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폭락장, 서킷브레이커 도입 논란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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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rence Lewitinn
Lawrence Lewitinn 2020년 3월18일 10:00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암호화폐 거래소는 연중 무휴로 24시간 동안 언제나 거래가 가능하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런 시장의 특성을 오랫동안 상찬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일(현지시각) 압도적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하자 일각에서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이 거의 붕괴할 지경에 다다랐을때도 언급되거나 구상되지 않았던 것이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 시장에서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때 모든 거래를 일정시간 동안 중단시키는 일종의 시장 안전장치다. 미국의 경우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모든 증권거래소에 도입되었으며 기본적으로는 급락하는 시장을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런 가드레일이 없다. 지난 12일 비트코인(BTC)이 12분만에 21% 폭락했던 것도 그래서 가능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하루 동안 31.5% 하락했다. 

반면, 12일 주식시장은 암호화폐 시장만큼 많이 하락하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개장하자마자 거의 즉시 거래가 중단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전날보다 7% 이상 하락하면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것은 자주 있는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각) 있었던 서킷브레이커는 지난 1987년 10월 27일 이후 약 23년 만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동안은 증시가 계속 맥없이 무너지면서 서킷브레이커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미 연방준비위원회가 1%p 금리를 인하하며 7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발표했던 16일(현지시각)에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선물 가격이 5% 하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17일 다우존스 지수가 12.93% 폭락할 때도 이 안전장치는 다시 발동됐다. 

멀티코인캐피탈의 투샤르 자인(Tushar Jain) 파트너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암호화폐 가격 움직임 자체가 업계에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해야 한다는 강력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은 구조적으로 붕괴됐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래소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디파이(DeFi) 생태계 전체가 거의 죽을 뻔했다. 몇몇 대형 투자자들은 아예 파산했다. 블록체인 트랜잭션이 지연되면서 많은 트레이더들이 거래소에 빠르게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고, 극단적인 양상을 보였던 변동성은 더 악화됐다." -투샤르 자인(Tushar Jain) 멀티코인캐피탈 파트너

자인은 암호화폐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는 거래소가 충분한 변동성 억제 능력을 갖추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암호화폐 가격이 하루에 60% 이상 하락하는 현상을 우리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사실은 이 기술의 유용성을 심각하게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인은 이어 "시장 성장 여부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이익은 연결되어 있다"면서 "시장 가격이 하루에 60% 이상 떨어진다면, 이 기술의 시장 규모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것"라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적당한 수준의 변동성 억제 장치를 갖추지 못하면 업계가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속 방지턱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도입된 서킷브레이커는 총 3단계로 이뤄져 있다. 기준은 S&P500 지수다. 현지시각으로 해당 영업일 오후 3시 25분 이전에 지수가 7% 하락(1단계)하거나, 13% 넘게 하락(2단계)하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이후 15분 동안 모든 거래가 중단된다. 만약 20% 이상 폭락하면 3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그날 하루동안 모든 주식거래가 중단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같은 상품 거래소는 약간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통상 시간 외로 이뤄지는 선물 계약 등은 변동폭이 5%를 넘으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런 시장 안전장치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지만 요점은 여전히 같다.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들과 자동화된 매매 시스템들이 과열되어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냉정함을 찾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 취지다.

 

미친 이론

폭락이 있었던 지난 12일,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Bitmex)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던 시점에 1시간 동안 유지보수를 위한 서버 점검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비트멕스는 세계에서 가장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가 많은 곳 중 하나다. 

알라메다 리서치와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FTX의 CEO를 맡고 있는 샘 뱅크맨-프리드(Sam Bankman-Fried)는 비트코인이 11년만에 최악의 급락세를 보이던 시점에 갑작스런 서버 유지보수가 진행된 것을 미심쩍게 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추론을 '미친 이론'이라고 전제하면서, 비트멕스가 비트코인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일부러 잠시 문을 닫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파생상품 거래소인 비트멕스에서의 거래가 정지되면서 급락세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급반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비트멕스 측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해당 서버 점검은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뱅크맨-프리드에게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insane)"며 "당신도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보다는 좀 더 많이 알고 있을텐데"라고 비판했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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