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여행규칙, 컨센서스 2020 전문가들의 전망은?
여행규칙 못 지킨 암호화폐들 모인 회색시장(gray market) 생겨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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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20년 5월25일 08:00
출처=Photo by Filippo Peisino from Pexels
출처=Photo by Filippo Peisino from Pexels

백트(Bakkt)의 애덤 화이트 회장은 컨센서스 2020 패널 토론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정한 여행규칙(travel rule)의 영향에 관해 이야기하며 회색시장을 언급했다. 그는 “암호화폐 산업이 여행규칙에 부합하는 암호화폐와 여행규칙을 못 따르는 암호화폐로 나뉠 것이다.  여행규칙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등급이 부여되고, 암호화폐는 다른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 세계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총괄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금융 범죄를 뿌리 뽑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각국 규제기관에 여행규칙이 포함된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 표준안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일부에서 암호화폐 관련 규제에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암호화폐 규제 환경을 잘 구축하지 못한 나라들은 이를 도입하는 데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여행규칙은 1996년 미국이 만든 규칙이다. 3천달러 넘는 자금이 오가는 거래를 관장하는 금융 기관은 반드시 돈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확인해야 하며 당국이 요구하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돈이 어디서 어디로 왜 이동하는지 여행 이력을 기록한다는 뜻에서 여행규칙이다.

여행규칙은 기본적으로 익명을 원칙으로 하는 암호화폐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은행들이 따르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은행 간 메시징 표준처럼 가상자산사업자(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들이 따를 수 있는 메시징 표준이 제안되고 유망한 기술 솔루션이 나왔다.

 

회색시장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정책·규제 책임자 제시 스피로는 FATF가 2017년에 암호화폐에 관한 상담을 시작했을 때부터 암호화폐 업계에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FATF 권고 채택과 관련해 이른바 회색시장 문제가 떠올랐다. 회색시장이 유동성과 전체 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 등에 관한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백트의 화이트 회장은 컨센서스 워크숍에서 이렇게 암호화폐가 나뉘면 코인의 교환 가능성(fungibility)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7

“교환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교환 가능성은 암호화폐의 핵심 철학이다. 비트코인 1개는 다른 비트코인 1개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여행규칙을 따르는 VASP는 계속해서 사업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행규칙을 따르지 못하거나 따르지 않는 해외 거래소에서는 자산이 같지않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다.” – 애덤 화이트, 백트 회장

FATF에 이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출처=Photo by Johannes Plenio from Pexels
출처=Photo by Johannes Plenio from Pexels

 

일출 기간

이 사안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뉜다.

디지넥스(Diginex)의 법률준수 담당자 맬컴 라이트는 현재 어떤 국가에서는 우선 규제를 도입하고, 어떤 곳에서는 규제를 아직 도입하지 않는 ‘일출 기간(sunrise period)’에 진입하고 있지만, 이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 도입이 늦어지는 나라도 마침내 규제를 도입하고 나면, 회색시장은 어떻게 될까? 또한, 규제를 받지 않는 거래소의 소비자들은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토큰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라이트는 규제를 받는 거래소가 규제받지 않는 거래소와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 압박이 등장할 수도 있다면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거래를 관장하지 못하게 되는 거래소는 합법적인 유동성을 대거 잃게 되고, 여행규칙 요건을 준수할 수 없게 되며, 소비자들은 토큰을 팔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메시징 표준 그룹인 인터VASP(InterVASP)의 의장을 맡은 규제 컨설턴트 시안 존스는, 규제를 받지 않는 거래소 네트워크가 암암리에 생겨나 FATF 권고를 무시하는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규제 차익 문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자금세탁방지법을 VASP에 적용할 것이다. 그전에는 회색시장에서 거래되던 암호화폐에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거래소

그러나 규제를 도입해도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는 우려도 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엘립틱(Elliptic)의 공동 창립자 톰 로빈슨은 규제 아래 고객 식별 프로세스를 도입한 암호화폐 거래소와 규제를 받지 않거나 규제를 무시하고 익명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 간에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규제를 받는 거래소에서 규제를 받지 않는 거래소의 암호화폐 거래를 고위험 거래로 취급하게 될 것이다. FATF의 권고가 보편적으로 적용된 후에도 이러한 거래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톰 로빈슨, 엘립틱 공동 창립자

로빈슨은 수상한 콘텐츠가 있는 웹사이트에도 호스팅이 제공되는 ‘방탄 호스팅’ 개념을 예로 들어, “이와 비슷하게 ‘방탄 거래소’가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익명의 거래소가 허용되고 정부도 이를 모른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로빈슨은 암호화폐 업체들은 적응이 빠르므로 거래량이 많지 않은 거래소와 규제를 받지 않는 유동성 플랫폼이 FATF의 권고를 빠르게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계좌를 만들지 않거나 신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코인을 손쉽게 교환할 수 있는 교환 서비스가 많다. 특히 러시아에 이러한 서비스가 많은데, 범죄자들이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탈중앙화 금융(DeFi)이 다른 곳에서는 규제 우회책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체이널리시스의 스피로는 규제 차익이 문제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에서 불법 활동을 단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고위험 국가로 낙인찍히고 싶은 나라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차관이나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등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이버시 코인

스피로는 규제가 프라이버시 코인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거래소들이 거래의 세부 명세를 숨기기 위해 설계된 암호화폐인 프라이버시 코인을 꾸준히 삭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안보 분야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금융 범죄 및 보안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안톤 모이세이엔코 연구원은 암호화폐 회색시장이 프라이버시 코인에 뜻밖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을 준수하는 거래소 X가 특정 고객이 법률을 준수하지 않는 거래소 Y와 거래를 했는지 알고 싶어 할 수 있다. 이때 거래가 프라이버시 코인으로 진행됐다면, 거래소 X는 소비자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알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무언가 숨길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프라이버시 코인이 더없이 좋은 거래 수단이 된다.” – 안톤 모이세이엔코,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연구원

이는 결국, 익명으로 설계된 기술에 신원 정보를 심는다면 감수해야 할 위험이기도 하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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