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3억 과세에 "인수 취소!"…비덴트 진짜 몰랐나? 빗썸 이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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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박근모 2020년 1월10일 18:00
이미지=빗썸 홈페이지 캡처
출처=빗썸 홈페이지 캡처


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외국인 투자자의 소득세 명목으로 세금 803억원을 부과했다. 1150억원을 투자해 빗썸코리아(빗썸 운영사)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구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빗썸 대주주가 된 비덴트는 과세 사실을 몰랐다며 계약 취소에 나섰다. 지난 2년간 진행된 빗썸 인수를 둘러싼 각축전은 여전히 끝모를 안개속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빗썸코리아의 지주사 빗썸홀딩스의 주주인 비덴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빗썸코리아에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해 약 803억 원(지방세 포함)의 세금이 부과될 것을 지난해 11월 25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덴트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우리는 빗썸의 국세청 세금 부과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빗썸홀딩스 실질적 지배주주'인 이정훈씨를 상대로 빗썸홀딩스 지분 인수 취소 소송(주식양수 매매대금 관련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비덴트는 우선 전체 매매 금액 1150억 원 중 200억 원에 대해서 일부 청구를 진행하며, 추후 매매 대금 전체에 대해 반환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비덴트는 빗썸이 과세 사실을 숨겼던 책임을 물어 지분 추가 인수를 무효화하겠다는 주장이다. 비덴트 관계자는 "빗썸홀딩스가 불리한 조건으로 주식 매매 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국세청의 과세 통보 사실을 숨겼다"며 "비덴트는 매매 계약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을 모르고 한 계약인 만큼, 매매 계약을 취소하는 소장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덴트가 빗썸 과세를 몰랐다?


빗썸홀딩스 주식 양수 매매 계약 당시 빗썸에 대한 과세 사실을 몰랐다는 비덴트 쪽의 주장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이 처음으로 빗썸에 과세를 통보하기 직전까지 김재욱 비덴트 대표이사가 빗썸의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세청의 과세 통보 시점은 2018년 6월이다. 2018년 1월 10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빗썸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국세청은 "빗썸이 어떻게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회계 기준을 충족시켰는지 알지 못한다"며 "거래소의 운영 구조를 알기 위해서 빗썸에 먼저 조사를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18년 6월 국세청은 빗썸에 과세 통보가 이뤄졌다. 빗썸코리아는 즉각 적부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은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말 '외국인 회원'(국내 비거주자)들의 출금액 전체를 대상으로 빗썸에 공식 과세 통보를 했다.

빗썸에 과세 통보 직전인 2018년 4월말까지 빗썸은 김재욱-전수용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었다. 2017년 11월 비트코인캐시 가격 급등으로 인한 거래량 증가로 빗썸 거래소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같은 달 12일 김대식 당시 대표가 사임한 뒤 들어선 체제였다. 빗썸의 전신은 김대식 대표가 창업한 비트코인 거래소 엑스코인(Xcoin)으로, 2015년 1월 명칭을 빗썸으로 변경한 상태였다. 김재욱 전 공동대표는 김대식 대표가 사임한 지 사흘 뒤인 11월15일, 전 NHN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인 전수용 공동대표는 그로부터 다시 한달 반이 지난 12월29일 각각 대표직을 맡았다. 두 사람의 공동대표 체제는 이듬해 2018년 4월27일 허백영 전 대표가 단독대표를 맡을 때까지 이어졌다.

김재욱 대표는 국세청 과세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비덴트 관계자는 "당시 김재욱 대표가 빗썸 대표였던 것은 맞다. 그러나 김재욱 대표는 과세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며 "만약 알고 있었다면 이런 소송을 진행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국세청 세무조사와 함께 빗썸 매각설이 돌면서 거래소 운영이 비정상적이었는데, 이같은 상황이 대충 마무리되자 김재욱 대표가 빗썸 공동대표직을 사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록 세무조사 시작 시점에는 대표직을 맡았지만 과세 통보 이전에 사임한 만큼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세금 고지서를 받은 것은 허백영 대표 때였지만, 김재욱 대표는 사임 이후에도 빗썸의 대주주인 비덴트의 대표이사였다. 과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인 '비트갤럭시아 1호 투자조합'의 지분 41.05%를 가진 김재욱 대표는 2017년 1월 비덴트 최대주주(13.05%)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비덴트 공시 정보에 따르면, 김재욱 대표는 그해 3월 비덴트 사내이사로 등록된 이후, 10월 13일에는 빗썸코리아 이사를 겸직하게 됐했다. 이어 11월 8일부터는 비덴트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빗썸 공동대표를 사임한 뒤에도 비덴트 대표이사직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빗썸 이제 어디로?


지난 2018년 10월 BTHMB홀딩스(구 BK글로벌컨소시엄)가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의 지주사인 빗썸홀딩스의 '지분 50%+1주'를 4억 달러(약 4700억 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빗썸을 우회 인수한다고 밝힌 이래 많은 기업이 빗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BTHMB홀딩스를 이끄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나섰고, 다음으로 2019년 7월9일 코스닥 상장사인 두올산업이 공시를 통해 빗썸홀딩스 지분 인수를 추진한 BTHMB홀딩스의 지주회사 격인 싱가포르 법인 SG BK그룹 지분 57.41%(2357억 원) 인수에 나섰다. 또한 지난해 9월 30일에는 코너스톤네트웍스가 빗썸 인수에 도전했다. 최종적으로는 BTHMB홀딩스가 인수 잔금 마감인 10월31일까지 잔금 납입에 실패하면서, 취득했던 빗썸홀딩스 지분을 다시 내놨다. 이에 김재욱 대표의 비덴트가 BTHMB홀딩스가 내놓은 빗썸홀딩스 주식 2324주를 1150억 3800만 원에 양수한다고 나섰다. 11월 22일 공개된 비덴트 공시 정보에 따르면, 비덴트는 기존에 보유했던 빗썸홀딩스 주식 950주와 새로 양수받은 2324주를 포함해, 추가로 빗썸홀딩스 주식 150주를 취득함에 따라 총 3424주, 지분 비율 34.24%로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빗썸 인수전은 비덴트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국세청 과세가 공개된 뒤 비덴트가 양수받은 지분 매매 계약 취소 소송을 진행하면서, 빗썸 인수는 다시 한번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코너스톤네트웍스의 빗썸 인수 재도전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코너스톤네트웍스는 지난해 10월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김병건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정관 개정을 통해 주요 사업 영역으로 블록체인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빗썸홀딩스 지분을 비덴트가 가져가면서 계획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와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업계에서도 당분간 빗썸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텔, 네이버랩스,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심사역으로 다수의 IT 스타트업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 스카이메도우의 한인수 대표는 장기적인 투자 가치는 있을 수 있지만, 당장 몇천억을 부담하며 인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투자 대상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여름 국내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관계자 등 기관 투자자들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빗썸 관계자와 인수 합병 및 빗썸의 기업 가치 산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전체적인 암호화폐 시장의 불황과 거래소 거래량 감소로 투자 협상이 종료됐다. 여전히 빗썸의 거래량이 꽤 나오고 있고, 장기적인 수익성은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당장에 몇천억에 달하는 빗썸 인수를 추진할 투자자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한인수 스카이메도우 대표

다른 기관 투자자도 "초기에 김병건 회장이 빗썸홀딩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제시한 금액이 빗썸 기업 가치의 기준으로 되면서, 암호화폐 불황이 이어지는 지금 시점에서 빗썸 몸값은 너무 비싸다"며 "여전히 빗썸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있지만, 빗썸홀딩스가 기존 가격을 고수하는 만큼 비덴트 외에 또 다른 인수자가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덴트의 빗썸 인수는 끝난 게 아니다


업계에서는 비덴트의 빗썸 인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덴트가 빗썸홀딩스의 실질적 지배주주로 지목한 이정훈씨를 상대로 주식양수 매매대금 관련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냈지만, 민사 소송인 만큼 양측이 합의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덴트 쪽도 이정훈씨 쪽과 아직 협상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비덴트 관계자는 "전체 금액인 1150억 원 중 우선적으로 200억 원에 대해서만 민사소송을 걸었다. 민사소송은 합의가 되면 언제든 취하할 수 있다. 비덴트 입장에선 국세청의 과세 사실을 모르고 주식 양수 계약을 한 만큼 손해를 입었다.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언제든지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빗썸홀딩스의 2324주에 대한 가격의 재협상이 이뤄지면 주식 양수 계약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다만 이 경우 빗썸 기업 가치 산정 문제를 둘러싼 추가적인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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