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마켓’ 글렌 웨일, 미국 경제활동 재개 로드맵 발표
웨일, 하버드대학 전문가와 코로나19 퇴치 계획 수립
①제한적으로 막강한 질병검사 및 추적 기관 설립
②정부, 산업, 노동, 학계 합동위원회 구성
③'대만식' 디지털 기술 접목 방안 마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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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y Dale
Brady Dale 2020년 4월27일 10:00
글렌 웨일은 지금이 전례 없는 위기인 만큼 “긴급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려면 어느 정도 권력을 중앙에 집중시켜 경제의 특정 부분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코인데스크
글렌 웨일은 지금이 전례 없는 위기인 만큼 “긴급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려면 어느 정도 권력을 중앙에 집중시켜 경제의 특정 부분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코인데스크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이자 레디컬x체인지 재단(RadicalxChange Foundation)을 만든 E. 글렌 웨일(E. Geln Weyl)이 하버드대학교 다니엘 엘렌(Danielle Allen) 교수 등 전문가들과 함께 ‘팬데믹 극복을 위한 로드맵’을 펴냈다. 56쪽으로 이루어진 이 로드맵은 일상생활에 영구적인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검사와 추적 및 격리 지원(TTSI: testing, tracing and supported isolation)’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웨일은 코인데스크에 “현재 공중보건 분야의 많은 전문가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서는 여러 분야의 협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도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웨일과 엘렌 교수는 학계와 산업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아 그룹을 만들었다. 이 그룹에는 블로그 ‘마지널 레볼루션(Marginal Revolution)’을 공동 운영하는 경제학자 알렉스 타바록(Alex Tabarrok), 웨일의 마이크로소프트 직장 동료들(이 중 한명은 로드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설명한 유명 유튜버 바이 하트(Vi Hart)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수들, 환경 연구센터인 브레이크스루 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e)와 싱크탱크 뉴아메리카(New America) 같은 비영리 단체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로드맵은 하버드대학교 에드먼드 J. 사프라 윤리 센터에서 첫발을 뗐다. 이후 여러 백서와 논의를 거쳐 4월21일 최종 로드맵이 세상에 나왔다. 웨일이 로드맵을 ‘모음집’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로드맵은 “큰 목표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신속히 대응한다면 민주주의를 지키면서도 현재의 실존적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지금은 전시 상황”

로드맵의 핵심은 수많은 검사와 추적이 뒷받침되어야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격리돼야 하지만, 격리 조치로 인해 생활이 비참해지거나 생업을 이어가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또한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격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로드맵은 설명한다.

로드맵 저자들은 이러한 계획의 구심점으로 '권한의 범위는 좁지만 힘은 막강한' 임시 기관을 설립하자고 제안한다. 이 기관의 명칭은 팬데믹 검사위원회(Pandemic Testing Board)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설립되었던 전시생산위원회(War Production Board)를 본보기로 삼은 기관이다.

이 기관에 대해 웨일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력하여 집중된 권력을 경제의 특정 부분에 쓰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웨일은 레디컬x체인지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비대한 중앙 권력이라는 해결책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레디컬x체인지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웨일은 현재 상황이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로드맵에 이렇게 썼다.

“빠른 협업의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사례에서 중앙 정부가 목표를 세우고 공급 사슬의 각 단계와 분야가 상호 연관된 목표를 이루어나가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했다. 중앙 정부는 공급 사슬의 각 단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각 단계에서 필요한 생산량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급 사슬의 모든 부분이 중앙 정부의 계획에 맞춰 움직이도록 유도하고, 한 부분의 실패로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E. 글렌 웨일, 레디컬x체인지 재단

 

분산된 중앙화

이런 식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모델이 효과를 보려면 연방 정부가 명령과 통제 위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 노력하기보다 단계별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웨일은 조언한다.

“레디컬x체인지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긴급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급 시 사용 가능한 많은 기술이 서로 보완되어야 한다.”

로드맵 가운데 ‘팬데믹 검사위원회 설립’을 다룬 챕터에서는 위원회 설립을 위한 두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다. 웨일은 이 중에서도 의회가 자금을 조달하고 주 상호간 협약(interstate compact)을 통해 회합하는 연방주의자 모델(Federalist Model)에 주목했다. 이 모델은 산업계와 노동계, 학계, 그리고 정부 대표자 등 총 9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웨일은 이것이 정치적으로도 가능한 이론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정계 지도자들이 연방정부 차원의 대응과 조율에 실패했고, 그 공백을 주지사들이 분산된 방식으로 훨씬 더 잘 채워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하고 고전하는 지점을 가만히 살펴보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로드맵은 위원회가 검사와 추적 및 격리 지원(TTSI) 방법을 유연하게 적용해 전체 경제의 40%에 해당하는 필수 부문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우선 힘을 집중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웨일은 “일단 경제의 40%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하면 나머지 경제 분야의 활동을 재개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성공적 방역 사례

웨일은 WHO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선언하기 전부터 대만의 성공적인 방역 사례에 관심을 가졌다.

웨일은 가상현실 기술의 선구자 제런 래니어(Jaron Lanier)와 함께 로드맵에서 대만의 해커 문화가 어떻게 코로나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 더 잘 대비하고 공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했는지 소개한다.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사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이미 여러 번 성공 사례로 조명을 받았다. 레디컬x체인지도 대만 정부와 사회가 시행한 코로나 억제 정책에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대만의 오드리 탕(Audrey Tang) 디지털 특임 장관이 레디컬x체인지 재단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일은 탕 장관이 디지털 관련 기술자들을 모아 일선 방역 근로자들과 협업하도록 지시해 현장의 목소리를 방역 대책에 충분히 반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웨일은 사생활을 보장하는 접촉자 확인 절차를 예로 들며, “대만이 정말 잘한 일 중 하나는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융합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 분야에서도 이런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 접목

레디컬x체인지는 하버드의 로드맵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에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분산된 접근법에 대한 여러 예시를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다.

로드맵에는 블록체인이나 관련 기술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지만, 웨일은 블록체인 산업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접촉자 추적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바일 기술을 들 수 있다.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에서 이러한 접촉자 추적 기술은 특히 중요하다. 어느 한 사람을 인터뷰해서 지하철에서 옆에 앉았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일일이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누구나 가진 휴대전화의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하면 가능해진다. 암호화 기술과 툴을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고도 접촉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접촉자에게 경보를 보낼 수도 있다.

웨일은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술을 접촉자 추적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두고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좀 더 강력하게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기술이 아주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애플과 구글이 준비하고 있는 접촉자 추적 기술 수준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웨일은 팬데믹이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해 미국 사회의 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 ‘VTaiwan 시스템’을 도입해 민주주의 참여를 지속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만의 VTaiwan은 국민 온라인 소통 웹사이트로 디지털 기술이 결합해 대중이 다양한 의제에 관해 논의하고 심의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다. 지난 몇 년간 대만에서는 이 절차를 통해 법률을 제정했고, 지금처럼 모든 것을 화상회의로 진행하게 된 시대에는 더욱 시의적절한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로드맵을 실제로 구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로드맵이 현실화된다면, VTaiwan과 같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을 더 깊이 연구해 접목하고 싶다.”

 

경제 전망

마지막으로 웨일은 긴박한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이번 로드맵을 정교하게 짜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웨일은 코로나19 위기가 확산하자 정책 입안자들이 공중보건 문제를 마치 경기 침체에 대응하듯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마치 이 두 문제가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전혀 다른 두가지 문제로 여기고 접근하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또 다른 경제 위기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주장도 암호화폐 업계 안에서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웨일은 이번에 닥친 경제 위기의 여파가 너무나 커서 그동안 암호화폐 업계가 주장해온 것처럼 공공과 민간 부문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했던 진단에 전에도 공감했었다. 지금까지 발생한 피해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이며,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위기다. 아마도 경제 활동 역사상 가장 크고 깊은 침체기를 겪게 될 것이다.”

깊은 경기 침체는 부채가 많은 부실기업이나 시중에 현금이 너무 많은 상황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서비스나 재화가 공급되어야 할 곳에 공급 사슬이 연결되지 못하거나 일부 보험회사들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과 같은 여러 가지 이상 효과들이 소위 실물 경제에서 생겨나고 있다.

웨일은 요즘 정부의 자가격리 명령에 대한 합법성과 격리 여파의 지속성과 관련해 암호화 업계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논란이 뜨겁다며,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 검사와 추적 및 격리 지원(TTSI)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솔직히 말해 사람들이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피해를 주기 싫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가격리 명령 완화가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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