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비공개로 저커버그 만났다
11월 26일 워싱턴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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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calNote
FiscalNote 2019년 11월26일 17:00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저커버그·티엘과 비공개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피터 티엘과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CEO이고, 억만장자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티엘은 페이스북의 이사를 맡고 있다.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며 줄곧 비판적인 발언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두 기업인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동은 저커버그가 지난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연 리브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았을 때 이뤄졌다. 저커버그는 청문회에서 여섯 시간 가까이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백악관은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물론, 만남 자체도 공개하지 않았었다. 한 달여가 지난 뒤에야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저커버그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성명을 내고,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주요 기업의 CEO 자격으로 백악관에 초대받아 대통령, 영부인과 저녁 식사를 같이했다”고만 짧게 밝혔다.


 

하필 서로 줄 것이 많을 때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커버그가 나눴을 법한 이야기의 주제는 상당히 많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페이스북의 광고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수도 있고, 국가 안보에 관한 이슈를 논했을 수도 있다. 당연히 리브라 이야기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정치적 사안을 사업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다.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투표에 부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래저래 트럼프와 페이스북은 서로 주고받을 것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페이스북과 비밀리에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방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참에 페이스북을 내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DeleteFacebook(#페이스북삭제), #DumpFacebook(#페이스북갖다버려) 같은 해시태그가 눈에 띄게 늘었다. 페이스북에 원래 비판적이던 한 정치행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 정치자금을 모아 정치 광고를 싣는 일을 한다)는 유타주의 한 옥외 게시판에 "2020년 대선 공화당 후보 트럼프 대통령 - 저커버그 부통령"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티엘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저커버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 피터 티엘도 같이 있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티엘은 페이스북에 아주 초기에 투자했고, 2004년부터 페이스북 이사를 맡고 있으며, 무엇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원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티엘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을 열렬히 지지한다. 그러므로 티엘이 저커버그와 트럼프의 만남을 주선해 이 자리에서 암호화폐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관해 특별히 달라진 시각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발 ‘블록체인 진흥’에 여전히 반응 없는 워싱턴 정가


워싱턴 정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이다. 하루라도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이 나오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인사들부터 상·하원 의원들까지, 워싱턴 정가 사람들은 무역부터 새로운 기술, 금융 서비스, 군사력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 갈등, 분쟁을 입에 올린다.

그런데 유독 암호화폐에 관해서 만큼은 워싱턴이 중국의 분주한 계획에 대해 말이 없다. 특히 어느덧 2년 가까이 이어온 미·중 무역 분쟁에 중국 인민은행이 출시할 예정인 디지털 위안화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할말하않’이면 몰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서 문제


더 큰 문제는 워싱턴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규제를 아주 협소한 맥락에서만 바라보는 데 있다. 규제 당국의 목표는 2016년 대선 개입 스캔들에 책임이 있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발행해 이용자 정보를 마음대로 주무르며 시장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유일해 보이는 그 목표에 규제 당국은 자기 자신을 가둔 꼴이다.

물론 리브라는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섣불리 인가를 내줄 수 없는 일이다. 의회와 규제 당국은 리브라를 제어하고 견제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리브라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자는 법안부터 다양한 규제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이 온통 리브라 규제에 신경을 쏟는 사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행보와 특히 대조된다. 중국은 이르면 내년 초 중앙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발표하기 전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구상해왔지만, 리브라 출시 계획에 자극을 받아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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