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토큰과의 이메일 전격 공개…SEC는 그램을 믿지 않는다
영국 법원에 “텔레그램 투자자문 존 하이만 증언 확보해달라”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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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aydakova
Anna Baydakova 2019년 12월10일 10:10
SEC Reveals Telegram’s Communications With Investors, Seeks to Question Advisor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출처=위키미디어커먼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텔레그램 전직 투자자문의 진술을 받아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했다. 17억 달러 규모의 텔레그램 자체 토큰 그램(gram)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연락을 책임졌던 투자자문 존 하이만(John Hyman)이 해당 인물이다. SEC는 그램 토큰은 미등록 증권이라며 텔레그램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SEC는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담당하는) 영국 고등법원에 하이만의 증언과 진술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이만은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텔레그램에서 일하기 전에는 모건스탠리와 르네상스 캐피털 등 투자은행에서 일했다.

SEC는 뉴욕 남부지방법원을 통해 지난 6일 영국 법원에 이러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SEC는 텔레그램의 그램 토큰은 미등록 증권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램이 쓰일 자체 블록체인 톤(TON, 텔레그램 오픈네트워크)의 출시를 중지해달라고 뉴욕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10월 말로 예정됐던 톤의 출시는 내년 4월로 연기됐다. 텔레그램은 꾸준히 SEC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고 부인해 왔지만, 법원의 처분을 받아들여 톤의 출시를 미뤘다.

SEC는 하이만이 톤 출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데 깊숙이 관여한 핵심 인물로, 특히 그램 토큰을 산 투자자 수십 명과 직접 연락을 취한 인물이라고 영국 법원에 설명했다. SEC 서류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CEO 파벨 두로프(Pavel Durov)는 2018년 1월 토큰 판매를 앞두고 하이만을 수석 투자자문으로 소개하며, “그램 토큰의 판매와 배분을 책임질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또한, “그램 토큰을 살 투자자와 직접적인 연락, 거래 세부 사항을 확인하는 일, 투자에 관해 새로운 소식이 있을 때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모두 하이만의 소관이었다.

 

우후죽순처럼 성행하던 그램토큰 재판매


SEC는 미국 투자자들이 텔레그램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보해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며 제출했고, 영국 법원에 추가로 하이만의 진술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SEC는 텔레그램이 17억 달러에 이르는 당시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토큰 판매를 앞두고 사용한 모금 전략부터 위법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만은 한 투자자에게 이메일에서 공개적으로 토큰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규제 장벽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절대로 직접 토큰을 판매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유는 규제 때문입니다. 일반 대중과 투자자는 자체 블록체인이 가동된 뒤에만 그램 토큰을 살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이때도 텔레그램이 토큰을 직접 판매하지는 않을 겁니다.” - 하이만이 투자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중

지난해 5월에는 구글 벤처스의 블레이크 바이어스에게 2~3월 두 달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토큰 판매 이후 한 차례 더 비공개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 텔레그램이 추가로 토큰을 판매한 적은 없으므로, 이 계획은 어느 시점에 폐기됐거나 무기한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

하이만은 지난해 2월 첫 번째 비공개 토큰 판매를 마치자마자 (텔레그램이 경고했음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그램 토큰 암거래 시장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SEC는 지적했다. 톤 프로젝트에 투자한 이들은 그램 토큰을 직접 받은 게 아니라 SAFT 방식에 따라 텔레그램 오픈네트워크가 출시하면 그때 토큰을 받을 권리를 받았다. 텔레그램은 투자 약관에 토큰을 받을 권리를 임의로 거래하면 나중에 토큰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이런 경고에도 소규모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해 브로커, 장외거래를 통해 그램 토큰 거래가 성행했다. 엄밀히 말해 불법은 아니었지만, 암암리에 성행하던 거래였던 셈이다.

하이만은 한 투자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이러한 그램 토큰 암거래 시장에 관한 정보를 거듭 묻고 확인했다.
“투자자님, 안녕하세요. 혹시 그램 토큰을 암암리에 거래하는 거래소나 브로커를 알고 계시는지요? 이를 본 적이 있다면 그램 토큰이 어디서 얼마에 거래되고 있었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하이만이 투자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중

 

두로프의 역할


SEC는 영국 고등법원에 몇 가지 문서를 증거로 첨부했다. 그중에는 2018년 초 텔레그램의 CEO 파벨 두로프가 톤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는 이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8년 1월, 두로프는 그와 하이만, 그리고 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의 파트너인 마문 하미드(Mamoon Hamid)와 런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두로프와 하미드는 2017년 10월부터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하미드를 두로프에게 소개한 건 재러드 레토(Jared Leto)라는 인물이다. 이 레토라는 인물은 배우 겸 가수인 연예인 레토의 공식 홈페이지 Jaredleto.com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를 사용했다. 그러나 두 인물이 일치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레토 측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두로프는 하미드에게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 투자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자신이 미국에 갈 예정이었는데 그램 토큰 사전 판매 등록 절차가 예상보다 두 배나 많은 관심과 수요 속에 조기에 마감되는 바람에 출장을 미뤘다고 말했다. 이에 하미드도 두로프에게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KP(클라이너 퍼킨스)는 블록체인 분야에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요. 여기 오기 전에 소셜 캐피털(Social Capital)에서 일할 때도 2013년에 전체 운용 자산의 2%를 비트코인에 투자했었고, 우리는 2011년부터 디지털 커런시그룹(DCG)의 최대 투자자 가운데 한 곳이었습니다.” - 하미드가 두로프에게 보낸 이메일 중

두로프는 클라이너 퍼킨스 외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하이만을 수석 투자자문으로 소개했다. 인사이트 벤처 파트너스(Insight Venture Partners)의 설립자 제리 머독, 구글 벤처스(Google Ventures)의 데이브 뮤니치엘로, 포트리스 투자그룹(Fortress Investment Group)의 피트 브리거, 소프트뱅크(Softbank)의 사사키 요스케, 라지브 미스라 등이 하이만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증언하겠다더니 약속 안 지켰다”


SEC가 직접 영국 법원에 영국 국적인 하이만의 진술을 받아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다. 헤이그 협약에 따라 양국 법원이 서로 신청하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데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거나 진술을 대신 받아줄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법원이 영국 고등법원장에게 진술 확보 신청서를 보내는 형식을 취했다.

SEC는 앞서 하이만을 직접 접촉해 해명을 들어보려 했지만, 하이만이 SEC와의 접촉을 피했다고 밝혔다. SEC를 대표해 호르헤 텐레이로 변호사가 런던에 있는 하이만 측 변호인 그레그 캠벨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 처음에는 하이만 측에서 SEC에 가서 직접 진술하고 해명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그러나 SEC는 이후 하이만 측에서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캠벨 변호사는 어느 시점부터 하이만 씨의 진술 일정을 협의하려는 전화도 받지 않고 이메일에도 답하지 않았다.” - 미국 SEC

결국 이 때문에 SEC가 영국 법원에 직접 진술을 받아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텐레이로 변호사가 캠벨 변호사에게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보낸 날짜는 11월 27일이었다.

SEC는 하이만의 증언 외에 그가 텔레그램 임원, 투자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통화 내용 등도 문서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톤 프로젝트에서 하이만이 맡은 정확한 역할, 그리고 그가 개인적으로 그램 토큰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확인할 단서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SEC는 보고 있다.

SEC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하이만은 현재 텔레그램을 떠나 암호화폐 수탁 업체 그램 볼트(Gram Vault)에서 일하고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램 볼트는 그램 토큰 최대 투자자의 협력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톤 출시가 SEC의 요청으로 법원이 발행한 금지 명령으로 중단되기 전에 써클의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니엑스(Poloniex)에 그램 토큰을 상장해달라고 정식으로 신청한 회사도 그램 볼트였다.

하이만은 그램 볼트에서 일하는 동시에 암호화폐 수탁업체 앵커리지(Anchorage)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맡은 것으로 보인다. 하이만과 앵커리지 측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텔레그램 오픈네트워크가 출시되고 그램 토큰이 유통되면 미국 고객들의 그램 토큰 수탁 업무는 앵커리지에서 맡을 예정이었다. 앵커리지는 이에 관한 취재 요청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

 

“증권거래위원회 D 규정 적용 안 돼”


SEC는 신청서에 그램 토큰을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텔레그램은 SEC가 제기한 혐의에 반박할 때마다 “증권거래위원회의 D 규정(Regulation D)을 따라 신고해 토큰을 판매했으므로, 그램 토큰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앞세웠다.

SEC는 SAFT 방식 자체는 D 규정에 따라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그램 토큰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램 토큰뿐 아니라 “텔레그램이 진행하는 토큰 판매는 전부 다 D 규정을 적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SEC는 그램 토큰이 애초부터 증권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램 토큰을 사는 투자자들은 지금 사는 토큰을 나중에 시장에서 되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텔레그램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미래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증권을 구성하는 핵심 요건 가운데 하나다.
“텔레그램이 토큰 판매를 앞두고 배포한 마케팅 문서의 문구들을 보면, 투자자들은 텔레그램이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면 그램 토큰의 가치가 올라 이윤을 볼 수 있다고 기대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그램 토큰을 산 사람들이 텔레그램이 만들겠다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유틸리티 토큰처럼 쓰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토큰을 사들인 것도 미래의 수익을 노린 투자였기 때문이다.” - SEC

앞서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케빈 카스텔(P. Kevin Castel) 판사는 텔레그램의 두로프와 부사장 일랴 페레코프스키(Ilya Perekopsky)와 직원 시암 파레흐(Shyam Parekh)에게 이번 사안과 관련해 증언하라고 명령했다. 그램 토큰의 증권 여부를 다툴 공청회 일정도 내년 2월 18일과 19일로 미뤄졌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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