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는 왜 스팀 커뮤니티에 사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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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3월11일 18:30
바이낸스가 스팀 커뮤니티에 보내는 사과문. 출처=바이낸스 블로그
바이낸스가 스팀 커뮤니티에 보내는 사과문. 출처=바이낸스 블로그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10일 암호화폐 스팀(STEEM) 커뮤니티에 공식 사과했다. 이로써 스팀 블록체인의 지배력을 놓고 촉발됐던 사상 초유의 거래소-커뮤니티간 거버넌스 주도권 싸움이 다시 팽팽한 국면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10일 자사 공식 블로그에 '스팀 커뮤니티에 보내는 편지'라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최근 스팀잇 업그레이드 및 하드포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의사소통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우리는 중립을 지킬 것이며 바이낸스 생태계를 넘어선 온체인 거버넌스에는 어떤 관심도 없다. 정상적인 업그레이드와 하드포크를 지지하는 입장을 가지고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바이낸스가 스팀 투표에 개입하기 위해 동결했던 3173만 스팀은 13주에 걸친 파워다운 절차 후 동결 해제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트론(Tron)의 창시자인 쑨위천(영어 이름 저스틴 선, Justin Sun)이 이끄는 트론 재단이 지난 2월 14일(현지시각) 블로그 사이트 스팀잇(steemit)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말은 전략적 제휴였지만 제휴 내용은 인수에 가까웠다. 당시 트론 재단은 스팀잇 서비스와 스팀 기반 댑(DApp)들을 트론 플랫폼으로 옮기고 스팀 기반 토큰들도 트론 기반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스팀잇 설립자 네드 스캇(Ned Scott)은 인수 논란이 일자 트위터를 통해 스팀잇과 스팀 재단(Steem Inc.)의 매각 사실을 알렸다. 쑨위천 역시 실제로 인수한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며 스팀잇 커뮤니티에 차후 스팀잇 운영 방향과 관련된 내용의 공개 편지를 띄웠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스팀 커뮤니티는 크게 반발했다. 스팀잇이 보유하고 있었던 막대한 양의 스팀이 쑨위천이라는 개인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원래 스팀잇이 보유하고 있던 스팀은 스팀 생태계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쑨위천이 공개한 계획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위임지분증명(DPoS) 합의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스팀 플랫폼에서는 가지고 있는 스팀 보유량과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투표로 선출된 20인의 대표자를 '증인'이라고 부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증인 20명 가운데 18명이 의견을 모아 2월23일자로 쑨위천이 보유한 스팀 6500만개를 쓸 수 없도록 동결시키는 내용의 소프트포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쑨위천은 자신이 정당하게 인수한 지분이 묶여버리자 '해킹을 당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20명의 증인 명단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구성하기 위해 투표에 필요한 스팀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폴로니엑스, 후오비, 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3월3일 자신에 트위터에 "대형 거래소들이 이용자들이 예치한 암호화폐를 동원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스팀 DPoS 체계를 공격했다. 사실상 뒷돈으로 투표권을 사서 블록체인을 점거한 첫번째 대형 사례"라고 비판했다. 거래소가 부당한 방법으로 암호화폐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비판의 초점이 거래소들의 거버넌스 개입행위로 번지자, 바이낸스 CEO인 자오창펑은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스팀 투표 참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10일 바이낸스 블로그에 올라온 공식 사과는 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3173만 스팀을 보유한 바이낸스가 투표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스팀 커뮤니티와 쑨위천 간의 주도권 다툼은 다소 불투명해진 상태다. 스팀 블록체인 규칙상 한 번 투표에 활용한 스팀은 13주가 지난 후에야 다시 매매가 가능해진다. 이런 면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형 거래소의 도움을 빌린 쑨위천이 불리하다.

그러나 쑨위천 측이 스팀 블록체인의 하드포크가 가능한 17명의 증인을 확보해, 투표 관련한 스팀 블록체인의 규칙을 바꿔버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낸스 측은 이날 "스팀 커뮤니티와 트론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합의에 도달하기 바란다. 그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바이낸스 스팀 사용자들에게 잠재적인 위험이나 손상을 야기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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