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실험장 넓힌다지만…국회검증 ‘우횟길’ 탄 규제샌드박스
1년 운영한 과기부, 개선안 발표

신청 늘리기 위한 기업 컨설팅 제공
임시허가 기간 법제정 전까지 확대

한쪽선 “안정적 사업영위 가능 장점”
다른쪽선 “기존 규제 무력화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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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은 한겨레 기자
신다은 한겨레 기자 2020년 2월3일 17:59
출처=고윤결/한겨레신문
출처=고윤결/한겨레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임시허가에 적용되는 4년 유효기간을 사실상 폐지하고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늘리기 위한 기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정부는 혁신의 실험장을 넓히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국회와 시민사회 검증 없이 현실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부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규제샌드박스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임시허가 유효기간을 4년에서 ‘관련법 제정 전’까지로 확대하고 △창업기획자에 1:1 사업화 컨설팅을 제공하며 △5세대(G) 통신·인공지능(AI) 산업 관련 대표 과제를 선정해 규제샌드박스 활용도를 높이는 게 뼈대다. 과기부는 지난해 120건 규제를 심의해 102건(85%)을 각각 임시허가·실증특례·신속처리와 같은 방식으로 소화했다.

평가는 엇갈린다. 국회 논의가 장기화하더라도 신기술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과 사업자가 특정기간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여겨진다. 반면 현행 법령이 허용하지 않는 특정 사업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에 진입할 경우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예로 한국판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위홈’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숙박업소에 견줘 시설 점검과 범죄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는 ‘특정 민간사업자에 (신분증 모바일 전환을) 맡기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꾸준했으나 규제샌드박스를 그대로 통과했다. “사업이 일단 개시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 주체가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로 다른 부처의 쟁점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된 사례도 있다. 지난 11월엔 가사도우미호출서비스업체인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 서비스)’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이던 가사도우미 특별법을 임시적용 받기로 했다. 노동법을 다루는 사안이지만 관련법상 ‘신규 정보통신융합등 기술·서비스’ 활용 주체라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였다. 노동계는 노동자 휴식권 보장이 면책되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날 과기부가 성공사례로 꼽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이용한 원격의료(휴이노·고대안암병원)’도 현행법상 합법적 원격의료가 맞는지,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시민단체, 국회와 부딪혔으나 심의를 통과했다.

출처=한겨레신문
출처=한겨레신문

 

신영전 한양대 교수(의학)는 “국민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데도 공적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청회를 한다든지 의사결정과정에 국민참여규정을 만든다든지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장치 없이 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문제가 터지면 보고받는 조직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어느 수준까지 발생했을 때 서비스를 중단할지,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다루는 별도 조직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임시허가 기간을 늘리면 사실상 예외규정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국회의 입법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기존 규제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또 “모바일 호출서비스라고 해서 무관한 법안을 규제샌드박스 신청할 수는 없지 않나. 그 사업의 비즈니스모델이 정보통신과 실제로 관련이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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