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우리, '그래서 뭐사면 돼?'라고 묻지 말아요
[새해맞이 기획②] 2020년 블록체인 업계 내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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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김동환 2019년 12월17일 08:05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2000만원대를 상회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1년 후 400만원대로 주저앉을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8년 무수히 쏟아졌던 ICO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1년도 못가 죽은 코인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도 드물다. 암호화폐를 금지했던 중국이 2019년에는 블록체인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할 거라고 누가 내다봤을까.

변화무쌍한 블록체인 업계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기대되는 몇가지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① CBDC, 중국은 확정적. 2번 타자는 누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0월 22일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강조하고 나선 후, 중국의 위안화 디지털화폐(CBDC)는 기정 사실화됐다. 지금까지 현지 매체 등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중국 인민은행이 추진하는 CBDC는 위안화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현금처럼 어느정도의 익명성을 가지고 있는 콘셉트다. 2019년 말 중국 선전에서 시험 운용을 거쳐 이르면 내년 초 세계 최초로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발행 디지털화폐가 처음 발행되는 만큼 중국 CBDC에는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CBDC의 장점은 거래 속도가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간명한 장점보다는 실제 사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느냐 하는 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날카로운 시선은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신용을 담당하던 상업은행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통상 현대의 국가들은 중앙은행이 발권을 담당하고, 상업은행이 돈을 가져다가 예금과 대출을 통해 통화를 유통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굳이 중간 역할을 하는 상업은행의 필요가 없어져버린다. 디지털 화폐 발행 자체가 상업은행의 유동성과 금융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2월 보고서를 내고 비슷한 지점을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은 디지털 화폐 공급과 관리를 '인민은행-시중은행’과 ‘시중은행-이용자’의 2중 구조로 만들겠다며 이같은 논란을 피하려 한다.

한편, 중국 이외에도 2020년까지 CBDC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한 국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레젭 타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터키 대통령은 지난 11월 5일 터키 법정화폐인 리라를 기반으로 한 CBDC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역시 2020년 1분기 말까지 자체 CBDC를 테스트하고, 은행 간 거래에 도입할 계획이다.

② 암호화폐 파생상품, 2020년도 승승장구?
올해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에서 관찰됐던 뚜렷한 풍경 중 하나가 암호화폐 파생상품의 약진이었다. 암호화폐 현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선물, 마진거래 등이 암호화폐 현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도 자주 보인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비트코인 선물로 점점 더 많이 유입되고 있다.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월 11일 9100달러 선에서 11월 25일에는 66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실물인수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Bakkt)의 일일 거래량은 11월 22일 역대 최고치인 2728 BTC를 기록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도 지난 11월 22일과 25일 모두 4억 달러를 넘겼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올해 3분기에만 2억 5490만 달러의 투자액을 모았는데, 이중 67%가 비트코인으로 몰렸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xchange-traded fund, ETF)의 승인 여부도 주요한 관심거리 중 하나다. ETF는 일정 비중으로 여러 개의 자산이나 지수를 모아 만든 금융상품을 말한다. 투자절차가 간략하고, 개별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과 비용이 낮은 반면 투명성은 높다. 극심한 가격 변동성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를 꺼리는 사람도 암호화폐 ETF가 나오면 상대적으로 부담감없이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ETF가 만들어지면 제도권 자금이 암호화폐 분야로 들어오기도 더 쉬워진다.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 년째 올해 비트코인 ETF의 승인 신청을 거부하거나 연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SEC가 승인을 거절했던 비트와이즈(Bitwise)의 ETF 제안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내년에는 승인이 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③ 비트코인 반감기, 정말 '가격 대박'이 올까
통상 반감기란 어떤 양이 초기 값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반감기(halving)란 채굴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이 현재의 절반이 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 보상은 12.5 BTC이지만 2020년 5월로 예정된 반감기 이후에는 채굴 보상이 6.25 BTC로 줄어들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신규 공급량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비트코인 소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역대 비트코인 반감기 마다 가격 상승이 일어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투자자들은 고작 두 번의 반감기 데이터로 다음에도 같은 가격 상승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④ '차', '포' 떼인 리브라, 너의 모습은?
페이스북의 스테이블 코인인 리브라(Libra)가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애초 리브라연합(Libra Association) 내 100개 회원사를 모집하고 100개의 노드로 2020년 상반기에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의 전방위적 규제 압박으로 상당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리브라연합에는 21개 회원사만 남아있는 상태다.

리브라연합 측은 지난 11월 리브라 메인넷 시범운용과 플랫폼에 올라갈 댑(dApp)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출시는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미국, 유로 등 주요 국가들의 규제를 모두 충족시킨 상태에서 누더기 형태로 '일단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 규제 압력이 없는 국가에서만 리브라를 발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경우 모두, 페이스북이 애초 리브라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꿈꿨던 실질적인 '세계 화폐'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2월 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Libra)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페이스북은 은행 보안규정(Bank Secrecy Act, BSA)과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도 디지털 화폐는 테러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⑤ PoS 생태계, 탈중앙화 금융(De-fi)과 뜻밖의 경쟁?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이란 블록체인을 이용해 중개자 없이 작동하는 금융 시스템을 말한다. 암호화폐 담보 대출, 자금수탁 서비스(Custody), 지분증명(PoS) 플랫폼에서의 토큰 스테이킹(Staking) 등이 대표적인 De-fi 서비스다.

암호화폐 담보대출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메이커다오(Maker DAO)다. 현재 글로벌 De-fi 시장의 51%를 점유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이더리움(ETH)을 담보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인 DAI를 발행한다. 메이커다오에 ETF를 맡기고 DAO를 대출받는 행위는 싸게는 0.5% 대출 이자로 달러를 빌리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였다. 이 프로젝트가 급격히 성장했던 이유다.

문제는 2020년 초 이더리움이 이더리움 2.0으로 탈바꿈하면서 합의 알고리듬도 기존의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PoS 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PoS 블록체인은 구조상 플랫폼에 스테이킹(자신이 어느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 제한에 동의한 상태)된 토큰이 적으면 보안에 허점이 생긴다. 결국 다른 De-fi 서비스가 흥할수록 PoS 블록체인들은 보안에 문제가 생기는 구조다.

탈중앙화 금융 시장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테이킹 행위에 이자 등 더 높은 수준의 금전적 이득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야 De-fi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자신의 토큰을 끌어올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스테이킹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자 이득이 높으면 소비자는 그 토큰을 스테이킹 할 뿐, 굳이 해당 생태계의 다른 댑에서 사용하려 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 PoS 블록체인의 생태계가 무너진다.

이더리움과 다른 PoS 블록체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에버렛(Everett)은 지난 7월 '그림자 토큰'을 이용해 이를 해결하는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다.

⑥ 블록체인 기업 구조조정 내년도?
글로벌 규모의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전임직원의 20%인 39명을 해고했다. 상당 인원이 연구개발팀 소속이었다. 체이널리시스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매디 케네디는 지난 11월 21일 "수익성 개선과 신상품 출시에 주력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와 일반 상업은행을 포함한 민간 업체 140여 곳과 정부 기관 20곳이 체이널리시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이 과거보다 점점 위축되고 있어 체이널리시스 정도의 기업도 수익 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이더리움 개발사인 컨센시스(ConseSys)는 최근 인도와 필리핀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에도 총 1200명 규모의 직원 중 13%를 감축한 바 있다. 지난 5월엔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써클(Circle)이 임직원의 약 10%인 30명을 감원했다.

2020년에 암호화폐 가격이 비약적으로 오르거나,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 내년 6월에는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안을 최종 확정한다. 이 최종안에는 여행규칙(travel rule)등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규제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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