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거래소에서 '박사방' 220여차례 입금…'누군지 알 수 있다'
국내외 거래소에서 220여차례 입금 내역 확인
모네로도 거래소 통했다면 신원 파악 '가능'
경찰 4대거래소에 특정지갑 송금 내역만 요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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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3월26일 07:00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출처=공동취재사진/한겨레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출처=공동취재사진/한겨레

미성년자 등 여성 대상 성착취를 한 혐의로 25일 검찰에 송치된 '박사' 조주빈(24)씨가 '돈을 보내라'고 했던 암호화폐 지갑을 추적해본 결과, 국내외 거래소에서 220여차례 입금이 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국한시켜 제한적인 정보만 조사한 것으로 보여, 입금한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사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지난 11일 조씨가 회원들에게 공지한 3개의 지갑 주소 가운데 이더리움 지갑의 자금 흐름을 분석했다. 조씨가 이른바 '고액방' 입장을 바라는 회원들에게 알려준 주소들로, 그중 이더리움 지갑은 관련 지갑을 추적해보니 약 32억원 규모의 자금 흐름이 포착되기도 했다.

분석 결과, 이 지갑에는 2018년 1월부터 서로 다른 주소로부터 1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이 입금되기 시작했다. 특정일에는 하루에 32차례에 입금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조씨가 2018년 들어서면서부터 가입자 모집에 나서는 등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8년 이후 해당 지갑으로 이뤄진 송금 내역을 살펴보니, 주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계정에서 입금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 18곳으로부터 221차례에 걸쳐 이더리움 이체가 진행된 것이다. 이 가운데 업비트(93건), 빗썸(51건), 코빗(15건), 코인원(7건), 고팍스(5건), 코인레일(1건) 등 172건(지금은 사라진 코인네스트 1건을 포함하면 173건)은 국내 거래소였다. 거래소가 아닌 개인 지갑(57건) 또한 출처를 쫓아보니 국내 거래소에서 보내진 것으로 보인다고 크립토퀀트가 밝혔다. 이밖에 바이낸스, 후오비, 쿠코인, 오케이엑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 이체된 정황도 있었다.

크립토퀀트의 분석 결과 국내 거래소에서 221회에 걸쳐 조씨의 지갑으로 추정되는 이더리움 지갑으로 암호화폐가 이동했다. 출처=크립토퀀트
크립토퀀트의 분석 결과 국내 거래소에서 221회에 걸쳐 조씨의 지갑으로 추정되는 이더리움 지갑으로 암호화폐가 이동했다. 출처=크립토퀀트

거래소들은 가입 과정에서 신원확인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더리움 송금이 진행된 거래소 지갑 주소와 트랜잭션ID(TXID)만 확보하면 거래소들을 통해 송금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 크립토퀀트는 여러 차례 추적·반복하는 과정에서 거래소별 TXID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방식을 응용하면 조씨가 공지했던 모네로 지갑의 추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텔레그램 그룹에서 "서로 안전하게 모네로로 후원받는다", "가장 안전한 게 모네로 코인"이라고 하는 등 모네로를 주요 거래수단으로 활용한 정황이 있다. 실제 모네로는 거래 당사자 외에는 내역을 볼 수 없는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계좌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외 거래소의 회원들 가운데 '박사방' 운영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의 모네로를 외부지갑으로 이체한 이들을 추려내면 실제 송금자들을 파악할 수 있다. 당시 모네로 거래는 빗썸과 업비트에서 모두 가능했다.(업비트는 지난해 9월 모네로를 상장 폐지했다.)

조씨가 추천하기도 했던 암호화폐 구매대행업체 베스트코인에서도, 현금을 내고 모네로를 구입한 게 아닌 이상, 계좌이체 내역 등을 통해 신원 파악이 가능하다. 경찰은 베스트코인을 압수수색해 조씨에게 보내진 모네로 내역을 확보한 상태다.

"조씨의 이더리움 지갑으로 추정되는 지갑에 입금한 거래소와 TXID를 확인한 이상 사법 당국과 거래소의 협조가 이뤄진다면, 박사방에 들어가기 위해 암호화폐를 조씨에게 보낸 이들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네로의 경우도 거래소 내에서 외부 지갑으로 나간 거래 내역 중 조씨가 회원 모집에 나선 기간, 단계별로 이뤄진 금액 등을 선별해서 분석한다면 박사의 모네로 지갑을 역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 장병국, 크립토퀀트 CEO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 결과, 경찰은 지난 13일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에 공문을 보내, 거래소 회원들이 특정 지갑주소 7곳(비트코인 4개, 모네로 3개)로 송금한 내역을 요청해 자료를 받아갔다. 그러나 조씨가 역시 공지했던 암호화폐 지갑 이더리움에 대한 송금 내역이나, 해당 지갑 주소로 송금이 이뤄진 계정이 존재하는 고팍스, 코인레일 등 다른 거래소에는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거래소의 모네로 외부계좌 송금 내역에 대해서도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거된 운영자 조주빈뿐 아니라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착취물 영상 소지‧유포자 등 가담자 전원을 수사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생산·유포자는 물론 가담, 방조한 자도 끝까지 추적·검거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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