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응 "특금법 환영하지만 시행령 나오기 전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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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3월5일 20:00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에도 제도권 진입의 문이 열렸지만, 일부 업체들은 '아직 환호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앞으로 정해질 시행령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특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은행 등 금융기관에만 부여하던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의무를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VASP)에게도 지우는 내용이다. 법이 발효되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을 갖추고 정부에 신고한 후에만 사업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날 통과된 개정안만 가지고는 기업들이 명확하게 규제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업계 사업자 중 누가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은 어느정도 자격을 갖춰야 발급해주는지 등 실질적으로 업계에 가장 민감한 내용들은 대부분 시행령으로 정해진다. 특금법 시행령은 금융위원회 관할이다. 

이날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에 응한 암호화폐 관련 업체들은, 대체로 특금법 통과 자체에 대해 '좋기는 하지만 정말 도움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승준 오케이엑스코리아(OKEx Korea) 마케팅 팀장은 "특금법 도입으로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시중은행에서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받을 수 있는건지 여부가 아직 명확치 않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현수 프로빗(Probit) 대표는 "법 내용을 보면 거래소는 당국에 거래소 운영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제도는 인가나 허가제도와는 달리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자유롭게 해서 경쟁을 통해 소비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인 만큼, 신고하는 과정에서 거래소 자격 제한을 심하게 적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암호화폐 거래소가 은행에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해 달라고 하면 정부가 압박한다고 하면서 안 해주고, 금융위에 문의하면 우리는 압박한적이 없다고 답을 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금법이 생겼으니 이런 소모과정 없이 모두가 소비자에 좋은 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용석 후오비코리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실명확인 계좌 발급과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거래소는 발급해주고, 어느 거래소는 안해주면 형평성 문제가 바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커스터디(수탁) 관련 업체들도 시행령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금법은 암호자산을 매도, 매수, 교환, 이전, 보관, 관리하는 기업을 모두 가상자산 사업자로 규정하기 때문. 암호화폐 거래소 이외에도 암호화폐 지갑, 수탁, ICO 프로젝트 등이 모두 가상자산 사업자로 규정될 수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예외로 인정하면 가상자산 사업자에서 제외되어 관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도 되지만 실제 분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프로토콜 개발 및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기업인 DXM은 "시행령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시행령에 맞춰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암호화폐 시장 위축될 수도"

일각에서는 정부가 특금법 시행령을 이용해 암호화폐 시장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압박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금융정보원에 신고해야 하는 사항 등 핵심 부분들은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어 있다"며 "행정부가 향후 대통령령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에 취하던 입장들을 보면 상당히 빡빡하게 관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한별의 권단 변호사는 "법을 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무조건 은행에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도록 하고, 금융정보원 원장이 예외업체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해 놨다"면서 "만약 금융정보원 원장이 면제 대상업체 지정을 늦게 하거나 실제로는 당연히 계좌 발급을 면제해줘야 하는 업체를 면제해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부가 실제 사업 과정에 원화입출금이 전혀 필요없는 업체들에게도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요구할 수 있고, 그 경우 기업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막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특금법 자체는 원래 자금세탁을 방지하는게 목적이니까 이런 조항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셈"이라면서 "나중에라도 금융정보원 원장이 지정하는 업체만 실명확인계좌를 의무적으로 발급받도록 네거티브 형태로 법을 고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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