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KISA 블록체인센터장 "강소기업들 해외진출 도와 BTS 만들겠다"
[인터뷰]황인표 블록체인확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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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0년 4월2일 11:00

암호화폐가 악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한쪽에선 투기와 범죄의 온상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선진적인 첨단 기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확산센터가 이름에서부터 ‘블록체인’의 ‘확산’을 천명하고 있는 배경이다. KISA는 인터넷서비스지원본부 데이터안전활용지원단 산하 블록체인확산지원팀을 지난해 2월 블록체인확산지원센터(센터)로 승격시켰다. 센터는 민경식 초대 센터장이 지난 1월 물러나고 황인표 센터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2년차를 맞이했다.

황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오는 5월 블록체인 확산전략을 세워 발표 할 예정이라면서, △상호 연결성 제고 △표준화 △기술허브 형성 △국제협력 강화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황 센터장과의 인터뷰는 당초 KISA 나주본원에서 대면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따라 서면 및 유선으로 이뤄졌다. 센터장 부임 후 첫 언론 인터뷰다.

황인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확산센터장. 출처=KISA
황인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확산센터장. 출처=KISA

— 블록체인확산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뭔가? 

=공공·민간분야 시범사업이 가장 중요하다. 공공분야 시범사업의 경우 블록체인 적용 확대로 공공서비스를 효율화하는 게 목표다. 정부의 디지털 혁신 목표와 함께 간다. 민간분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적용 분야를 확산시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 지난 2년간 시범사업을 해 보니 어느 분야에서 블록체인 확산이 가장 용이했나? 잘 된 사업들의 공통점이 있나?

=이제껏 해 온 시범사업을 크게 나누면 네 가지 분야로 나뉘더라. 물류와 전자문서, 유통, 그리고 분산형 신원인증(DID) 등이다. 물류의 경우 단계가 매우 많고, 그 중간중간마다 이해관계자별로 책임성이 서로 다르다. 그리고 이걸 DID로 묶으면 편의성과 신뢰성이 좋아진다. 전자문서의 경우도 비슷하다. 

공통점은 단일 분야보다는 서로 다른 분야간에 데이터를 교환할 때 중간 매개자가 필요하며, 중앙집중형이 아닌 참여자간의 상호 검증이 중요한 분야들이란 점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각 단계별로 의심스러운 지점들이 있는데 그걸 (블록체인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분야들에서 확산이 가장 유력하다. 그동안의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과기정통부가 5월쯤 블록체인 확산전략을 세워 발표 할 예정이다.

— 2018, 19년과 비교해 올해 공공·민간 블록체인 시범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시행 첫해인 2018년엔 공공분야만 6개, 지난해엔 공공 12개, 민간 3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공공과 민간 분야 각각 10개와 3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분야 시범사업이 적어진 건 부처들의 수요가 없어서라기보다 예산이 줄어서다. 사업별 지원 규모는 동일하다. 

내년부터는 공공분야 비중을 점차 줄이고 민간분야를 늘리겠다는 방향이다. 이에 대해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 사이 합의가 어느정도 이뤄진 상태다. 또 이제까지는 기존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하여 사회적 비용 절감을 기대했다면, 올해부터는 아예 사업 초기부터 블록체인을 도입해 효과를 확산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두려 한다.

— 민간 부문 비중을 늘리려는 이유는? 이제 공공부문은 해볼만큼 해 봤다는 뜻인가?

=그런 면도 있지만 블록체인의 기본적 속성 탓이 더 크다. 블록체인이라는 게 탈중앙성과 신뢰 확보, 참여자 확대 등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정부도 다양한 참여자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 

민간부문 지원사업의 경우 지금까지는 블록체인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지 기업들이 자유롭게 제시하는 자유공모형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앞으로는 KISA와 과기부가 블록체인 확산이 용이한 분야를 먼저 정한 뒤 시범사업을 꾸려 가자는 의견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산이 용이한 부문부터 해 나가자는 거다. 

크게 보면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기술 기업이 있고,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있다. 그런데 특히 의료나 금융, 전자서명 등 기존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는 분야의 경우, 큰 기업들은 ‘원래 쓰던 거 쓰면 되는데 블록체인을 왜 하냐’ 하는 반응이 있다.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사전에 개념증명(PoC)을 제대로 거친 부문의 민간 사업을 더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컨소시엄 형태 참여를 허용한 것도 그래서다.

— 앞서 위치정보활용팀장을 맡으며 CI(연계정보)와 위치정보, 본인확인, 사설 인증 등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다른 기술 영역과 비교해서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추진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게 있나?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 블록체인의 기본은 암호기술을 통해 보안성을 높여, 그걸 바탕으로 상호 신뢰와 투명성, 그리고 나아가서는 국민 생활 편의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정보원과 협의해 가며 필요한 보안 기준을 계속 마련해 가는 중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엄격한 보안 기준이) 더욱 필요하다. 사람들은 (신기술을) 편히 쓸 땐 좋은데, 나중에 사고가 나면 꼭 책임을 묻기 마련이다.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좋은 브레이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퍼블릭 블록체인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위주로 가는 게 불가피하단 의미인가?

=요즘은 프라이빗과 퍼블릭 블록체인을 나누기보다 컨소시엄 형태와 같이 둘 사이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퍼블릭으로 하면서 모든 노드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그만큼 합의 알고리듬에 따른 대가가 있어야 한다. 탈중앙성과 확장성, 그리고 보안 세 가지를 모두 잡기 어려운 트릴레마 이슈가 불가피한데, 탈중앙성을 줄이면 나머지 두 개를 담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아니고서는, 이더리움과 같은 대표적 퍼블릭 블록체인도 약간의 위임을 통해 탈중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어느 쪽이 좋다 아니다보다, 방향성에 맞게 설계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대부분의 공공부문 시범사업의 경우 말 그대로 공공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것이므로, 탈중앙성을 좀 양보하는 대신 다른 걸 좀 늘리더라도, 블록체인의 기본 원리에 크게 반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KISA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가 공동 주관한 제2회 블록체인 진흥주간 참가자들이 2019년 블록체인 시범사업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출처=KISA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KISA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가 공동 주관한 제2회 블록체인 진흥주간 참가자들이 2019년 블록체인 시범사업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출처=KISA

— 신임 센터장으로서 포부는?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신기술과의 접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 한해 크게 네 가지 대책을 세워 시행하려 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간의 상호 연결성을 높이고, 표준화를 이루며, 기술허브 역할을 도맡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상호 연계 강화와 표준 마련의 경우, DID얼라이언스와 마이아이디얼라이언스, 이니셜DID연합 등 관련 협의체들과 정부가 공동으로 이용 가능한 금융보안표준**을 만들려 한다. 금융보안원과 KISA가 지난해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터뷰 다음 날인 31일, 금융보안원은 금융보안표준화협의회를 열어 분산ID 기반 금융서비스의 기술 명확성 제공 및 상호운용성·보안성 확보를 위해 '분산ID를 활용한 금융권 신원관리 프레임워크'를 금융보안표준으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기술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는 부산을 비롯한 각지의 규제자유특구와 함께 간다. 그동안 시범사업과 본사업이 단절됐던 건, AI나 IoT와 등 다른 기술들과의 연계에 대한 실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이에 특구별 연계를 통해 블록체인과 AI, IoT등 신기술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전국으로 확산 가능하게끔 KISA가 위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특구들을 필요에 따라 권역별로 묶는 것도 가능하다. 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와 협의를 통해 이를 위한 별도 예산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렇게 된다면 규제자유특구가 그저 단일 지역의 사업으로 한시적으로 끝나기보다 정말 신기술의 전국적 확산을 위한 대규모 테스트베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은 국제협력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불리하다. 규제도 많고, 기존 시스템이 이미 너무 잘 돼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DID의 경우 한국처럼 주민등록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남미나 인도네시아같은 곳이 오히려 빠르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예 레거시가 없는 해외로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공모전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이나 아예 민간부문 시범사업에서 해외 특화 시범사업을 별도로 선발하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게 잘 되면 국내 관련 규제 완화나 지원 예산 확대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아이돌 그룹 비티에스(BTS)가 국내에서 헤매다가 해외 가서 대박 치니 다시 보게 되는 것과 똑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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