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블록체인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기술 설계만큼 중요한 것이 경제 설계, 개발 단계부터 반드시 반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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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ie Hurder
Stephanie Hurder 2020년 3월4일 12:00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글쓴이 스테파니 허더는 새로운 기술을 시행하고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경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즘그룹(Prysm Group)의 창립회원이자 경제학자로, 세계 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허더 박사는 하버드대학교 경영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업형 블록체인(Enterprise Blockchain)이 답보 상태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가트너 연구소는 블록체인이 2030년까지 3조 1천억 달러 규모의 사업 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요란하게 시작한 많은 프로젝트는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한물간 것이 아닌냐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가트너는 사람들의 기대가 부풀려지는 이른바 ‘과대광고(hype)’ 주기 뒤에, 불가피하게 기술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환멸의 굴곡기(trough of disillusionment)가 찾아온다고 설명했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이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형 블록체인은 이제 미래가 없는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들의 기대가 커지는 단계를 거쳐 믿을 수 있는 사업으로 변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신기술은 블록체인 이전에도 많았다. 다만 개발 초기의 약속을 이행하려면 제품의 설계와 출시를 담당하는 팀들의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문제는?

첫째, 경제적인 설계보다 기술적 설계에 치중해온 기업이 문제다. 이들은 기술자를 채용해 코드를 개발하는 작업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제품 가치라든지 이용자들이 해당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유인책 등 정작 중요한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유인 설계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이미 만들어놓은 코드와 맞는 경제적 설계 옵션이 거의 남아있지 않거나 플랫폼의 많은 부분을 삭제한 후 다시 작업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경제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컨소시엄은 기업들이 가치 있는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사고팔 수 있도록 해주며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술적 설계만큼 중요한 것이 경제적 설계이고, 이 사실은 개발 단계부터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둘째, 개발팀에서 주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토대로 초기 이용사례(use case)와 설립 멤버들을 잘못 고르고 있다.

  • 네트워크의 최대 고객은 누가 될 수 있는가?
  • 네트워크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어떤 이용사례가 가장 큰 이윤을 가져다줄 것인가?

기업들은 자신들이 한 투자에 대해 이익을 거두길 바라며, 이는 위의 두 질문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경제학적 측면뿐 아니라 장기적 수익창출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대개 블록체인 컨소시엄의 가치는 SNS처럼 네트워크 효과(전체 참여자 수가 증가할수록 각 참여자에게 제공되는 네트워크의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에 있다.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 할 배리안과 UC버클리의 칼 샤피로 교수가 1990년대 말 소개해 대중화시킨 이 개념을 많은 개발팀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용사례마다 네트워크 효과의 유형이 다르고, 네트워크 효과의 역학이 각 이용사례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규모가 반드시 커야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월마트가 설립 멤버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네트워크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잠재적인 초기 이용사례들의 네트워크 효과를 이해하고 이를 초기 이용자층에 맞추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기업과 프로젝트들이 취해야 접근법은?

첫째, 모든 컨소시엄 프로젝트는 초기에는 인구밀도가 낮은 새로운 네트워크에 가치를 제공하는 사례를 선정해야 한다. 다른 요인이 모두 같을 때 양자간(두 참여자 간) 상호작용만 필요한 이용사례는, 다자간(다수 참여자 간) 상호작용이 필요한 이용사례보다 먼저 실행에 옮기기 쉽다. 예를 들어 의사와 환자 사이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일이 의사, 환자, 보험회사가 모두 참여해야 하는 제품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상호작용을 통해 즉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설립 멤버를 선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는 로컬 네트워크 효과를 수반한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사회적 또는 비즈니스 성격의 네트워크에 다른 이용자들의 참여가 더해질 때 이용자들은 혜택을 볼 수 있다. 로컬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이용사례, 곧 페이스북처럼 소규모지만 긴밀하게 연결된 기존 네트워크(페이스북의 경우 하버드 대학생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시작한다면 단기간 내에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가 출범하게 되면 이용사례와 네트워크 회원은 함께 성장해야 한다. 최적의 성장 방식은 각 이용사례의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의 시장 보급률, 자원과 이용사례 참여자의 중복 여부 등 다양한 요인에 달렸다. 보건, 의료에 중점을 둔 네트워크가 의사와 환자들을 위한 제품을 출시했다가, 곧바로 보험회사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제품을 출시한다면 이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두 제품의 이용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처음부터 기획을 다시 해야 한다. 그보다는 의사와 환자들을 위한 제품을 여러 개 출시하거나 의사와 환자들을 보험회사에 연결해 주는 제품에 우선 집중한다면 기존의 이용자 데이터를 이용하고 초기에 작업해놓은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들은 초기 이용사례가 잘 작동되기 시작하면 이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도 하고, 수익을 조기에 창출함으로써 후원자들에게 신제품 출시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쉽지는 않겠지만, 제품 이용률을 단기간에 늘리는 데 집중하고 수익창출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룰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제품들은 성장할수록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보급률이 올라가면 이용자들이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금전적 보상은 대부분 이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수익창출 계획을 수립할 때는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너무 이른 시기에 이용자에거 너무 큰 비용을 요구하거나 높은 선지급 비용을 요구하면 네트워크 성장이 저해되고 보급률의 성장세도 주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리어답터들에게 비용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거나 대량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네트워크에 득이 돼 수익창출이라는 어려운 목표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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