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디자이너 함께했더니 댑이 확 달라졌어요
[이드콘2019 인터뷰④] 강하다 - 프로덕트 매니저가 접근하는 댑과 UX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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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김외현 2019년 5월20일 15:00
이드콘 2019에 발표자로 참가 예정인 프로젝트매니저 강하다씨가 UX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16일 만난 강하다(28)씨는 본인을 블록체인 프로젝트 매니저 겸 데이터 분석가라고 소개했다. 그가 속한 프로젝트팀 이름은 MBGA, “다시 블록체인을 위대하게 만들자”(Make Blockchain Great Again)의 약자다. 도널드 트럼프의 MAGA가 그랬듯이 ‘위대한 블록체인’이란 표현은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할 것이다. 그의 제안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했다. ‘댑 제작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이용자 경험(UX) 디자이너가 참여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그래서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어떤 댑을 만드나?

“이름은 데이픽으로, 매일매일 뭔가를 기록하는 앱이다. 기록은 인간의 본능이다. 블록체인은 영원히 기록된다. 데이터베이스로서 잘 어울린다. 나를 포함해 5명이 MBGA라는 댑스튜디오를 꾸리고 진행중이다. 내가 프로젝트매니저고, 개발자 2명, 디자이너 2명이다. 모두 같은 또래다. 다만 다들 부업으로 진행중이라 다소 더디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됐는데 올해 3분기쯤 나올 것 같다.”

-댑 개발 과정을 소개한다면?

“처음에는 디자이너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만든 것 없이 구상만 하던 도중에 UX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우리가 논의한대로 앱을 만들면 어떤 사람들이 쓰게 될까를 파악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페르소나(이용자 모델) 설정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우리 앱의 전형적인 이용자는 20대 남성, 얼리어답터, 맥북 사용자, 기술 분야에 능한 인물로 나타났다. 의도와는 너무 많이 달랐다.”

-원래 의도는 뭐였길래?

“우리는 일반 이용자들까지 쓸 수 있는 비금융 앱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게임을 해도 즐겁기 위해 해야지, 왜 돈을 벌려고 게임을 하느냐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앱을 쓰는 전형적인 블록체인 이용자가 우리 앱의 페르소나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쓰는 앱에는 그들을 위해 돈을 버는 기능을 넣을 수밖에 없다. 댑의 세상에 특정 집단이 갇히고, 결국 그들만 남는 구조다. 한계가 보였다.”

-어떻게 대응했나?

“결국 처음으로 돌아갔다. 돈 버는 목적의 기능은 다 들어냈다. 댑을 쓰려면 지갑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뺐다. 이용자는 트랜잭션을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 웬만한 기능은 다 빼서 기능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트랜잭션 일으키지 않고 블록체인 기록을 어떻게 하나?

“블록체인 기록을 위해 일어나는 트랜잭션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용자가 일으키는 게 아니다. 기록되는 양도 많지 않다. 글자 10자만 기록한다. 시간대도 다 뺐다. 그냥 날짜에 ‘뭐하는 날’만 쓴다. 모든 액션 때마다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쓰는 돈이 많지 않다.”

-그럼 댑 운영 수익은 어디서 나오나?

“이모지를 하나 올리면서 거기에 텍스트를 기록하는데, 돈을 내면 커스텀 이모지를 만들 수가 있다. 별도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또 각 날짜에 대한 게시물을 공개할 수도 있는데, 알고리듬상 공개되는 게시물끼리 경쟁할 때 돈을 써서 순위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

프로젝트매니저 강하다씨의 댑스튜디오 MBGA에서 '데일리픽' 개발에 앞서 UX디자이너가 그린 설계 메모. 출처=강하다


-디자이너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인가?

“디자이너가 처음에 그려준 그림을 보고 신기했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스캐터 앱, 지갑 인풋 등 여러 버튼이 아예 없었다. 댑 개발자들 입장에선 ‘이게 무슨 댑이냐’라고 할 만한 요소가 많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아니었다면, 다 만들고 나서야 우리 이용자가 전형적인 사람들로 한계가 많다는 것을 알았을 것 같다.”

-디자인은 원래 뜻이 설계다. 처음부터 참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업계는 예쁜 디자인만 원한다. 모든 것을 정해놓고 마지막에 디자이너에게 예쁘게 꾸며달라고만 한다. 그러면 킬러댑이 되나? 일반 이용자들을 끌어오고 싶다면서도 그런 방식을 되풀이한다. 결국 그러다보니 기존 댑은 우리처럼 전형적인 페르소나만 남은 것 아닌가 싶다. 디자인만 맡기지 말고 디자이너들과 처음부터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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