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암호화폐 시장엔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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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Pan
David Pan 2020년 1월28일 08:04

비수탁 방식의 암호화폐 대출업체 디파이너(DeFiner)의 창립자 CEO 제이슨 우는 이달 중국 고객과 하기로 했던 회의 수십 건을 모두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퍼지면서 중국 고객들이 먼저 디파이너를 만날 수 없다고 알려왔고, 자동으로 중국 투어 자체가 취소됐다.

“원래는 중국 10개 도시를 돌며 고객을 만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암호화폐 관련 행사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데 가는 것 자체를, 아니 모이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 제이슨 우, 디파이너 CEO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처음 나온 12월8일 이후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지면서 사망자만 현재까지 82명(중국 정부 28일 오전 발표 기준)으로 늘어났다. 중국 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2889 명에 이르며, 미국에서도 5명, 한국에서도 4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암호화폐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다. 전 세계 50대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40%가 중국에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있는 나라도 단연 중국이다. 제이슨 우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는 지금의 상황이 암호화폐 가격을 떨어뜨리고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우는 중국의 암호화폐 투자사들에 다양한 마케팅 행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잘 드러내지 않고 영업하는 중국 내 암호화폐 기업들은 투자를 받고 디지털 자산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을 기회가 많지 않다. 얼마되지 않는 이런 기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금껏 암호자산에 원활히 유입되던 돈이 갑자기 들어오지 않는다면 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제이슨 우

우는 암호화폐 업계에 중국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정확히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플러스토큰(PlusToken)의 예를 들었다. 플러스토큰은 불법 다단계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인 혐의로 지난해 6월 중국 당국이 폐쇄한 암호화폐 기업이다. 플러스토큰이 중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끌어모은 돈은 이더(ETH) 78만 9천 개, EOS 2600만 개를 비롯해 무려 3조 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트코인(BTC)도 전체 발행된 통화량의 1%가 넘는 20만여 개나 모았다.

제이슨 우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춘절(설) 무렵은 암호화폐 시장이 고전하는 시기라는 진단도 내놨다. 중국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휴 전에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꿨다가 춘절을 보내고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장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시점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음력 새해가 밝은 다음에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암호화폐에 다시 투자할지 불확실해졌다.” - 제이슨 우

 

가뜩이나 밝지만은 않던 시장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중국 투자자들의 행동을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암호화폐 헤지펀드 트레이드 터미널(Trade Terminal)의 CTO 양링샤오는 특정 사건과 투자 결정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암호화폐 거래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한두 가지로 딱 잘라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게다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거래 데이터는 처음부터 투명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 양링샤오, 트레이드 터미널 CTO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주 작은 것도 사실이다. 작은 사건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훨씬 클 수 있다.

다만, 아시아 지역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특징을 고려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영향을 점쳐볼 수 있다고 양링샤오는 지적했다. 먼저 아시아 지역에는 개인투자자가 상당히 많다. 아시아 암호화폐 투자자의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양링샤오는 개인투자자들이 춘절 같은 명절이나 연휴 전후로 보통 더 활발하게 투자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가격을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 투자자들이 보여준 경향을 토대로 예측할 수 있는 건 명절이나 연휴 앞뒤로 암호화폐 가격의 변동 폭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하면서 오히려 암호화폐 거래는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대신 집에 머물면서 자연히 암호화폐 시세를 더 자주 확인하게 될 테고, 그만큼 더 많이 주문을 내고 거래할 수 있다.” - 양링샤오

자산관리회사 CLS 인베스트먼츠(CLS Investments)의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 코츠야 에터스는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워낙 독특해서 가격을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금이나 현금에 비하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투자 위험을 감수하되 그 대신 더 높은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주식과의 공통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사실 대부분 자산은 특정 분야의 위험에만 제한적으로 노출돼 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이 어떤 자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지 비교적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 코츠야 에터스, CLS 인베스트먼츠

 

유동적인 상황…글로벌 증시는 하락세

시카고의 자산관리회사 SVRN에서 일하는 재정 전문가 새뮤얼 리는 투기 성향이 강한 암호화폐가 세계 시장에 미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력을 부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전체 금융 시장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원래 전통적인 금융 시장보다 훨씬 더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얼마든지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이 자칫하면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칠 지정학적 영향력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에 비하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새뮤얼 리, SVRN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상황과 관련해 전 세계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뜻하는 전염병 창궐(outbreak)을 선포할지를 여전히 검토중이다.(WHO는 2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준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한 상태다.) 새뮤얼 리는 “적어도 중국인들이 전염병이 두려워 중국을 탈출하려 시도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S&P 500과 홍콩 항생지수, 상하이 종합주가지수 등은 1~2% 가격이 내렸다.

투자은행 바디코(Bardi Co.)의 어드바이저로 앞서 오케이코인(OKCoin)에서 금융시장 분석을 총괄했던 윌프레드 데이는 2002년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발발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SARS)를 제외하면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전염병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 일어났던 대부분 전염병은 주식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사스는 예외였다. 전염병이 창궐해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면, 암호화폐 시장은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 윌프레드 데이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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