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익명' 중심으로 갈라진다…와사비월릿 거래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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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ny Nelson
Danny Nelson 2019년 12월30일 18:00
Binance Blockade of Wasabi Wallet Could Point to a Crypto Crack-Up
데이비드 클레이풀 존스턴 작 '폭포에서'. 출처=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년에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중대한 포크(fork)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거래소들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용자들이 둘로 갈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Binance) 싱가포르 거래소는 최근 발표를 통해, @bittlecat라는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지난 주말 여러 해시값을 하나의 묶음으로 섞어 거래 내용을 기록하는 와사비월릿(Wasabi wallet)에 비트코인을 보내려고 시도했으며, 이는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 정책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해 문제의 계정을 잠정 사용 중지했다고 밝혔다. 트위터에서는 바이낸스의 조처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bittlecat 계정 이용자는 바이낸스 싱가포르 지원팀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바이낸스 싱가포르 거래소는 불법 암호화폐 서비스, 특히 다크넷(darknet)이나 믹서(mixer) 사이트와의 모든 직·간접적인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측은 계정에 내린 중단 조처를 오래지 않아 해제했다. 하지만 바이낸스 싱가포르의 반믹싱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그리고 이런 정책을 고수하는 다른 거래소들이 추가로 생겨난다면 암호화폐 생태계가 둘로 갈라질 수도 있다고 개발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와사비월릿의 개발자 게르게이 허이두는 “거래소들이 점차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가 강화된 지갑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규제 기관의 감독을 받는 거래소에 코인을 보내거나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허이두는 “일부 거래소에서는 그러한 거래 자체가 아예 불가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은 너무도 끔찍해 언급하기도 두렵다”고 말했다.

갈등의 한쪽 끝에는 국내 규제 당국 및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감독을 거스를 수 없는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소 미심쩍은 코인 믹싱 서비스를 이용해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받으려는 이용자들이 있다.

쿨빗엑스(CoolBitX)의  톰 맥슨 미국 지사장은 “앞으로는 규제가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며, 가까운 미래에 이런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경쟁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앞으로 암호화폐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전쟁의 막이 올랐다고 평가한다.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10여 년 전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비트코인이 이 세상 수많은 사람에게 프라이버시와 재정적 자율성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해왔다. 이들은 점점 더 하나로 합쳐지는 세상이 탈중앙화된 해법을 찾는다면 비트코인이 이상적인 해법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개인간 거래(P2P)가 가능하고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구분자가 없는 지갑(디지털 은행 계좌)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또한, 와사비월릿처럼 거래 이력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서비스를 통해 믹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통제가 어려운 금융 상품의 존재 자체를 극도로 경계하는 각국 규제 당국은 이런 비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톰 맥슨 쿨빗엑스 미국지사장은 “규제 당국은 불명확한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엄청난 자금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됐다. 암호화폐 업계를 규제하는 법과 규정은 초반에만 해도 서서히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FATF 같은 단체와 정부간 기구들이 앞다투어 규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 FATF는 지난 6월 회원국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을 발표했다.

FATF 권고안은 가상 자산(암호화폐)을 전면 금지하거나 믹싱 서비스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금 세탁 위험을 강조한 규정은 규제 당국을 움직이게 했다. 싱가포르 등 규제 당국은 거래를 불명확하게 하는 기술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현재 쿨빗엑스는 거래소들이 FATF의 ‘여행 규칙(travel rule)’에 대비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고 있다. 여행 규칙이란 FATF 권고안에 담긴 핵심 내용 중 하나로, 가상자산 서비스제공자(VASP,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일반 은행과 마찬가지로 거래 고객들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하면 당국에 제공하도록 한 규칙이다. 맥슨 지사장은 암호화폐 시장이 불가피하게 이분화될 거라고 말했다.
“규제 기관들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규제의 속도를 높일 것이다. 그러면 그 여파로 믹서와 같은 서비스들은 더욱더 사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다만 이런 현상은 향후 몇 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질 것이다.“ -톰 맥슨

 

믹싱은 불법?합법?


믹싱(mixing)은 암호 화폐의 거래 경로를 감추는 기술이다. 와시비월릿의 경우, ‘차움식 코인조인(Chaumian CoinJoin)’이라는 믹서로 여러 거래당사자의 미사용 거래출력값(UTXO)을 하나로 묶어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요컨대 다수의 거래자가 자신의 코인을 동시에 여러 수신자에게 보냄으로써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보냈는지 알아내기 힘들게 한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믹싱을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보면 FATF 지침과 관련하여 가상자산 서비스제공자들에게 ‘거래의 명확성을 흐릴 수 있는 요인에 유의하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바이낸스의 글로벌 PR 담당자인 레아 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이낸스 싱가포르 거래소가 이번에 내린 조치는 규제 당국의 정책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낸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통화청과 통화청의 감독을 받는 파트너사 엑스퍼스(Xfers)가 명시한 요건에 따라 운영된다. 따라서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금지 관련 내규가 존재하며, 이번 조치는 당사의 리스크 통제 메커니즘이 발동된 것이다.”

미국 국립화이트칼라 범죄센터(National White Collar Crime Center)의 법집행 교육전문가 케이시 본은 싱가포르 통화청이 풍기는 뉘앙스와 관련해, 바이낸스 같은 기업으로서는 규제 당국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말한다.
“규제 기관의 감독을 받는 기업은 ‘해당 활동은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 기관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식의 명확한 정책이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규제 당국의 압력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재정적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관련 조사를 할 때도 주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조사하는 게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욕구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본은 말했다.

그래서 어떤 거래는 허용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를 거래소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은 말했다. 이용자가 코인을 한 번 인출하면, 그 코인이 다음에 어떤 사람의 계좌로 들어갈 것인지를 거래소에서 알아낼 방법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래소에서 나와 거래한 상대방 지갑도 내 소유일 것으로 추정해 내게 불리한 조치를 취한다고 생각해보자. 거래소 같은 기술기업에 그런 결정권을 정말로 주고 싶은가?” -케이시 본

 

실시간 거래 추적


바이낸스는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같은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와 계약을 맺어 암호화폐 거래 이력을 추적하고 있다. 이러한 암호화폐 분석 및 조사 기업들은 자산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 강력한 툴을 개발한다. 체이널리시스의 보안 솔루션 KYT(Know-Your-Transaction)는 암호화폐 거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소프트웨어다.

와사비월릿의 개발자 발린트 하르마는 와사비월릿을 통해 거래하면 이를 아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구분자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가 보유한 믹서를 포함해 모든 믹서가 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상황을 설명하고 향후 유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바이낸스와 체이널리시스에 연락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체이널리시스 측 대변인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믹서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해킹이나 사기를 통해 편취한 자금을 믹서를 이용해서 세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 고객들에게는 체이널리시스의 KYT 솔루션을 설치할 것을 권장한다. 믹서에서 들어오는 큰 액수의 거래나, 거래액은 작지만 빠른 속도로 오가는 거래를 따로 표시해 향후 조사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범죄자들의 자금 인출을 막을 수도 있다.”

규제 기관들이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이미 익명성 보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쿨빗엑스의 톰 맥슨은 FATF의 여행 규칙이 가장 명확하고 즉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거래소들이 속속 이용자들이 직접 작성해야 하는 양식을 거래소 인터페이스에 넣는 방향으로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맥슨 지사장은 예상되는 양식에 거래 수신처와 수신인 이름, 수신인의 거래소 계좌번호 등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지 않는 사람들도 암호화폐가 더 이상 탈중앙화된 화폐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거래된 적은 없지만, 이는 암호화폐가 가진 이상을 깨버리는 행위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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