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블랙아메리카'의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
[인터뷰]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 지은이 이사야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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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Kuhn
Daniel Kuhn 2020년 6월8일 07:00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 저자 이사야 잭슨. 출처=이사야 잭슨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 저자 이사야 잭슨. 출처=이사야 잭슨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아무런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던 46세의 흑인 남성을 과잉 진압해, 결국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배를 사고 담뱃값으로 낸 돈이 20달러짜리 위조지폐였다는 혐의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경찰의 폭력성과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이번 사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배경에는 여전히 흑인을 미국 경제에서 배제하는 뿌리 깊은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한다. 실제로 미니애폴리스 흑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만8200달러로 백인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으로 번진 이번 시위를 두고 암호화폐 업계 내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 가지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대체로 공통된 견해를 보인다. 미국 전체에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솔루션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원색적인 주장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조롱만 살 뿐이다. 그러는 사이 비트코인과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다룬 이사야 잭슨의 신간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Bitcoin & Black America)”는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각종 광고나 트위터에 올라온 책의 문구는 꽤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KRBE 디지털에셋 그룹의 창업자이기도 한 잭슨은 흑인들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비트코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인데스크는 잭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 비롯된 이번 항의 시위를 어떻게 보는지, 비트코인이 흑인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번 시위가 어디서 촉발됐다고 보는가?

=직접적인 계기는 경찰의 과잉 진압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토록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근본 원인은 경제적 문제에 있다.

현재 미국 내 실업자 수는 4천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일군 경제가 더는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정부는 2조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그 혜택은 고스란히 부유층에게로 돌아갔다. 서민들은 그저 1200달러짜리 수표 한장 받은 게 전부다.

오늘날 미국 경제의 불평등은 역사적 결과로 볼 수 있다. 레드라이닝(red lining)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말 그대로 ‘빨간 선 긋기’를 뜻하는 레드라이닝은 과거 미국에서 흑인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에만 대출이나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한했던 차별 정책이다. 대부분 사람은 주택 소유를 통해 부가 대물림되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부모 세대가 부동산값이 점점 오르는 지역의 주택을 매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정도 값이 뛴 후 이를 처분해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넘어가면 자녀들에게 한결 쉽게 주택을 마련해줄 수 있다.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수 있는 능력, 이를 통해 자녀의 풍요로운 미래까지 보장해줄 수 있는 능력. 안타깝게도 이 모든 능력이 흑인들에겐 손에 닿지 않는 특권이었다. 레드라이닝 정책 때문이다. 흑인들은 대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간혹 대출이 나와도 이자가 터무니없이 높았고, 부동산의 가치 상승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곳에 집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고속도로와 나들목이 위치한 지역은 대부분 흑인 동네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탓에 이들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내 고향이기도 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미국의 남북을 연결하는 I-85 고속도로가 왜 대부분 흑인 거주지를 지나는지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단순했다. 여전히 이 사회를 지배하는 역사적 불평등의 결과였다.

 

―비트코인이 흑인들의 생활 수준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폭력성은 정말 끔찍했다. 그건 비트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이다. 이 문제는 집단 경제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로스앤젤레스에 살면서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리틀 에티오피아 같은 크고 작은 집단 거주지를 많이 접해왔다. 그러면서 집단 경제의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 이들 집단 내에서 돈이 돌면서 사람들은 돈을 벌었고, 경제적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비트코인의 쓰임새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흑인 교회는 수십억 달러의 부동산과 값비싼 금으로 치장된 성당과는 전혀 다르다. 교회가 소유한 부동산이나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유형 자산이 없다. 그래서 흑인 기독교 인구의 80% 이상은 그룹 형태로 운영되는 이른바 이동식 교회에 출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흑인 교회가 비트코인으로 기부금을 받아 운영한다면, 비트코인 사용이 지속되면서 흑인 커뮤니티의 지속과 성장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흑인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정치적 해결책이 있는가?

=민주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1인 1 투표권이 보장된다. 이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에는 유권자의 표심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선거인단 제도가 존재한다.

나는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일반 시민의 투표는 민주주의를 위한 구색 갖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누구도 자신의 리더를 직접 뽑지 못하고 있다. 지역 단위 선거에서만큼은 돈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돈 좀 있는 정치인들은 얼마든지 돈으로 표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자금 후원은 표준화해 모두가 동일한 금액을 후원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의 돈이 어디서 왔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조작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

탈중앙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꽤 흥미로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여럿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직 초기 단계로 자금 유동성은 비트코인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인 이더리움 기반 프로젝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스마트계약 기반의 투표 시스템은 지역 선거와 정치를 한층 개선할 수 있다.

내 친구는“블록체인을 마치 어디에나 뿌려 먹는 핫소스처럼 모든 상황에 활용할 순 없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그러나 흑인 사회를 지원하는 기술적 솔루션의 역할은 충분히 하리라고 본다.

 

―흑인 사회를 돕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일명 "달러로 투표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인가?

=숫자로 보면, 이 나라 부의 대부분은 기업 투자 형태로 저장된다. 그런데 벤처캐피털 자금의 99%는 흑인을 제외한 다른 집단으로 유입된다. 흑인 기업가에게 투자되는 자금은 1%밖에 안 된다. 이 부분은 책에서도 언급했다.

그렇다고 흑인들에게 기부를 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흑인들의 사업도 주의 깊게 봐달라는 말이다. 이들과도 거래해달라는 뜻이다. 대부분 투자자는 여전히 흑인 사업가를 주목하지 않는다. 그래서 흑인들은 다른 집단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핀테크 분야 전문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내 실력을 의심하며 검증하려 든다.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주기 바란다. 흑인들도 모든 분야에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흑인 사회를 돕고 싶다면 이들과 거래하라. 미국의 중산층을 지금보다 훨씬 탄탄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지난 수요일 벤처캐피털 앤드리센 호로위츠가 자본이 부족한 창업가를 위해 220만달러(26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두번째로 발행한 암호화폐 펀드를 통해 51500만달(6200억원)을 모았다. 이것은 지금까지 금융 부문의 우선순위가 잘못돼 있음을 보여주는가?

=앤드리센 호로위츠 같은 기업들이 이제야 깨달은 듯하다. 기술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흑인 기업가들을 지원하는 게 옳다고 말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아예 지원하지 않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이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벤처캐피털을 통해 창출된 많은 부는 장기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그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220만달러는 이제 시작이다. 투자받은 회사들이 그 능력을 입증하면 기술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흑인 기업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번 항의 시위에서 드러난 각종 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시위대 안에서 각종 폭력과 약탈을 일삼는 이들이 흑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른 생각을 지닌 다른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항의 시위에서 드러난 폭력과 관련해 많은 영상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어떤 세력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구걸하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벽돌도 보였다. 이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뭔가 조작된 느낌이 강했다.

시위를 틈타 기회를 노리는 자들이 분명히 있다. 시위대 전체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가 이를 보여준다. 이들은 분노를 가득 품고 시위에 동참해 그 분노를 제멋대로 쏟아낸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에게로 돌아간다. 지역 상인들 만큼은 피해를 봐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오랜 시간 흑인을 차별대우해온 곳도 있다. 이런 상인들까지 동정하긴 싫다. 흑인 종업원이라고 혹독하게 부려먹으면서 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이번 시위 사태의 뿌리는 경제적 문제다. 흑인들은 이 나라 경제 시스템 자체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주요 기업들이 이번 시위에 지지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허울뿐인 미덕인가, 획기적인 변화의 전조인가?

=대부분은 허울뿐인 미덕이라고 본다. 진심으로 이들을 돕고자 하는 기업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역사의 잘못된 페이지에 함께 서고 싶지 않은 기업들의 공허한 외침이라고 본다. 이들의 외침은 거기서 끝이다. 지지 성명을 낸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그런 기업 대부분이 이번 폭력 사태의 종식을 온전히 지지하지 않는 흑인 사업가와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 걸지 않았으면서도 상당한 압박이 되는데, 이게 더 무섭다. 흑인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상업 거래에서 배제된 흑인들이 돈을 못 벌면 인종차별은 지금처럼 왜곡된 양상으로 번진다. 아주 빠른 속도로.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라는 슬로건이 시위 기간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관심을 받았다는 자체로 아주 기쁘다. 10가지 정도의 후보를 두고 책 제목을 고민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하기 쉬운 제목으로 골랐다.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비트코인과 블랙 아메리카라는 두 주제 간에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흑인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저 이전의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조치로 시중에는 6조5천억달러(약 8천조원)에 육박하는 달러가 풀렸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수많은 기업을 사지로 몰 것이다. 우리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번 시위 사태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거리로 나선 이들의 티셔츠와 피켓에 적힌 그대로다.

 

―이제 흑인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해결책이 있다. 폭력과 약탈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것이다. 영원히 지속할 순 없다.

먼저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흑인 사회의 부를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 시스템을 이들이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블랙 월스트리트’ 같은 금융 특구를 조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실제로 1800년대에 오클라호마주 툴사,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외곽 지역에 흑인들만을 위한 금융센터가 조성되었다. 또 소울 시티라는 흑인들만의 집단 거주지 조성 계획이 수립되기도 했다. 이렇듯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우리 흑인은 얼마든지 자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을 불태우고 부숴버린 것은 늘 백인들이었다.

이제라도 흑인만의 집단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이들을 보호하고 경제적 번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지금 흑인들이 원하는 건 정부 지원금이 아니다. 그저 그들끼리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다.

 

―조지 플로이드는 역사에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전 세계의 변화를 촉발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흑인들에 대한 경제적 억압과 불평등이 가장 고조된 시점에 터졌다.

훗날 2020년을 되돌아봤을 때 모두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런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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