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당국 '과도한' 규제에 암호화폐 업계 불만·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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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Foxley
William Foxley 2019년 12월4일 11:30
Dutch Crypto Startups Brawl With Regulators Over Scope of EU Money Laundering Rule
윌리엄 3세. 출처=셔터스톡


요약

  • 유럽연합(EU)의 제5차 자금세탁방지지침(AMLD5)이 내년 1월 발효된다. 회원국들은 암호화폐 관련법을 제정 혹은 개정해 새로운 지침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

  • 네덜란드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AMLD5를 토대로 규제안을 개정해 공표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암호화폐 업계의 성장이 억제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 독립적인 법리 검토 결과, 네덜란드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AMLD5를 일부러 곡해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0일 시행을 앞둔 유럽연합(EU)의 제5차 자금세탁방지지침(AMLD5)을 반영해 네덜란드 규제 당국이 내놓은 지침 이행 방안에 현지 암호화폐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은 네덜란드 규제 당국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블록체인 업계와 관련 없는 문제를 풀려고 과도한 규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에 있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와 전직 규제 당국 관계자는 네덜란드 재무부(FIN)와 중앙은행(DNB)이 EU의 AMLD5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욱 엄격한 규정을 추가한 뒤 정작 그 내용을 네덜란드 의회에 보고할 때 빠트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독자적인 정부 기관의 법률 검토 등 규제를 신설할 때 거쳐야 하는 기본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국무원(Council of State)은 앞서 해당 규제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네덜란드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제시한 규제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네덜란드에 있는 암호화폐 기업들은 규제 감독에 드는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별도의 사업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업계는 이를 불법 인허가 절차로 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AMLD5를 두고 2008년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된 규제법안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으며, 암호화폐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토닉(Bitonic)과 네덜란드 비트코인 협회(VBNL)의 단 클레이만은 10월 30일 네덜란드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금융위기 이후 더욱 엄격해지고 강화된 감독 비용 부담 정책을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분야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클레이만은 또 재무부가 보낸 규제 서한과 그 안에 담긴 내용도 국무원 권고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규제 당국은 국무원의 권고와 유럽연합의 AMLD5 조항을 있는 그대로 해석해 규제안을 작성했다며, 암호화폐 업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AMLD5의 시행까지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금융위기의 망령


네덜란드 중앙은행 출신 금융학자인 규제준수 전문가 시먼 르리에벨트는,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너무 느슨한 규제가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이후 전 세계 규제 당국은 시장과 기업을 잘 감독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론의 꾸준한 감시를 받아왔다. 네덜란드도 최대 은행 ING가 금융위기로 파산하면서 약 10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받은 전례가 있다.

르리에벨트는 코인데스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ING 사태가 일어난 이유가 네덜란드 금융 당국의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느슨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6년가량 이어졌다. 중앙은행은 이런 인식을 되돌리려는 의지가 무척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7년간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특히 노력을 기울인 분야로 건전성 감독을 꼽았다.

ING는 수년간 자행된 자금세탁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금융 당국으로부터 8억 달러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당시 로이터는 실제로 세탁된 자금 규모는 파악이 불가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재무부도 비슷한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내년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현황 평가가 예정돼 있다. 르리에벨트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재무부가 FATF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노력을 펼쳤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네덜란드 암호화폐 업계는 EU의 AMLD5가 사업자의 등록(registration) 만을 요구하는 반면, 네덜란드 규제 당국의 이행 방안은 인허가(licensing)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만 하면 되는 등록제보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인허가제는 훨씬 더 지키기 까다롭다.

네덜란드 재무부는 이에 대해 인허가가 아닌 사업자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며, 재무부의 이행안은 기존 AMLD5에 국무원에서 권고한 내용을 반영해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 금융과의 하얏 엘타후에이 대변인은 코인데스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재무부 규제안에 AMLD5의 범위를 넘어서는 규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관련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르리에벨트와 클레이만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네덜란드 규제 당국이 사업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심지어 클레이만과 네덜란드 비트코인 협회는 이것이 결국 규제 당국의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재무부와 중앙은행, 그리고 의회


지난 9월 오랜 기다림 끝에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AMLD5 이행 지침이 공개됐다. 2020년 1월 AMLD5 시행을 앞두고 사업 등록 절차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이 지침에 대한 네덜란드 암호화폐 업계의 반응은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코인데스크가 보도한 바와 같이 해외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규제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후 실제로 엄격한 규제가 추가되기 시작했고, 대다수 암호화폐 기업들은 규제에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르리에벨트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네덜란드 암호화폐 기업들이 규제 강화로 연간 15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AMLD5에 따라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수탁업체 등을 대상으로 고객신원확인(KYC) 규정과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회원국이 AMLD5를 토대로 자체 규제안을 만들어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네덜란드 당국은 AMLD5 권고안을 토대로 아무런 조항도 추가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트 법률사무소(Hart Advocaten N.V.)는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2007년 법률 일부를 AMLD5에 그대로 추가한 뒤 의회에서는 조항을 추가한 사실을 부인했다면서 금융 당국이 의회에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은 하트 법률사무소가 비토닉을 대신해 보낸 서한에 상세히 설명돼 있다.

르리에벨트는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국무원의 권고 사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EU의 지침을 이행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같은 입법 추진 방식이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반발을 사는 것으로 평가했다.

 

현지 업계의 경각심


아직 아무것도 의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네덜란드의 암호화폐 기업들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가는 과징금 등 규제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코인데스크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는 기업이 많았다.

암스테르담의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비트(Deribit)는 자금세탁방지와 고객신원확인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내년 1월 네덜란드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암시했다.

데리비트의 CEO 존 잰슨은 AMLD5에 대한 네덜란드 규제 당국의 해석과 자체 규제안 발표를 앞둔 지난 10월 초 플리프닝(Flippenning)이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리가 네덜란드에서 계속 사업을 하려면 (AML과 KYC) 규제를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데리비트는 코인데스크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달 초 네덜란드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네덜란드 국세청 및 금융정보 분석원과 함께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기업들을 대상으로 규제 방침 설명회를 개최했다. 다섯 시간 동안 이어진 설명회에 참석했던 크립토2캐시(Crypto2Cash)의 창립자 PJ 다테마는 규제 당국이 제시한 규제안이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담는 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자본 요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전반적으로 희망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다테마는 당시 자리에 함께한 참석자 150여 명 대부분은 한 가지 상품만을 취급하는 소규모 업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전통적인 금융시장을 감독해 온 경험만 있는 규제 당국에 암호화폐는 여전히 새로운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규제에 나서게 된 이유로 “더 이상 그냥 둘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였던 네덜란드 암호화폐 기금 아이코이닉(Icoinic)의 아서 스토크 이사도 암호화폐 기업들이 단 한 번의 등록으로 EU 어느 곳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다면 회원국마다 개별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나친 규제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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