BaaS(Blockchain as a Service, 서비스형 블록체인) 2.0을 소개했다. 정권호 람다256 전략팀장은 "루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댑을 개발하고 블록체인 개발 서비스를 제공할 해외의 잠재적 파트너 기업을 많이 만나고 돌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규제 불확실 탓에 해외로 눈 돌리는 기업들


국내 기업들이 국외 파트너 물색에 필사적인 이유는, 국내에선 규제 불확실성으로 사업 추진이 한계에 맞닥뜨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지털 자산 토큰화 특화 블록체인 플랫폼 '코드체인'을 개발 중인 코드박스(Kodebox)가 대표적이다.

코드박스는 BFT PoS(지분증명 합의 알고리듬) 기반의 코드체인 엔진을 자체 개발해 지난 4월 메인넷을 출시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증권형 토큰 발행(STO)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발행에 앞서 주식 공모(IPO)를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태도가 부정적이다. 박재원 코드박스 사업개발팀장은 "더 넓은 해외 시장에서 자산 토큰화를 하려는 팀을 만나려 컨센서스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컨센서스에 자국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 현황과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공간을 차렸다. 출처=정호석


오는 6월 클레이튼 메인넷 출시를 앞둔 그라운드X도 컨센서스를 국내의 규제 불확실성을 극복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 김열매 그라운드X 디렉터는 "국내에서 암호화폐 공개(ICO)와 암호화폐 거래소 공개(IEO)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외에 클레이(Klay) 토큰 보유자를 늘려야 메인넷 및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 댑 이용자를 글로벌 단위에서 확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원하지만 규제 이슈로 망설이는 해외 기업을 겨냥한 행사도 열렸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 변호사는 14일 한국 블록체인 기업 라운지에서 '한국 암호화폐 관련 규제 환경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고 해외 기업들에게 법무 상담을 제공했다. 마침 옆 회의실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자국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 현황과 기업을 홍보하기 위한 공간을 차렸다. 정 변호사는 "한국 정부도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품 꺼지고 진짜 선수들만 남았다"


한국 참가자들은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거의 해마다 컨센서스 행사에 참석하는 이준행 스트리미(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대표는 "과거엔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 그리고 코인베이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가 전시 부스와 자체 행사를 마련한 반면 올해는 거의 사라졌다"며 "이들 없이도 현 시점의 중요한 이야기를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산업이 성숙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도 "지난해 보였던 프로젝트 가운데 올해는 안 보이는 곳이 많다. 베어 마켓(시장 침체기)을 지나며 부실한 프로젝트가 많이 걸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호석 변호사는 "이제 블록체인 관련 행사도 기존의 IT 및 스타트업 관련 행사와 마찬가지로 사업의 본질과 기술 혁신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황현철 아톰릭스컨설팅 파트너 겸 재미한인금융기술인협회(KFTA) 회장은 "브로커리지, 수탁 등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가 마련되어 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플랫폼→서비스


예전엔 플랫폼 블록체인 개발과 토큰 판매를 통한 자금 모집 위주의 논의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 개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서준 대표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의 확장성을 개선하기 위한 레이어2 단계 개발, 그리고 게임과 금융을 비롯한 댑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넘어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겨레 5월21일치 19면과 인터넷한겨레에 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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