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는 방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세심하지 않아서
[이드콘2019 인터뷰⑧] 오지은 -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 디자인을 위한 방향성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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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김외현 2019년 5월24일 14:00
UX디자이너 오지은씨가 이드콘 2019 발표를 앞두고 발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게임 댑을 쓰는 이용자에게 물었다. 솔직히 어때요? 구려요. 아, 네….

댑 개발 때 사용자 경험(UX)을 감안해 디자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늘고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어떤 기준을 적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도 나온다. 21일 만난 3년차 UX디자이너 오지은(26)씨는 “유저는 방황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드콘 발표에서 UX 개선을 위한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제시할 계획이다.

-어떤 발표를 할 예정인가?

“처음에는 개발환경(IDE)과 게임 기획을 주제로 하려고 했는데 현재 참가중인 스터디 모임에서 모의로 발표를 해봤더니 시간이 짧더라. 또 개발자들과 어떤 식으로 작업 흐름(Work Flow)을 구성하는지, 각 단계에서 어떤 방향을 고려해 UX 개선 방향을 잡을지 등에 관심이 많더라. 그래서 그런 주제에 집중하면서 사용성을 증대시키는 팁을 소개하려 한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프리윌린이라는 교육 분야(에듀테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 사이드로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연구학회 ‘디사이퍼’ 아래에 있는 디랩토리라는 프로젝트팀에서 콘셉트 디자인, IDE 기획, 댑 게임 기획 등을 진행중이다.”

-개발자들과의 작업 흐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탈중앙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많이 나와있기는 하지만 중앙화 모델에 견주면 아직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잘 없다. 어떤 제품을 만들면서 기존 제품의 이용자 자료(User Data)를 보면서 2차 개선을 도모하는 프로세스가 적합하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진행하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저는 ‘스프린트’(Sprint)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디자인을 구체화하고 개발자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검증하는 작업을 빠르게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리스크와 비용을 줄이고 문제점을 잘 잡아낼 수 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발자, 기획자, 경영자, 디자이너들이 모두 참여한다. 물론 경험이 풍부한 분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한테는 이게 잘 맞는 것 같다.”

-UX 개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고려하는가?

“닐슨 노먼 그룹을 만든 UX 디자인의 거장인 돈 노먼과 제이콥 닐슨은 학습용이성, 효율성, 기억용이성, 오류 대응, 이용자 만족도 등 몇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사실 누구나 당연히 인지하지만 간과하는 것들이어서, 이를 높이면 당연히 만족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댑 게임에 대한 만족도가 높진 않은 것 같은데.

“게임 프로젝트를 하려고 선례를 많이 찾아봤는데, 이용자들로선 뭘 해야할지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용자들은 콘텐츠에 관심이 있지, 거래 기록, 주소, 가스비 등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해하기 힘든 요소는 숨기는 게 맞다. 어떤 생산자들은 이런 걸 제공해야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아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장벽 때문에 안 쓰게 되면 가치 실현은 더 힘들다. 유저는 그런 요소 때문에 방황할 수 있다. 댑이 장점이 없다면 이용자가 중앙화 앱 대신 댑을 쓸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블록체인 세계를 헤비 유저들만의 세계로 블록체인 남겨둘 수도 없지않나.

UX디자이너는 서비스 구현의 매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사용자 반응과 해결방안을 꾀하면서 여러 방식을 동원한다. 출처=오지은 제공


-실제 개발할 때 고려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나는 4가지를 제시한다. 상태 가시성, 마이크로인터랙션, 쉬운 언어, 이용자 통제 권한이다. 각각 예를 들어보면,

  1. 상태 가시성 – IDE에서 Run 버튼을 눌러도 성공-전송중-실패 등 상태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으면, 실제로 가스 소비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게임에서도 아이템 구매를 했는데 ‘구매중입니다’라면서 로더(Loader)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결과를 모른 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단순히 결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행중에도 어떤 상태인지 표시해주는 게 필요하다.

  2. 마이크로인터랙션 – 가령 게임 댑에서 가스 소비를 하게 될텐데, 이 사실을 직전에 또는 직후에 무엇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 됐다는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앱에 들어왔을 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제시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액션을 취할 때마다 하나씩 설명해주는 세심한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면 이용자도 귀찮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3. 쉬운 언어 – 이용자 특성에 잘 맞는 표현을 써야 한다. 댑 사례는 아니지만,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재 서비스를 내면서 이용자(교사)에게 최적화됐다는 의미에서 ‘커스텀 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기술자 관점의 표현이다. 학원, 교사 등 이용자 입장에선 누구에게 최적화(커스텀)됐는지 알 수 없다. 그보다는 ‘우리 학원 교재’ ‘○○학원 ○○반 교재’ 등 사용자 친화적인 표현을 써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4. 이용자 통제권한 – 웹 기반 IDE에서 오류가 생겼을 때 어떤 방식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이용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강제 종료, 새로고침, 되돌리기(Undo) 등의 다양한 권한을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스터디 모임에 참가중이라고 했는데, 소개한다면?

“UX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경영자 등 10명이 참가하는 ‘디스(THIS) BUX’라는 모임이다. 매주 만나서 공부하는 미니 스터디 그룹이고, 6월말~7월초쯤 2기를 모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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