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칼로 기고: 디지털달러가 불러올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
공공·민간부문 파트너십 기반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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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Giancarlo
Christopher Giancarlo 2020년 4월19일 17:00
크리스토퍼 장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출처=코인데스크
크리스토퍼 장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출처=코인데스크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제가 멈출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임금 감소분을 대체할 보조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책을 세웠다. 이러한 현금 지급 방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소위 ‘디지털달러’라는 전자화폐 지급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제안들은 정부 보조금 지급 기능 측면에서의 디지털달러를 고려한 것이지 진정한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의 형태에 대한 고려는 아니었다.

(필자가 참여하는) 디지털달러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것 이상을 제안한다. 이 프로젝트는 현금과 법적으로 똑같은 지위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미국 통화로서 디지털달러 개발을 제안한다. 기존 통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개인의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기관으로서는 취약 계층, 특히 은행 계좌가 없는 금융소외층에 정부의 긴급 지원금을 지급할 때, 사람들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달러를 직접 전송하면 되므로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 게다가 종이 화폐와 동전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디지털달러로 살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디지털달러 프로젝트는 미국 CBDC의 토큰 형태, 또는 우리가 쉽게 ‘디지털달러’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갖는 장점들을 공론화하기 위해 올해 초 발족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달러가 가져올 잠재적 이득을 민간 부문 전문가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연구하며, 공공 부문을 지원할 수 있는 실제 모델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달러 프로젝트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Accenture)와 디지털달러 재단이 제휴를 맺고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디지털달러 재단은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가, 투자자이자 내 친형인 찰스 장칼로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전 혁신총괄 다니엘 골파인이 함께 세운 비영리단체다. 액센추어의 자본시장 블록체인 부문 상무이사이자 해외 부문 총괄 책임자인 데이비드 트릿이 액센추어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여러 관점과 전문적 견해를 모으기 위해 디지털달러 프로젝트는 최근 사회의 여러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경제학자, 기업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혁신가, 변호사, 학자, 소비자 변호 및 인권 전문가, 윤리학자 등 정치적으로 다양한 성향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미국은 인류의 달 착륙이나 인터넷 개발과 같이 인류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기술적 업적을 이룰 때마다 민간과 공공 부문이 제휴를 맺어 협력한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치밀한 설계와 높은 내구성을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 디지털달러를 만드는 일은 앞서 열거한 업적에 버금갈 만큼 기술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달러를 만드는 일은 엄청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계획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민간 부문의 노하우, 독창성, 프로젝트 운용 능력을 기반으로 공공 부문의 통화정책 및 기타 긴요한 정책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달러 프로젝트는 이러한 여정에서 민간 부문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디지털달러란 무엇인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에 어음을 발행하고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지급준비금을 비축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달러도 상업은행이 비축 자금을 디지털달러로 바꾸어 발행하고 최종 사용자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디지털달러는 미국의 신용과 신뢰를 대변하는 연방준비은행이 모든 책임을 진다. JP모건을 포함한 여러 은행이 제안한 은행 토큰과는 다르다. 은행 토큰은 은행 기관이 각자 발행한 디지털 화폐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그렇지만 디지털달러는 주로 상업은행 자금을 토큰화하는 민간 부문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와 경쟁하거나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 민간 부문 혁신은 공공 통화 인프라와는 별개로 계속되어야 한다.

디지털달러는 토큰화된 형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 ‘토큰화’란 자산, 재화, 권리 또는 통화가 소유권의 입증과 이전이 가능한 디지털 형식의 재산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현재 통화 체계에서 현금은 물리적 토큰이다. 지폐의 진위만 확인되면 곧바로 거래가 성사된다. 각각의 지폐는 고유성이 있으므로, 한 거래에서 같은 지폐는 한번밖에 쓰일 수 없다. 이 점이 계좌 기반 전자화폐와 다른 점이다. 전자화폐는 원장 기록을 조정하기 위해 정보의 일치를 강조하는 메시지 기반의 접근법을 사용한다.

토큰 기반 시스템에서 토큰은 (달러 화폐와 마찬가지로) 수령인이 거래의 진위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계좌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스템 운용자는 발송인의 신원을 확인해 계좌 잔액을 업데이트하도록 허가한다. 실물 화폐와 은행 어음은 토큰을 기반으로 한 중앙은행 통화의 한 예이며, 중앙은행의 준비금 보유 계좌와 은행예금 계좌는 중앙은행의 계좌 기반 통화의 예라고 볼 수 있다.

토큰 모델에서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시스템은 안전한 거래 주문을 가능하게 하는 합의 모델을 통해 고유성을 보장하고 이중 결제를 방지한다. 거래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합의 모델은 공공 정책과 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중앙화 영역에도 탈중앙화 영역에도 해당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통화

디지털달러를 만드는 일은 연방정부의 보조금 지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디지털달러는 토큰화된 디지털 형태의 미국 법정통화를 의미한다. 앞으로 사용이 시작되면 장점은 물론 단점도 속속 등장할 것이다. 디지털화폐를 만드는 일은 보다 폭넓은 금융 시스템을 위한 근본적 혁신의 원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토큰화된 디지털달러는 분산원장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금융 매개체가 되고, 중앙은행 통화의 송금과 입금이 가능한 새로운 결제 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달러는 휴대가 간편하고 문자만큼 쉽게 송금이 가능하며 공간과 시간, 은행 접근성과 관계없이 결제가 가능한 혁신적인 금융 시장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에 더해 디지털 결제와 거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달러 결제의 사용 범위와 다양성, 유연성을 확장하며 소매, 도매, 국제 거래에서의 결제를 모두 지원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에게 소매 전자상거래는 난해하다. 디지털달러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디지털 거래 옵션을 제공하고, 즉각적인 P2P 방식의 결제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며 결제 수단의 다양화와 비용 절감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 주체들은 더 많은 자율성을 갖게 될 것이며, 특히나 가정경제가 힘든 시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금 거래와 마찬가지로 디지털달러 거래 역시 화폐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동시에 거래가 성사된다. 신용카드, 개인 수표, 모바일 송금 결제앱 젤(Zelle), 벤모(Venmo) 등 현금이 사용되지 않는 결제 형태는 은행이 거래의 기록과 잔고 조정, 대변과 차변의 조정까지 마친 뒤에야 거래가 성사된다는 점에서 디지털달러와 매우 다르다.

금융기관 간 결제(Wholesale payments)는 국가 결제 시스템에 의존한다. 금융기관 간 결제는 보통 중앙은행 통화를 사용해 증권 및 대규모 결제 대금을 처리하는 은행 간 청산 시스템(interbank clearing)을 통해 이뤄진다. 대규모 결제 처리에서 중앙은행 통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분배 효과가 있다. 현재의 대규모 금융기관 간 결제는 계좌를 기반으로 하며, 대부분 연준에 계좌가 있는 은행과 결제 회사 사이에 이루어진다. 연방준비은행에 계좌가 있는 기관만 중앙은행 통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화된 디지털달러는 중앙은행 통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보다 폭넓고 다양한 금융시장 인프라 생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 결제의 경우, 현재 미국 중앙은행 통화를 사용한 디지털 거래는 불가능하다. 디지털달러는 좀 더 직접적인 통화 관계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반면, 리스크는 줄이고 미국 은행과 다른 나라 현지 은행 또는 지점 간에 이뤄지는 외국환 거래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제 결제 분야에서의 경쟁을 자극하고 금융시장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국경 간 거래 및 역외 거래의 경우, 디지털달러 사용은 중앙은행 통화를 이용한 디지털 송금과 대규모 결제를 가능하게 함은 물론 역외 증권 결제의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디지털달러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실험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연구하며, 진정한 미국 CBDC의 길을 모색하게 할 것이다. 완벽한 기능의 보편적 디지털달러를 만드는 일은 인터넷을 만들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 부문에서의 통화 및 공공 정책 우려를 해소하고 민간 부문의 노하우와 금융 및 프로젝트 운용 기술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획적으로, 신중하게 그러나 결단력 있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달러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통화다.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 있는 디지털달러를 만드는 일인 만큼 위기가 왔다고 서둘러서 대충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대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시점이 그 시작이라는 건 분명하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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