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스펑키 추천 ICO 67% 가격 폭락…'거래불가'도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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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2020년 2월5일 17:00

암호화폐 커뮤니티 '비트고수'를 운영하던 인플루언서 '스펑키' 황규훈씨가 괴한들에게 피습을 당한 지 거의 한달이 지난 가운데, 그가 투자를 추천했던 암호화폐 종목들은 코인 가격이 폭락했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운영을 접고 자취를 감춰버린 사례가 많았다. 스펑키는 유튜브 '스펑키의 비트코인 방송'을 통한 시장 분석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황씨의 투자 추천이 피습 사건의 배경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인데스크코리아는 검증을 위해 그가 추천한 암호화폐를 추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언급한 암호화폐 전체를 다룰 수는 없었다. 종목이 너무 많아 모두 분석 대상으로 삼기엔 무리였다.

대신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황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비트고수의 유·무료 프로그램 '코인러너스'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추천한 ICO 대상 종목을 선별했다. 코인러너스 회원이면서 직접 ICO에도 참여했던 복수의 익명 투자자들로부터 얻은 자료를 참고했다. 집계 결과 25개 ICO는 실제 황씨의 추천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ICO가 진행됐음에도 자료가 불분명한 종목은 뺐다.

추려진 21개 암호화폐를 분석해본 결과는 처참했다. ICO 시점 대비 가격이 97~99% 폭락한 것이 7건(33%), 30~90% 빠진 것이 7건(33%) 등 절반 이상이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이상 거래되지 않는 종목도 5건(24%)이었다.

1. 97~99% 가격 폭락(7개)

DAV - 블록체인 기반 자율 운송 서비스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다. 1DAV 당 0.07달러에 ICO가 이뤄졌다. 현재 0.0002달러(ICO 대비 약 99% 하락)에 거래 중이다.
Indahash(IDH) - IDH는 폴란드에서 시작된 마케팅 관련 암호화폐다. 지난 2017년 11월 ICO를 진행했다. 1IDH 당 0.21달러에 ICO가 이뤄졌다. 현재 가격은 0.003달러(ICO 대비 약 99% 하락)이며, 전 세계 일 거래량은 312달러에 불과하다.
SDT(Alchemint) - 네오(NEO)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가격 안정화를 위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등장했다. 다양한 담보물을 SDT로 환산해 SDs라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하게 된다. 일종의 네오 버전의 테더(USDT)로 볼 수 있다. 1SDT 당 0.08달러에 ICO가 진행됐으며, 현재 0.0002달러(ICO 대비 약 99% 하락)에 거래 중이다.
OPEN(Open Platform) - Open Platform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으로 이커머스나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을 API로 연동하는 프로젝트다. OPEN은 Open Platform에서 결제에 사용된다. 1OPEN 당 0.08달러에 ICO가 진행됐다. 현재 0.0006달러(ICO 대비 약 99% 하락)에 거래된다.
PDATA(OPIRIA) - PDATA는 개인 정보 판매와 구입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다. PDATA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1PDATA 당 0.11달러에 ICO가 진행됐다. 현재 0.0005달러(ICO 대비 약 99% 하락)에 거래된다.
EDR(Endor) - EDR은 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행동 예측이나 데이터 제공을 하는 과정에서 EDR이 이용된다. 1EDR 당 0.27달러에 ICO가 이뤄졌다. 현재 0.003달러(ICO 대비 약 98% 하락)에 거래된다.
CBC(CashBet Coin) - 미국 기반의 스포츠 베팅 서비스 업체 CashBet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영국의 축구 클럽 아스널과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명성을 얻었다. 1CBC 당 0.42달러에 ICO를 진행했다. 현재 0.009달러(ICO 대비 97% 하락)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 30~90% 가격 폭락(7개)

ORBS - 이스라엘 기반의 블록체인 기업인 '헥사(HEXA)'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다. 이더리움과 ORBS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다양한 댑과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아토믹 스왑이 대표적인 기술로 꼽힌다. 황씨는 지난해 2월 헥사 한국 총괄 대표로 내정됐다. 1ORBS 당 0.1달러에 ICO가 진행됐다. 현재 0.007달러(ICO 대비 93% 하락)에 거래된다. ORBS는 코인데스크코리아에 "2019년 10~11월께 황씨가 헥사 한국 총괄 대표 자격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GEN(DAOstack) - GEN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다. DAOstack 플랫폼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산형 거버넌스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으며, GEN이 이 서비스의 사용료로 이용된다. 1GEN 당 1달러에 ICO가 진행됐다. 현재 0.08달러(ICO 대비 92% 하락)에 거래가 이뤄진다.
AGI - 지난 2017년 인공지능(AI) 개발자를 위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진 '싱귤래리티넷(SigularityNET)'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다. AI 개발자들은 싱귤래러티넷에서 AI 관련 기술이나 데이터셋을 AGI로 사고팔 수 있다. 1AGI당 0.1달러에 ICO가 이뤄졌다. 현재는 0.01달러(ICO 대비 약 90% 하락)에 거래된다.
OLT(OneLedger) - 이종의 블록체인을 연결해 다양한 댑(Dapp) 사용이 가능한 인터체인 프로젝트다. 1OLT 당 0.05달러에 ICO가 이뤄졌다. 현재 0.006달러(ICO 대비 88% 하락)에 거래된다.
LBA(Libra Credit) -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신용 담보 대출 서비스 프로젝트다.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해 개인 신용도를 분석 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서비스 명칭을 Libra Credit에서 CRED로 변경했다. 1LBA 당 0.1달러에 ICO가 이뤄졌다. 현재 0.02달러(ICO 대비 80% 하락)에 거래 중이다.
CRE(Carry Protocol) - 캐리프로토콜은 오프라인 상점 보상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포카의 창업팀이 진행하는 국내 프로젝트다. 1CRE 당 0.004달러에 ICO를 진행했다. 현재 0.0025달러(ICO 대비 약 37% 하락)에 거래 중이다.
TZRO(t-zero) -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오버스탁의 자회사로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1TZRO당 10달러에 ICO를 진행했다. 현재 1TZRO 당 2000원~8000원 내외로 장외거래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3. 거래 불가능 (5개)

CODX(Codex Protocol) - CODX는 예술품 진위 확인과 거래 내역 관리를 위한 프로젝트다. 1CODX 당 0.055달러에 ICO가 진행됐다. 현재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없다.
LGO(Legolas) - LGO는 프랑스 소재의 제3세대 암호화폐 거래소를 지향하는 레골라스의 거래소 토큰이다. 레골라스 거래소의 예금, 인출, 이체 등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LGO가 수수료로 이용된다. 레골라스 거래소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LX(Moonlight) - 네오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젝트로 인력 관리 및 프로젝트 관리 플랫폼을 지향한다. 1LX 당 0.02달러에 ICO가 이뤄졌다. 현재 거래 가능한 거래소는 없다.
OUNA -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평가 및 채용 생태계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다. 블록체인 버전의 링크드인(Linked in)을 지향한다. 1OUNA당 0.009달러에 ICO가 진행됐으며, 현재 거래 가능한 거래소는 없다.
RES(Resistance) - RES는 탈중앙화 거래소(DEX) Resistance의 거래소토큰이다. 1RES 당 0.31달러에 ICO를 진행했다. 현재 Resistance는 서비스를 개발 중으로 RES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4. ICO 대비 가격 유지 및 상승 (2개)

ROM - 탈중앙화 데이터 통신 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내 프로젝트다. 롬 블록체인 전용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공개했으나, 실제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1ROM 당 0.0001달러에 ICO를 진행했다. 현재 0.0001달러(ICO 가격과 동일)에 거래된다.
NEXO -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관련 암호화폐로 2007년부터 온라인 간편대출 서비스를 제공한 크레디시모(Credissimo)가 진행한 프로젝트다. NEXO는 유럽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담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 블록체인 기업 테라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유명세를 탔다. 1NEXO 당 0.1달러에 ICO가 진행됐다. 현재 0.14달러(ICO 대비 약 40% 상승)에 거래된다. NEXO는 그동안 0.9달러 내외로 거래가 이뤄지다, 올해 초 전반적인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힘입어 ICO 당시 가격을 넘어섰다.

이 밖에 BIT100, RING(ringplat), Moon3D, Hadrond 등은 ICO나 거래 정보가 명확하지 않다.

활동 재개…"응원해주는 분들과 함께 황소장 오는 날까지"

황씨는 지난달 20일 복귀 방송을 시작으로 자신의 유튜브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복귀 방송에서 그는 피습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처지 등을 적극 설명했다.

사건 당시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그는 "운이 좋게도 괴인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있을 때, 두 번이나 엘리베이터가 서고 문이 열리며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분들이 현장을 목격했다"며, 괴한들이 다수의 목격자를 의식해 도주한 탓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비트고수의 '코인러너스'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벌인 일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는 데 대해선, 그는 일부 후회와 반성의 기색을 내비치며 본인도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이 터지고 있는 것을 제가 먼저 눈치를 채고 거기에 맞는 대응 방법을 시청자에게 제공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직도 내가 코인을 팔고, 뒤에서 뭘 챙기면서 방송에서 언급한 코인들을 계획적으로 하락시켰다는 등 소리를 하고 다닌다. 그걸 믿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추천한 코인들로 수익 실현을 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욕심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버티면서 저와 제가 추천한 코인을 구입한 이들이 큰 손실을 봤다."

다만, 황씨는 자신의 손실을 증명할 수 있는 지갑 및 계정 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황씨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암호화폐 추천 과정에서 가격 조작을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나는 코인 발행사도 아니고, 공동 구매로 시청자들과 함께 투자를 했을 뿐 내가 무슨 권한으로 코인을 팔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유튜버이자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하며 인생 역전을 하고자 한 사람 중 한 명이며, 나는 투자한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더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비트고수)와 함께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일부러 프로젝트를 망하게 만들고, 이익을 얻기 위해 설거지(가격 폭락 전 매도해서 이익을 보전하는 행위) 등을 하진 않았다."

황씨는 이날 방송에서 이번 피습 사건을 겪으면서 한때 암호화폐 업계를 떠날 생각도 했지만, 다시 암호화폐 유튜버로 복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몸도, 마음도 망가지고 경제적으로 저나 회사나 다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소문과 악플이 확산하는 것을 보니 우울증이 와 모든 활동을 중단하려고 했다. 코인러너스 카페를 보고 나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보고 암호화폐 시장에 불장(상승장)이 올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는 회원들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회복되는 대로 바로 다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황씨는 1월9일 새벽 1시반께 자택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괴한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사건 4일 뒤인 1월14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재까지는 뇌진탕 휴유증 때문에 어지러움 증세가 심해 약에 의존하고 있고, 약 없이는 활동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대로 돌아오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경찰은 11일 용의자 2명 가운데 1명을 검거했으나 다른 용의자 1명은 오스트레일리아로 도주했다. 범행 동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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