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중' 예멘인은 암호화폐를 경계한다…비트코인의 "시기상조" 탄식
전쟁지역 통신환경서 비트코인 사용 한계
반군 발행 자체 암호화폐 e리알 이용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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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Cuen
Leigh Cuen 2020년 3월3일 12:00
무너진 집에 앉아있는 한 예멘인. 출처=셔터스톡/akramalrasny
무너진 집에 앉아있는 한 예멘인. 출처=셔터스톡/akramalrasny

요약

  • 유엔이 말하는 세계 최대 인도주의 위기 상황의 본거지인 예멘은 내전 상태에 있다.
  •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Houthi) 반군이 나라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데, 후티 반군은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 예멘 사람들은 후티 반군의 암호화폐 때문에 암호화폐와 연관되는 것을 경계한다.
  • 초국가적이고 검열에 강한 암호화폐의 잠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통신 이슈는 예멘에 비트코인을 도입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 한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전쟁 지역에서 비트코인(BTC)을 사용하는 것은 현금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민간인들뿐 아니라 불법 행위자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특히 더욱 그렇다.

예멘 내전은 비트코인 사용의 근본적 모순을 부각시키고 있다. 민간인이 감시 인프라를 통하지 않고는 암호화폐를 얻기 어렵다. 예멘의 경우가 그렇다. 예멘 북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고, 실패한 정부가 남쪽의 중앙은행을 장악하고 있다.

예멘 사람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대이란 제재처럼 포괄적이지는 않지만, 미국의 제재 조처를 위반할 우려 탓에 글로벌 기업들은 예멘 사업을 기피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주 이란과 후티 간 무기 거래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예멘에 대한 추가 제재를 승인했다. 현재 후티가 북부를 통치하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다른 기부자들이 일부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한두달 후로 예상하고 있다"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게다가 P2P 시장은 현금 부족과 신뢰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헌법적권리 센터(Center for Constitutional Rights)에서 일하는 미국 국적의 이브라함 카타비(Ibraham Qatabi) 연구원은 지역에 따라 외국 정부나 국내 정부가 통신사와 전기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빅 브라더가 망을 소유하고 있다면 영장은 필요 없다. 게다가 카타비는 대부분의 해외 송금은 당국이 감시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모든 걸 감시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를 뒤쫓고 싶다면, 그들은 그 파일에 접근할 것이다." - 이브라함 카타비

2012년까지 예멘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민 온 의사 함자 알샤르가비(Hamza Alshargabi)는 예멘의 대부분 지역에서 안전한 인터넷이나 전화 통신망에 접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동의했다. 그는 대도시에서 통신은 "너무 비싸서 사용할 수 없다"며 자신의 형제가 예멘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젠가 메시네트워크(mesh networks)가 안전한 인터넷 없이도 비트코인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지만, 예멘에는 거래할 수 있는 비트코인 자체가 거의 없다.

한편, 후티는 암호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멘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SCSS(Sana’a Center for Strategic Studies)의 2019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예멘 북부의 민간인들에게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를 사용하라고 했다.

이처럼 일부 예멘인과 외국인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사용을 두려워하고 있다. 2019년 이란과 레바논의 시위가 비트코인의 한계를 보여줬다면, 예멘은 정부 인프라에 의존한 비트코인 사용의 사례를 보여준다.

출처=한겨레
출처=한겨레

암호화폐 전쟁

암호화폐는 예멘 내전에서 무기가 됐다. 후티는 디지털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자신들의 대의에 적대적인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내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 후티는 예멘의 남부 지역에서 새로 발행된 리알 지폐를 소유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그들은 화폐를 발행하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 기능을 부인하고 있다. 이란에는 적어도 많은 자본과 석유, 시장이 있다. 하지만 예멘에는 팔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 함자 알샤르가비

이번이 암호화폐에 대한 후티의 첫 시도는 아니다. 사이버보안 회사인 리코디드 퓨처(Recorded Future)에 따르면 후티는 2017년부터 암호화폐를 채굴해 왔다. 후티가 어떤 암호화폐를 채굴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일부 이란 군 지도자들은 경제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리고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e)에 의하면 "후티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후티가 운영하는 예멘 석유 회사와 예멘 통신사와 같은 공공 기관을 활용해 2019년 4월 결제를 시험한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항의했고 e리알로 급여가 지급되는 것을 거부했다.

SCSS 보고서는 "9개월이 지났지만 e리알은 수도, 전기, 휴대전화 요금 등 제한 영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정상적인 일상 경제 활동에 e리알을 사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구한 한 SCSS 연구원은 후티가 국내 현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암호화폐 실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주로 친구나 친척 등이 보증할 때는 비트코인이 사용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나 전화통화 중에 비트코인을 언급하면 타깃이 될 수도 있다..

SCSS 연구원은 예멘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통신 감시와 금융활동 모니터링도 매우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이민 온 알샤르가비는 2012년까지는 이더(ETH)를 종종 채굴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그를 추가 감시하는 것이 우려돼 채굴을 중단했다. 

비록 예멘의 불법 암호화폐 사용자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도, 그는 미국의 법 시스템이 외국에서 태어난 무슬림을 보호하리라 확신하지 못한다. 알샤르가비는 "그들이 언젠가 내 방문을 두드리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아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알샤르가비는 예멘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낼 때 옛날 방식을 사용한다. "예멘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가 우리 엄마에게 200달러를 주면, 나는 이쪽에 있는 너희 엄마에게 200달러를 줄게'고 한다. 이렇게 송금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멘에서 공무원으로 살던 자말씨는 아내와 다섯 딸 등 가족과 함께 내전을 피해 2012년 예멘을 탈출했다. 그리스 등 여러 나라를 떠돌다 2015년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머물다가 2018년 5월7일 가족과 함께 제주에 왔다. 출처=강재훈 선임기자/한겨레
예멘에서 공무원으로 살던 자말씨는 아내와 다섯 딸 등 가족과 함께 내전을 피해 2012년 예멘을 탈출했다. 그리스 등 여러 나라를 떠돌다 2015년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머물다가 2018년 5월7일 가족과 함께 제주에 왔다. 출처=강재훈 선임기자/한겨레

공개 원장의 위험성

알샤르가비가 자신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이 방식은 e리알이 아닌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소수의 예멘인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는 예멘 신용카드나 은행 송금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에 관심을 갖는 일부 예멘인들이 위기상황에서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는 이란 출신 이민자들이다.

2018년경 컴퓨터과학을 공부하는 마날 가넴(Manal Ghanem) 등 8명의 사례가 그랬다. 그녀는 비트코인을 사지 않고, 단지 시뮬레이션과 테스트넷을 사용해보기만 했다. 

하지만 해외에 가족이 있는 그녀의 친구들 일부는 외국은행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했다. 

"예멘의 금융 기관들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약간의 교육만 받는다면 비트코인을 활용해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를 원하지만, 가진 것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이를 온라인에 가져가 도박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 마날 가넴

그녀의 친구인 파이살 알샤비(Faissal Alshaabi)는 예멘의 인터넷 연결이 너무 약해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알샤비는 대신 클라우드 채굴 서비스로 눈을 돌렸지만, 미국 규제당국이 이를 폐쇄하면서 그는 자산을 잃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알샤비는 암호화폐가 예멘 내에서 유용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그는 "송금이 빠르고 수수료도 저렴해 사람들이 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멘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의도하지 않은 관심을 끌지 않은 채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 교육은 사람이 직접 만나야 가능하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목숨을 앗아갈 수는 있다.

SCSS 연구원은 "비트코인에 대해 구두로만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예멘에는) 비트코인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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