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목 댑이 실패한 이유를 알려주마
[이드콘2019 인터뷰⑤] 윤성준 - 이더리움 기반 오목 게임 개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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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19년 5월21일 13:00
이드콘 2019에 발표자로 참가 예정인 개발자 윤성준 씨가 이더리움 기반 오목 댑 개발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실패의 기록. 10년차 개발자 윤성준(35)씨가 '쪽팔림'을 무릅쓰고 이드콘 무대에 선다. 그는 네이버·카카오에 몸 담은 적도, 스타트업에서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은 적도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개발도 처음, 게임 개발도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드콘에서 발표할 ‘이더리움 기반 오목 게임 개발기’가 성공기보다 실패기에 가까운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실은, 이드콘 발표를 지원할 당시만 해도 게임 개발을 완전히 접겠다는 결단을 못 내린 상태였다. 발표자로 선정되고 나서야 오목 게임을 함께 개발한 친구와 '포기 선언'을 했다.

-블록체인 개발에 어쩌다 손대게 됐나? 암호화폐 투자로 재미를 좀 봤나?

"투자를 조금 했다가 손해를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게 사실이다. 2017년 말 버블 전까진 비트코인 정도는 알았지만, 이더리움에 대해선 관심도 없고 잘 몰랐다. 당시만 해도 블록체인보다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이 많았다. 개발자 일을 10년 정도 했다. ‘넥스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AI(인공지능)과 VR(가상현실), 그리고 블록체인 가운데, AI 개발은 이미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또 VR은 (상용화까지) 좀 오래 걸릴 거라고 봤다.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하다 보니, 나름 규모도 있고, 뭔가를 해보기에 재미있는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블록체인 게임을? 게임회사 출신도 아니면서?

"사실 그래서 포기했다. 오목과 같은 보드게임은 이미 시장성이 증명 돼 있고, 구현만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 친구가 먼저 제안을 했고, 각자 직장을 다니면서 평일 저녁과 주말에 틈틈이 개발했다. 닌자들이 오목 대결 하는 컨셉의 '닌자의 숲(Ninja Forest)’을 만들었다."

-왜 이더리움이었나?

"그땐 다른 걸 검토할 여력이 없었다. 이더리움이 그나마 개발 관련 레퍼런스와 자료가 가장 많았다. 그래도 고생을 많이 했다. 일반적 수준의 튜토리얼과 매뉴얼은 있었지만, 실제 개발을 하다보면 예상 못한 일이 많이 생긴다. 그럴 때 필요한 대처 케이스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개발 커뮤니티 채팅 채널에 하나하나 물어가며 개발을 했다. 그래서 접자니 이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닌자의 숲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것은?

"이더리움 개발 환경이 그나마 낫다고 해도, 트랜잭션 속도와 UX 면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예를 들어 일반 게이머가 이더리움을 직접 사서 가스비를 계산하고, 필요한 이더를 메타마스크에 이체하는 등의 과정을 한번에 쉽게 할 수 있어야 대중화가 가능하다. 테스트 개발을 하면서도 '이걸 대중들이 어떻게 쓰게 만드나' 고민했다. 로컬 환경과 테스트넷 환경, 메인넷 환경이 모두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본인의 컴퓨터에서 작은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띄워 놓고 개발을 하면 잘 돌아간다. 그런데 테스트넷으로 가면 또 안 되는 게 생긴다. 다시 메인넷으로 가면 완전히 다른 상황도 생긴다. 그런데 메인넷에서 테스트를 하려면 이더가 계속 소모된다. 개발 환경 문제가 비용 문제와도 연결되는 셈이다."

-몇 이더(ETH)를 소모했나?

"적어도 1이더(ETH)는 썼다. 내가 개발을 잘 못 해서, 계속 테스트를 하느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테스트넷과 메인넷의 블록 컨펌 속도도 다르고, 컨펌이 돼야 그 이후 트랜잭션이 처리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서 (비용 소모가) 불가피했다."

이더리움 기반 오목 게임 댑 닌자의 숲 플레이 화면. 출처=윤성준


 

-배포를 했나? 1일활성이용자수(DAU)는 얼마나?

"메인넷이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웹사이트를 통해 배포했다. 이용자 수는···, 결과적으론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 본 수준에 머물렀다. 어찌 보면 정식으로 런칭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임을 만들다 보니 개발뿐 아니라 여러 요소가 필요하더라. 벤처캐피털(VC)도 이곳저곳 만나 보고, 업계의 여러 관계자들을 만났다."

-어떤 조언을 하던가?

"국내 VC로부터는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아무리 적은 양의 이더를 걸고 하더라도 사행성 게임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비즈니스는 커녕, 아예 법인 설립 자체도 어려울 거란 얘기도 있었다. 그러던 중 먼저 프로젝트를 제안한 친구가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오목 게임 개발이 어느정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나서면 될 것 같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상태였다. 같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건 어떻게 해 볼 수 있겠는데, 혼자 게임을 만들어갈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지난 3월 초 중단을 결정했다."

-퇴사까지 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다른 친구와 블록체인 게임 관련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건 아니고, 블록체인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툴(SDK)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모바일 시장이 그랬듯, 앱이 대중화 되면 그 주변에서 앱 개발이나 운영을 돕는 툴을 만드는 회사나 분석 회사들도 같이 커진다. 블록체인 게임 댑에도 그런 수요가 분명 있을 것이다."(윤성준씨는 21일 서비스명과 팀명이 '게임리시피(gamerecipe)'로 결정됐다고 알려왔다. 8일 인터뷰 당시에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전히 이더리움인가?

"이오스 게임 댑을 지원하는 툴을 우선적으로 만들 생각이다. 어쨌든 대중은 이제 더이상 웹게임을 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모바일 게임 댑 라이브러리나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지원하는 건 이오스뿐이다. 나는 앱 개발자이지 블록체인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어느 블록체인 진영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블록체인이 정말 대중화 되는 걸 보고 싶다. 그날이 오면 나도 뭔가 숟가락을 얹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게임을 직접 만들려다가 게임 만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려고 하는 건데…,이번엔 잘 될 것 같나?

"잠재 고객들을 만나려고 보니 블록체인 게임 만드는 팀이 없더라. 그래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인디게임 개발 팀들을 만나는 일이다. 오늘도 만나고, 내일도 만난다. 그런데 게임업계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은 블록체인 게임에 비관적이다. 아직 돈이 안 되고, 사용성이 안 좋다는 거다. 반면, 대학생들 혹은 대학을 갓 졸업해 이제 막 게임을 만드는 친구들은, 실력은 어떤지 몰라도 훨씬 열려 있다. 모바일 게임 초창기를 이끈 드래곤플라이트나 아이러브커피도 인디 개발자들이 만들어 법인까지 세워낸 케이스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친구들이 이끌어가는 게 맞다. 그들이 블록체인에 걸맞는 게임을 만들어 그게 잘 되고, 또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 나도 어릴 때 좀 해 볼 걸 하는 생각도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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