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시국가 우려? 이스라엘에선 비트코인도 '탈감시' 수단 아닌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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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Cuen
Leigh Cuen 2020년 3월22일 16:00
BTC HUB: The Tel Aviv Bitcoin Embassy is closed during the coronavirus pandemic. (Image via Facebook)
텔아비브에 있는 비영리단체 비트코인 대사관도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출처=페이스북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안보를 명목으로 대중 감시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팬데믹이 된 코로나19도 비슷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어느덧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9.11 테러 이후와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 휴대폰 정보 추적을 합법화하는 긴급조치 계획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 의회는 법안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아직 밟고 있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지난 18일 이미 휴대폰 정보 추적을 통해 바이러스에 노출된 400여 명을 식별한 뒤 이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자가 격리를 명령했다. 사실상 법안을 시행에 옮긴 것이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각국 정부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개인 정보 추적을 합법화해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런 강경책이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을 거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휴대폰 추적을 통해 확대된 정부의 감시 체계가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에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양쪽의 입장 모두 수긍이 간다.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 않은가? 그러나 휴대폰 정보 추적을 합법화하는 건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 요나단 벤시몽, 리브라캠프(Libracamp), 매치풀(Matchpool) 공동설립자

인구 900만 명의 이스라엘에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정부의 감시가 보편화돼 있다. 이런 현실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감시 체계는 꽤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번 긴급조치에 대한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반응도 다양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정부의 감시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번 긴급조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물론 이스라엘의 80년 민주주의 역사를 산산이 부서뜨리고 말 것이다.” - 마야 제하비, 블록체인 컨설턴트

“개인의 휴대폰 정보쯤은 진작부터 감시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긴급조치 내용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이를 합법화한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정말 끔찍하다. 이렇게 되면 누가 휴대폰을 갖고 다니겠는가? 앞으로는 안면인식을 못 하도록 막는 특수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 사라 와이즈너, 텔아비브 소재 비영리단체 비트코인 대사관(Bitcoin Embassy) 자원봉사자

여러 반응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사태가 이스라엘 사회를 크게 바꿔놓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스라엘 교통부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요금 지불 규정을 바꿔, 반드시 신분증에 연동된 교통카드로만 지불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텔아비브 일부 지역에서 이미 제한적으로 시행하던 조치를 다수 지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와이즈너는 외출 시 자신의 동선이 추적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감시 체계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버스 요금을 현금으로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 코로나19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 조치를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대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특수 상황

대부분 이스라엘 국민은 이번 긴급조치 발표에 크게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줄곧 사실상 전시 체제를 유지해온 나라다. 그만큼 국민에 대한 감시도 일상화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시민은 긴급조치로 크게 달라질 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 국민은 이미 정부의 감시 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긴급조치로 크게 바뀔 건 없다고 본다. 아랍계인 나는 동예루살렘 집에서 텔아비브에 있는 한 암호화폐 업체로 출퇴근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집을 나서면 늘 집 앞에 군인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이들은 내 속옷 색깔까지 다 안다. 숨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작은 마을이라 군인들은 주민의 일상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대치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일반 국민에 대한 감시까지 일상화된 것이다. 내가 비트코인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준전시 상황에 사는 이스라엘 국민에게는 검열에 대한 저항성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그래서 이스라엘 국민은 비트코인을 제3의 결제 수단이나 투자 수단으로 인식한다. 비트코인을 주로 정치 개입이나 범죄 목적으로 사용하는 서구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처럼 모든 국민이 군대에 가는 나라에서는 민간인이나 테러리스트나 사용하는 도구는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정부군의 감시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도구가 풍선이든 비트코인이든 군대가 이것을 물리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지 않는 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영리단체 비트코인 대사관의 공동설립자 메니 로젠펠드는 “건물 내에 설치된 비트코인 자동출납기만 그나마 정부의 감시에서 자유롭게 운영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현재 10명 이상의 모임은 강하게 규제된다. 정부는 감시망을 활용해 이를 어기는 사람들에게 휴대폰으로 경고 문자를 보낸다. 이에 한 시민단체는 정부의 긴급조치 시행을 즉각 중단해달라며 대법원 청원을 시작했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동예루살렘 주민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십 년간 겪어온 정부 감시를 이제 유대인들도 똑같이 경험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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