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처분만 기다리는 암호화폐 업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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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김병철 2020년 5월26일 07:00
신호등. 출처=Michal Jarmoluk/픽사베이
신호등. 출처=Michal Jarmoluk/픽사베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잘 모른다. 정부 발표를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최근 만난 한 암호화폐 업계 인사의 한 마디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을 둘러싼 기류의 온도를 드러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VASP)의 운명을 가를 개정 특금법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를 위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금법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FIU 관계자는 "모든 이해 당사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실천하듯 FIU는 지난달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협회, 소수 업체로부터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업계에선 '깜깜이'라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FIU는 간담회 참가기업에겐 입단속을 시켰고, "개정안을 발표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만 반복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인가 받는 게 목표인 협회도 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결국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 아닌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행령에 따라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할 곳도 많지만, 지금은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다. 특히 협회 미가입 기업은 이런 소식을 들을 창구도 없다. 

눈을 돌려 옆나라 일본을 보자. 일본 금융청은 2018년 3월 암호화폐 규제를 재검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가상통화교환업 등에 관한 연구 모임'을 꾸렸다. 그해 12월에 나온 검토보고서는 자금결제법 등 관련법 개정의 토대가 됐다.

놀라운 건 금융청이 사무국을 맡아 열린 11차례 회의의 모든 게 공개됐다는 점이다. 회의는 누구나 참가신청할 수 있게 열려있었고, 패널 명단, 회의에서 발표된 자료, 심지어 참가자의 발언내용을 포함한 회의록까지 모두 금융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연구 모임 참가자들이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것도 눈에 띈다. 법학·경제학 교수, 변호사 뿐만 아니라, 거래소협회, 은행협회, 증권협회, 금융선물협회, 일본은행, 경찰청, 소비자청도 참여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논쟁하는 과정도 모두 공개한 것이다.

반면, 한국 FIU는 시행령 개정을 위해 '여행규칙 이행 방안과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 등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지난 4월 받았으나, 당연히(?)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의 암호화폐 기업은 일본에서 어떤 논의와 고민을 통해 규제가 만들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선 사실상 결정을 통보받는 수동적 주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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