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킥 변론 읽을 가치도 없어...미국 법 체계 전체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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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ny Nelson
Danny Nelson 2019년 11월2일 10:00
SEC Blasts Kik’s ‘Void for Vagueness’ Defense of 2017 ICO
이미지=셔터스톡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메신저 회사 킥(Kik)이 지난 8월 법원에 제출한 변론을 “읽을 만한 가치도 없다(untenable)”며 혹평했다. SEC는 법원이 킥의 변론에 나온 증거를 채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SEC는 지난 6월 킥을 상대로 증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킥이 2017년 ICO를 통해 판매한 1억 달러어치 토큰이 증권인지 아닌지, 그래서 킥은 증권법을 어겼는지 아닌지를 두고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SEC는 지난달 25일 49쪽에 달하는 자료와 의견서를 제출했고, 앞서 킥이 제출한 변론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SEC는 킥이 이른바 ‘명확성의 원칙(void for vagueness)’을 들먹이며 법망을 피해 가려 한 점을 직접 꼬집었다.
“킥이 제출한 변론은 한마디로 지난 70년간 판례와 미국 법체계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증권법이 규정한 투자 계약(investment contract)이 킥의 투자자 모집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가 없다. 명확성의 원칙을 고려하더라도 킥의 토큰 판매는 명백한 투자 계약이므로, 킥의 변론은 읽을 만한 가치도 없다.” - SEC 의견서

킥은 실제로 ‘명확성의 원칙’을 이용해 방어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2017년 킥이 ICO를 준비할 때 당시 SEC의 고위 관리가 SEC는 토큰 판매에 관해 분명한 지침을 내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한 진술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킥은 분명 명확성의 원칙을 이용해 방어 논리를 편 것으로 보인다. SEC가 반론을 펴는 걸 보고 SEC가 얼마나 소송을 끌어갈 준비가 됐는지 가늠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레베카 레티그, 피셔브로일스(FisherBroyles) 파트너

SEC는 그러나 킥의 방어 논리가 법리적으로도 득 볼 것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명확성의 원칙’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킥이 SEC에 책임을 묻고 고위 관리의 진술 녹취록을 운운하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적반하장이라고 SEC는 지적했다.

법원이 SEC의 의견서를 받아들이면, SEC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라고 레티그는 말했다.

 

투자계약이란 무엇인가?


이번 소송은 단지 증권거래위원회와 암호화폐 업체가 몇몇 단어나 구절의 법리적인 해석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다. 그 이상의 중요한 사안이 개입되면서 많은 것이 걸린 소송이 됐다.

먼저 이번 소송은 ‘투자 계약’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공방의 연장선에 선 소송이다. 킥은 모호한 규정 탓에 토큰을 판매하기 전에 SEC에 신고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SEC는 정반대로 명확한 규정이 있는데 킥이 이를 어긴 뒤에 엉뚱하게 규정을 탓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투자 계약이란 무엇인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미국 증권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933년 증권법 제 5조 조문에는 투자 계약에 대한 정의가 나와 있지 않다. 대신에 1946년 대법원판결(SEC v. Howey)이 대표적인 판례로 쓰인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투자 계약의 정의를 내렸다. 흔히 자산이 증권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호위 테스트(Howey test)가 바로 이 판결을 거치며 생겨났다.

투자 계약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3자의 노력으로 실현되는 이윤을 기대하고 기업이나 사업 기회에 자신의 자금을 투자하는 계약, 거래 혹은 구조.

이는 사실상 증권의 정의와도 겹치므로, 투자 계약은 증권거래위원회가 규제하고 감독하는 대상이 된다.

지난 6월 소송을 제기할 때도 SEC는 2017년 킥의 ICO가 명백한 투자 계약이므로 SEC의 소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킥의 경영진은 ICO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이미 토큰 판매를 진행하면 언젠가는 SEC가 개입할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킥은 SEC의 주장에 반론을 폈다. 킥의 ICO는 투자 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며, 만약 SEC가 이를 투자 계약으로 해석하려 한다면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규정을 억지로 적용함으로써, 즉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SEC가 킥의 토큰 판매와 2017년 ICO에 적용하려는 투자 계약이라는 개념은 그 정의부터 너무 모호하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규제 기관인 SEC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특정 업체나 기관에 차별 적용해 문제를 일으킬 소지도 있다.” - SEC 소송에 대한 킥의 변론 중 (8월)

 

명확성의 원칙


킥의 변론과 그에 대한 SEC의 반론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명확성의 원칙을 둘러싼 해석이다. 미국 헌법이 규정하는 원칙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명확성의 원칙은 말 그대로 “법이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해석하든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이 명확해야 하며,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차별해 적용할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시 말해 법은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법, 차별해 적용할 여지가 있는 법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판결되는 순간 위헌이 되고, 법의 지위를 잃는다.

SEC는 사업과 관련된 문제에 이를 문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1982년 대법원판결(Village of Hoffman Estates v. Flipside, Hoffman Estates, Inc.)을 인용했다.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법 규정을 검증할 때 경제 관련 법 규정의 명확성은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게 검증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 우선 규제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경제 관련 문제들이 대체로 상당히 분야가 좁아 그 자체로 지칭하는 대상이나 사안이 명확하다. 기업이나 사업가들은 미리 경제적 수요를 가늠하고 사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검토하고 법을 집행하는 규제 기관과 사전에 협의하는 데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 1982년 대법원판결

킥은 8월 변론에서 IC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SEC가 킨 토큰 판매를 투자 계약으로 간주할지에 관해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SEC는 킥의 주장을 일축했다. DAO 해킹 사태 이후 SEC가 작성한 DAO 보고서가 나온 것이 2017년 7월로, 킥이 ICO를 진행하기보다 두 달이나 앞섰다는 것이다. DAO 보고서를 보면 블록체인 관련 투자에 관한 기본적인 규제 당국의 지침이 다 나와 있다고 SEC는 설명한다. DAO 보고서는 “킥이 토큰을 판매하면 이는 증권법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충분히 명백한 설명이 담긴 지침”인 셈이다.

레티그는 SEC가 DAO 보고서의 디지털 자산 증권에 관한 설명과 해석이 ICO를 준비하는 업체에 충분히 명확한 지침이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SEC는 DAO 보고서에 다 나와 있다고 주장한다. ‘DAO 보고서에 이미 다 써놓지 않았나. 보고서가 나온 뒤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토큰을 발행하려는 이들은 누구나 호위 테스트를 해보고 토큰을 판매하는 것이 투자 계약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즉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될지 아닌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킥은 이 사실을 알고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증권법 5조를 위반했으므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앞으로 소송 일정


법원이 이 사안에 최종 판결을 내릴 때까지 이번 의견서와 같은 공방이 계속될 것이다. 변호사들은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까지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킥은 많은 ICO가 2016년과 2017년에 이미 진행됐는데, SEC가 토큰 판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이제서야 행동에 나선 것도 ‘혼란을 가중했다’고 비판했다.

킥은 이번 사안이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쓸 것이다. 여기에 SEC 관리들이 당시 토큰 판매에 관해 내놓은 모호한 발언들을 최대한 활용해 킥의 ICO를 증권법 위반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이라는 주장을 계속 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SEC는 사안의 맥락이나 전후 관계를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주요 문서나 특정 관리의 발언을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췌하는 것은 법정에서 증거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 것이다.

킥의 변호인단은 SEC의 의견서에 대한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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