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수백억 투자" 텔레그램 투자금 환급 가능할까?
텔레그램, 블록체인 톤(TON) 프로젝트 포기
공구방 통한 국내 투자자 환불은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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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5월13일 16:43
텔레그램이 톤을 포기함에 따라 국내 투자자의 환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출처=플리커
텔레그램이 톤을 포기함에 따라 국내 투자자의 환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출처=플리커

텔레그램이 그동안 추진해 온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TON, Telegram Open Network) 출시를 포기함에 따라, 암호화폐 그램(GRAM)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제대로 투자금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램은 톤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암호화폐다.

이달 초 텔레그램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정 타툼으로 톤 출시를 내년 4월로 연기하며, 투자자 보상 방안으로 투자금의 72%를 즉각 환급해주거나 톤 출시 이후 투자금의 110%를 그램(GRAM) 토큰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텔레그램의 설립자인 파벨 두로프는 13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톤 출시를 포기를 선언했다.

텔레그램의 앞선 발표처럼 톤 출시가 불발된 만큼 투자금의 72%가 투자자에게 환불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상당수의 투자자가 텔레그램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이른바 '공구방'을 통해 간접 투자해 투자금을 환불받기는 과정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국내 투자자 상당수 '공구방' 통해 투자

익명을 요청한 국내 대형 공구방 관계자 A씨는 "2년 전 국내에서만 수십 개에 달하는 공구방에서 텔레그램의 그램을 경쟁적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팔았다. 여기저기서 팔린 그램 규모만 수백억원 어치였다"며 최상위 3~4개 공구방을 중심으로 그 하위 공구방이 다단계 방식으로 붙으면서 판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구방에서 직접 그램 토큰을 판매한 B씨는 텔레그램의 발표를 분석하며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아직 텔레그램이 환불 절차나 방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램 토큰을 판매했거나 그 과정을 잘 아는 다수의 공구방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일반 개인 투자자의 경우 투자금을 환불받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텔레그램은 직접 투자한 1차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72%를 환불해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 대부분은 2차, 3차, 4차 혹은 그 이하의 하위단계 공구방을 이용해, 중간 단계의 수수료를 제외하면 환불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상당히 줄어든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공구방 관계자 C씨는 "소수의 텔레그램 직접 투자자는 톤 개발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투자금의 72%를 환불받을 수 있겠지만, 국내 투자자는 중간에 여러 단계를 거치는 방식으로 투자를 들어갔기 때문에, 수수료를 제외하면 받을 수 있는 투자금은 얼마 안 될 것이다. 정작 문제는 투자금 일부라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중간에 하나라도 삐끗하면, 한 푼이라도 건지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환불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상당수의 개인 투자자는 공구방에서 그램에 투자할 때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램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한 개인 투자자는 "공구방은 그램이 극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모든 정보가 기밀유지협약(NDA)에 걸려 있어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텔레그램을 믿고 투자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며 "이 말을 믿고 투자했는데, 투자금의 일부라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투자자를 모아서 해당 공구방에 직접 찾아가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리퀴드에서 그램 퍼블릭세일을 진행한 국내업체 '그램아시아'에 투자금 환불과 관련된 내용을 문의했지만, 기사가 나가는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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