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 달러 패권 종말이 임박했다고 예견하는 이유
인류 역사에서 기축통화는 제국의 특혜
권력 남용과 부채 고리 생기면 몰락
희소성 사라지면서 가치도 사라져
케인스처럼 통화팽창 설명이론 있지만
2020년 시험대에서 '신뢰의 게임' 시작
기축통화의 몰락, 암호화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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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x Sokolin
Lex Sokolin 2020년 5월20일 10:45
제국은 통화 패권이 몰락할 때까지 얼마든지 기축통화를 찍어낼 수 있다. 출처=셔터스톡
제국은 통화 패권이 몰락할 때까지 얼마든지 기축통화를 찍어낼 수 있다. 출처=셔터스톡

선택의 폭이 넓으면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가 사는 지금 시대에는 누구든지 언제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경제, 사회, 정치적 사상들이 폭넓게 존재한다. 그런데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Bridgewater)의 CEO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나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화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미국이 쥐고 있는 세계 통화 패권의 미래에 대해 달리오가 내놓은 전망은 있는 그대로 듣고 배우면 될 것처럼 정리가 잘 돼 있다. 달리오의 글은 여기서 무료로 읽어볼 수 있다.

통화 제국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경우에 그 제국이 무너지는가?

달리오를 비롯한 브리지워터 팀은 시공을 넘나드는 연구를 통해 대영제국과 네덜란드 제국 등 식민지를 건설한 유럽의 국가들을 살펴봤고, 흥망을 거듭한 중국의 수많은 왕조를 조사했다. 벌집과 같이 복잡하고 거대한 통치 체계로 운영되는 제국의 구조와 통치 방식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완전히 달라졌지만, 인간의 본성과 DNA는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보통 제국 하나가 흥망성쇠를 거치는 데는 200년 정도가 걸린다. 제국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가장 먼저 교육이 이뤄지고, 이것은 곧 혁신과 생산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부를 형성한 국가는 자국의 무역과 금융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군대를 키우게 되고, 이를 토대로 세계적인 지배력을 강화한다. 제국이 형성되고 1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기축통화라는 특혜도 누리게 된다. 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막대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직 지도자가 이와 같은 권력을 남용하고, 교육과 혁신에 대한 투자 효과가 퇴색되기 시작하면 끝없는 부채의 고리가 시작된다. 그동안 이뤘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제국은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달리오의 연구에서 소개된 다음 그래프는 강국의 조건이 되는 항목들의 가중이동평균을 기반으로 산출한 각 제국의 지배력 변화를 나타낸다. 그중에서도 파란색(미국), 검정색(영국), 빨강색(중국) 선을 특히 주목하자.

출처= “세계 질서의 변화”, 레이 달리오
출처= “세계 질서의 변화”, 레이 달리오

이렇게 방대한 양의 정보를 취합해 하나의 보기 좋은 그래프로 만들어놓은 것은 대단한 성과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중국의 교육과 혁신 등 조건은 꾸준히 강화되고 있지만, 기축통화 조건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는 다른 국가에 피해가 가더라도 없던 돈을 찍어내 자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제국은 수백만명의 개인과 이들이 형성하는 가족, 모임, 기업, 지역사회 등 또 다른 여러 조직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구성되는 거대 조직이다. 달리오는 제국이 운영하는 거대한 통화 체계에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평균 5~10년에 걸쳐 통화의 팽창과 수축이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기 순환이다. 이는 신용의 공급과 이후의 채무불이행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마치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우리 주머니에 돈이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다.

두번째로 달리오는 50~100년에 걸쳐 나타나는 통화 주기가 있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금처럼 그 자체로 돈의 가치를 지니고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필요 없어 적과 거래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실물 통화가 사용된다. 그 다음에는 실물 통화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종이 화폐가 통용되고, 최종적으로는 국가가 법정통화를 원하는 대로 발행하는 시기가 온다. 즉, 처음에는 물리적인 희소성을 지니던 돈이 나중에는 기술이나 계약에 의한 희소성을 지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희소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성장을 원하고, 바로 그런 이유로 희소성을 지니는 통화보다 신용을 선호한다. 아마도 우리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손실을 피하고 기분 좋은 일을 추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오늘의 일시적 행복을 위해 내일의 스스로를 희생한다. 신용은 움직이는 동물과 같다. 관리하지 않으면 담보와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상상의 돈이 된다. 그리고 이 상상이 걷잡을 수 없게 되면, 보편적 의료 보장처럼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안전을 추구하기보다, 자사주 매입 같은 소수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이로 인해 통화의 평가 절하 등 특정 형태의 통화 변혁이 일어나게 되고, 사람들은 다시 희소성을 추구하게 된다. 달리오는 이 과정을 다음의 그림과 같이 표현했다.

출처=“세계 질서의 변화”, 레이 달리오
출처=“세계 질서의 변화”, 레이 달리오

GDP 대비 본원통화가 1930년대에 한 번, 2010년대에 또 한 번 정점을 찍었다는 것을 알고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근본적으로 희소성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GDP의 20%에 해당하는 돈을 단번에 발행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돈을 찍어낼 것이다. 그동안 금과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중앙은행이 정치적 편의를 위해 언제라도 국민을 ‘속이고’ 돈을 찍어낼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입증할 만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금 시세에도 반영되고 있다. 다만, 동시에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달리오가 말한 통화 주기로 되돌아가 생각해보면, 지금의 경제는 1930년대와 같은 시점에 와 있다. 미국은 극심한 부와 소득의 불균형, 정치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독재 정권이 곳곳에서 발흥하고 있다는 점도 그때와 비슷하다.

여기서는 경제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겠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케인스학파의 경제학자들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복지 시스템과 공무원 일자리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스스로 새로운 재정 권한을 부여해 사법부를 무력화시켰고(당시에는 납득할 수 있던 일이다), 감당할 수 없는 위기를 미연에 막고자 끊임없이 돈을 지출했다.

이에 견줘, 오늘의 세계 중앙은행들이 택한 접근 방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부상한 두가지 이론이 있다.

하나는 현대통화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이다. 현대통화이론 옹호론자들은 기축통화는 외환시장의 압박에서 자유로워 발행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보편적 최저 소득이나 의료 보장을 위해 필요한 만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재정을 지출할 때 과세나 채권 발행 등의 방식을 활용해 정부의 책임을 보장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이론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완전고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자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이제 마지막 단계에 이른 미국의 통화 패권이 지속하는 동안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달리오는 현대통화이론을 ‘제3의 통화정책(Monetary Policy 3)’이라고 부른다.

두번째 이론은 경제학자 스캇 섬너, 그리고 나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데이비드 시겔, 엘리저 유드코프스키가 옹호하는 시장통화주의(Market Monetarism)다. 시장통화주의는 금리나 실업률이 아닌 장기적 명목 GDP 성장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명목 GDP 성장률 목표가 5%라고 하자. 실질 GDP 성장률이 2%일 경우, 3%의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 실질 GDP 성장률이 -10%일 경우, 인플레이션은 15%가 돼야 한다. 아울러 이 목표는 몇 년 동안 추구하는 것이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뒤처진 해가 있다면 다른 해에 이를 만회해 평균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년간 5%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작년 성장률이 4%에 그쳤다면, 단순 계산으로 올해는 6%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유도코프스키가 2017년 상상 속의 중앙은행 결정권자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우리의 미래를 전망한 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처럼 명목 GDP 성장률을 목표로 삼으면 적어도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경제 성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찍어내야 한다. 5%라는 기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GDP의 20%에 해당하는 돈을 찍어내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정화폐는 결국 하나의 구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학 공식이 내놓는 답에 맞춰 발행하면 그만이다.

2020년은 이 이론들이 시험대에 올려지는 해가 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나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달리오의 글은 이 두 가지 이론과 관련해 인류의 기나긴 역사가 부여하는 의미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통화 제국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신뢰의 게임을 시작할 수는 있다. 돈을 풀어 고용을 촉진하면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고, 사회의 붕괴와 또 다른 헌정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신뢰의 순환이 이뤄지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물질적 희소성과 효용은 하나의 문제다. 지금 내 손에 있는 반짝이는 금 한조각, 그리고 박물관에 전시된 금 한조각은 안전한 자산이라는 것을 안다. 지난 수천년의 역사가 이를 입증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희소성과 효용은 또 다른 문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희소성과 효용을 띤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안타깝게도 일부 사기꾼이나 해커들이 단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암호화폐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사회의 전반적 인식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자산은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나 현물 화폐를 대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이다. 경기 순환의 붕괴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통화 주기가 종결되면 많은 혜택을 보게 될 분야다.

중국은 이와 같은 관점을 토대로 누구보다 빠르게 디지털화폐 개발에 뛰어들었다. 세계적 통화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도전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자국의 준비통화를 암호화 생태계로 옮겨 심고,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100억달러 상당의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경쟁해야 한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의 중심이 되고, 그 경제에 실제로 돈이 흐르기 시작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와 기업이 수천개씩 생겨날 것이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지금은 점진적인 시대가 아니다. 일부의 비용 절감이나 사용자 경험을 소폭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지금은 급진적으로 미래를 건설해야 하는 시기다.

글쓴이 렉스 소콜린은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회사 컨센시스(ConsenSys)의 글로벌 핀테크 부문 공동 대표다. 소콜린의 이 칼럼은 핀테크의 미래를 소개하는 뉴스레터 핀테크 청사진(Fintech Blueprint)에도 실렸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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