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2018년 텔레그램 ICO는 서버 비용 대려는 목적이었다”
블록체인 협회 "그램토큰 증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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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aydakova
Anna Baydakova 2020년 1월23일 11:09

2018년 텔레그램 ICO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서버 사용료로 낼 돈을 마련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SEC가 텔레그램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제출한 서류가 추가로 공개된 가운데, SEC 주장의 핵심에는 사업 자금이 필요했던 텔레그램이 주식을 판매하는 대신 토큰을 팔아 비용을 댔다는 논리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토큰 판매 당시 텔레그램은 더 빠르고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블록체인을 위해 ICO를 진행한다고 광고했다. SEC가 지난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CEO 파벨 두로프는 당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SEC는 두로프가 텔레그램의 장비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토큰 판매에 나서기 전에 주식을 판매하는 방법도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은 2018년 초 ICO를 통해 17억 달러를 모금했다. SEC는 텔레그램의 그램(gram) 토큰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판매한 미등록 증권이라며, 지난해 10월 텔레그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자체 블록체인인 톤(TON,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의 출시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명령도 받아냈다. 소송의 첫 공판은 다음 달로 예정돼 있다.

미국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두로프는 최근까지도 직접 텔레그램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두로프는 2017년에 텔레그램 메신저의 서버를 구매하고 관련 서비스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주식 판매를 고려했지만, 회사의 가치와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다른 방식을 택했다. 텔레그램은 사용자에게 이용료를 받지도, 광고를 게재해 돈을 벌지도 않았다.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SEC가 제출한 서류 중

SEC는 두로프와 알렉산더 타마스가 주고받은 메시지 기록도 공개했다. 타마스는 바이 캐피털(Vy Capital)의 창립자이자 전 DST 캐피털(DST Capital)의 파트너였고, 두로프가 창립한 러시아의 SNS 브깐딱쩨(Vkontakte)의 주주이기도 하다.

타마스는 2017년 8월 14일 두로프에게 모 회사의 주식 2500만 달러어치를 사들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두로프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다.

“지금 텔레그램에 필요한 것은 서버 확장을 위한 현금이다. 이런 제안은 텔레그램의 현금 흐름 문제를 해결한 뒤에 고려해 보겠다.” –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

그러자 타마스는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두로프는 “누군가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VC 관련 계획은 접었다”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란 텔레그램의 지분 10%를 5억 달러, 또는 20%를 10억 달러에 사들이는 것이었다.

2018년 1월 16일, 두로프는 투자은행 크레디쉬스(Credit Suisse)의 직원에게 텔레그램에서 주식 판매를 고려해보았지만, 암호화폐를 판매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토큰 판매 이후 텔레그램은 블록체인 톤(TON)을 개발하기 위한 자원을 제공했고, 9월에 블록체인용 운영 코드를 공개했다.

ICO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그램용 월릿을 생성할 수 있는 키 생성기로 연결되는 링크를 받았다. 또한, 텔레그램은 비공식 파트너 톤 랩스(TON Labs)의 도움이 필요했다. 톤 랩스는 텔레그램 ICO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이끄는 회사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발자를 위한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SEC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금융 서비스 전문가 샤얌 파레크는 미국 기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제공사 앵커리지(Anchorage)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텔레그램 팀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톤 랩스에서 일하는 엔지니어가 텔레그램 엔지니어보다 많다). 앵커리지는 6개월간 텔레그램과 협업해왔고, 시작 단계부터 테스트를 돕기도 했다.” – 샤얌 파레크, 텔레그램 금융 서비스 전문가

 

검증인 아닌 투자자

또한, SEC는 텔레그램 직원들이 그램을 증권으로 여겼으며, 심지어 토큰을 홍보할 때도 전통적인 자본시장의 용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파레크는 투자자에게 “블록체인이 출시되면 텔레그램이 총 7283만5916.68개의 그램을 지급받는다. 그램이 담보 증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EC는 톤(TON) 투자자들이 그램을 증권으로 보았다고 주장한다. 텔레그램 블록체인이 지분증명 합의 방식을 따르는 네트워크인데도 그램 토큰이 지분을 맡겨놓고 거래를 검증하는 데 쓰이는 대신 단순한 투자용으로 판매됐다는 것이다.

SEC는 “파레크는 톤 블록체인 검증인으로 선택되는 그램 지분을 대주거래(stock lending)에 비유했다”며, 텔레그램은 투자자에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검증인으로 활동할 의향이 있는지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텔레그램이 토큰 판매가 시작되기 전에 규제 기관과 논의한 적이 없으며, SEC 쪽에서 토큰 판매 사실을 알게 되어 먼저 텔레그램에 연락을 취하자 그제야 D 규정(regulation D)에 따라 등록 면제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SEC 소속 호르헤 텐레이로 변호사는 두로프가 지난 7일 재판 전 진술에서 그램 토큰의 사모발행을 시작하기 전에 SEC에 접촉을 시도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두로프는 당시 텔레그램이 여전히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SEC에 연락하지 않았다.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우리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은 그램 구매 계약서에 첫 서명이 이뤄졌을 때에도 SEC에 연락하지 않았다.

SEC는 2018년 1월 8일이 돼서야 텔레그램이 토큰을 판매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몇주 뒤 텔레그램의 법률 자문에 연락을 취했다. 다음 달에 법무법인 스카덴 압스(Skadden, Arps) 소속 변호사가 텔레그램을 대신해 SEC에 이메일을 보냈고, 2018년 2월 13일 첫 판매를 위해 D 규정을 적용받고 싶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텔레그램은 그러나 그 후에는 규제 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2018년 2월 6일 이후로 텔레그램이 SEC의 직원과 3차례의 대면, 9차례 전화 통화, 다수의 서신 교환을 했다. 또한, 텔레그램이 자발적으로 SEC에 문서를 제공했다고 했다.

텔레그램은 계속해서 그램 토큰은 사적 모집을 통해 판매했으며,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램 토큰을 산 사람들은 수입이나 배당금, 이자 등에 대한 권리를 받지 않았다. 또한, 그램은 주식이나 다른 형태의 지분과도 확연히 다르다.” –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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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협회 "그램토큰 증권 아니다"

코인베이스, 써클, 0x,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이 참가하는 로비 단체 블록체인 협회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제출한 법정 의견서(amicus curiae brief)를 통해, “그램토큰은 증권이 아니다”라며 텔레그램을 옹호하고 나섰다.

디지털 상공회의소는 “디지털 자산에 관한 투자 계약이 모두 증권은 아니”라는 텔레그램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법원에 이번 증권법 위반 소송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달라고 제청하지는 않았다. 반면, 블록체인 협회는 한층 명확하게 텔레그램 편에 섰다. 텔레그램이 SEC의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규제 당국이 이 문제를 소송으로 끌고 가는 것은 텔레그램 투자자뿐 아니라 시장 전체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새로운 제품이 있는데, 이를 개발하고 사용하기 위해 민간에서 맺은 정교한 계약을 법원이 직접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이는 증권법이 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오히려 해를 끼치는 행위다.”

블록체인 기업들과 암호화폐 업계는 오랫동안 SEC에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블록체인 협회는 SEC가 텔레그램의 ICO 관련 논란을 법정으로 끌고 간 것이 오히려 규제와 관련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SEC의 소송을 보면서 암호화폐 업계는, 관련 규정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해도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적법하게 투자를 받는다 해도 불법으로 내몰리는 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 - 블록체인 협회 법정 의견서 중

이어 블록체인 협회는 턴키젯(TurnKey Jet)과 포켓풀오브쿼터스(PoQ, Pocketful of Quarters) 등 SEC와 성공적으로 협의를 거쳐 무제재 확인서를 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반대로 텔레그램과 마찬가지로 SEC와 법정에서 토큰 판매가 증권법 위반인지 아닌지를 다투고 있는 메신저 킥(Kik)의 사례도 덧붙였다.

“규제 당국과 협의하는 데는 적잖은 비용이 든다. 문제는 최선을 다해서 규제를 지키려 해도 규제 당국의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이다. 텔레그램은 무려 1년 반 동안 SEC 측과 대화를 나누며 여러 사안을 조율했다. SEC가 요구한 수많은 정보를 성실히 제출했고, 토큰 판매 세부사항과 관련해 SEC가 지적한 부분을 최대한 수정하고 개선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SEC의 고소였다. SEC는 고소장을 비롯해 이후 법원에 제출한 보충 서류 어디에서도 1년 반 동안 얼마나 많은 협의가 오갔는지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협회는 텔레그램이 자체 블록체인 톤(TON,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을 취소하고 그램 토큰을 발행하지 않게 되면, 토큰에 투자한 이들은 물론 혁신을 위해 헌신해 온 모든 이들의 꿈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구매 약정에 서명한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건 당연한 일이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출시가 늦어질수록 혁신도 그만큼 늦춰지는 것이다.”

블록체인 협회는 법원에 텔레그램 편을 들어달라고 명백히 요청했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그램 토큰에 대한 구매 계약만 놓고 증권이라고 주장하는 SEC의 주장을 재판부가 부디 물리쳐주기를 부탁한다.”

재판의 첫 심리는 다음 달 18일로 예정돼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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