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해외송금…한화가 투자하는 블록체인 기업을 알아보자
한화 금융계열사, 동남아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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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2020년 5월1일 14:00
63스퀘어(63빌딩). 출처=한화생명 유튜브 캡처
63스퀘어(63빌딩). 출처=한화생명 유튜브 캡처

한화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펼치는 축에 속한다. 한화 금융계열사는 여러 외국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한다. 투자를 지휘하는 건 한화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한화생명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상무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로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고 있으며, 블록체인과 핀테크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한화금융계열사가 투자한 기업을 보면 한화의 미래 전략을 유추할 수 있다. 

 

한화자산운용, 싱가포르 STO 거래소 투자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1월 싱가포르의 증권형토큰(STO) 거래소인 아이스탁스(iSTOX)에 500만달러(약 60억원)를 투자했다. 증권형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암호화폐화한 증권이다. 아이스탁스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기업 ICHX Tech는 스마트계약과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아이스탁스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증권형토큰을 발행, 수탁,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기업은 이곳에서 증권형토큰을 발행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아이스탁스는 전세계 주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증권 플랫폼은 자신이 최초라고 강조한다. 실제 아이스탁스는 2019년 5월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에 참여했다. 이 기간 동안 MAS의 신뢰를 얻은 아이스탁스는 지난 2월 샌드박스를 졸업하고, RMO(Recognised Market Operator)와 CMS(Capital Markets Services) 라이선스를 얻은 민간 증권거래소가 됐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왼쪽)와 대니 토(Danny Toe) ICHX Tech 창업자 겸 CEO. 출처=아이스탁스(iSTOX)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왼쪽)와 대니 토(Danny Toe) ICHX Tech 창업자 겸 CEO. 출처=아이스탁스(iSTOX)

아이스탁스 투자자를 보면 싱가포르가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증권 플랫폼을 육성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설립한 아이스탁스는 2018년 싱가포르 거래소(SGX)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 헬리코니아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한화자산운용에 앞서 태국의 키아트나킨 프라카 금융그룹, 일본 금융회사 토카이 도쿄(500만달러)도 투자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이스탁스는 싱가포르 통화청 규제에 들어가 있는 완전 규제형 핀테크 플랫폼"이라며 "디지털 자산 관리 노하우와 위험관리를 선제적으로 학습 대응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에서도 관련법이 제정돼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상품이 된다면, 간접적으로 이를 경험해본 한화자산운용이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 태국 해외송금기업 투자

한화자산운용이 최대주주인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월 태국 기업인 라이트넷(Lightnet)에 대한 라운드A 투자에 참여했다. 해외송금업체인 라이트넷은 스텔라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한 암호화폐를 통해 스위프트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스위프트는 국제은행간 통신표준코드로 전 세계 1만1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국제송금망이지만, 시간과 비용(수수료)이 많이 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라이트넷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이 활발한 동남아 시장을 노리고 있다. 라이트넷은 "동남아시아 1000만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송금 시장은 1500억달러에 달한다"며 "스마트계약과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복잡하고 많은 중개인이 참여하는 기존 해외송금 시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국 해외송금기업 라이트넷(Lightnet). 출처=라이트넷 홈페이지
태국 해외송금기업 라이트넷(Lightnet). 출처=라이트넷 홈페이지

총 3120만달러(약 377억원)의 투자금이 모인 라운드A에는 아시아의 대기업 6곳이 참여했다. 라이트넷의 공동창업자인 찻차완 지아라와논(Chatchaval Jiaravanon) 의장은 태국 대기업 CP그룹(Charoen Pokphand) 창업자 가문 소속이며,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Fortune)을 소유하고 있다.

UOB 벤처 매니지먼트와 한화투자증권은 싱가포르와 한국의 대형 금융기업이다. 또한 일본 세븐일레븐의 인터넷은행 세븐뱅크(Seven Bank), 대만의 자산운용사 유니프레지던트, 중국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인 완샹그룹의 투자사 해시키캐피털(홍콩) 등이 참여했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2019년 9월에도 싱가포르 캡브릿지 그룹에 약 50억원을 투자했다. 2015년 설립한 캡브릿지는 세계 비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플랫폼사이며, 민간 증권거래소인 원익스체인지(1Exchange)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당시 "블록체인 기반의 선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캡브릿지 그룹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향후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계열사는 아니지만 한화그룹의 방산·ICT계열사인 한화시스템도 2019년 8월 스위스 암호화폐 거래소 리케(Lykke)에 2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한화시스템은 "미래 신사업의 일환으로 블록체인과 ABT(자산유동화 서비스 사업) 관련 개발과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투자 배경을 밝혔다. 한화시스템은 2018년 이더리움 기반의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H체인(H-Chain)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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