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귀재' 우리 비트코인이가 '평범'해졌어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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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6월23일 07:00
달팽이 키재기. 출처=cablemarder/픽사베이
달팽이 키재기. 출처=cablemarder/픽사베이

"형. 형도 비트코인 한다며? 나 생일이니까 선물로 1비트만 줘"
"뭐? 1230만원? 니가 1424만원을 어디다 쓰려고? 그래 너 대학가면 내가 1322만원 정도는 줄 수 있지."

지난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이 한참일 무렵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던 우스개다. 새로운 화폐를 표방하던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너무 심해서, 실제로는 결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은 그 뒤로도 종종 전통 금융자산 투자자들의 비웃음을 샀다. 그렇게 불안정한 자산에 어떻게 투자하냐는 것이다. 

그럴법한 통찰이었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주식, 상품선물 등 전통시장의 주요 자산 가격들이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은 상당수의 자산이 비트코인을 웃도는 변동성을 보인다. 

'K-방역'의 효과 탓일까.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특히 남다르다. 지난 10일간 코스피는 20.9%, 코스닥은 34.8% 올랐다. 미국의 S&P500 지수는 11.2%, 독일 증시는 13.8% 올랐다. 전세계에 어느 곳에서도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같은 기간 바이낸스 기준 테더-비트코인은 1.8% 정도 하락했다. 변동성의 대명사가 이래서는 체면이 안 선다. 

코스피에 상장된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아예 한국 증시에 길게 남을 드라마를 썼다. 지난 1일에 주당 5만 4500원에 거래되던 이 종목은 연일 상한가를 거듭해, 15영업일째인 지난 19일에는 81만원 선까지 급등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 이외에도 시중에 풀려있는 주식의 양이 많지 않은 우선주 주식들은 여지없이 상한가를 쳤다. 

다같이 달려들어 사면 가격이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조건이 주식 가격을 폭등시킨 것이다. 물론 이런 상승은 유효기간이 길수가 없다. 결국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22일 주당 44만 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멀쩡한 코스피 상장 주식이 14배 폭등하더니 이틀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아무래도 지금 뭘 사는 건 너무 무서우니 잠깐 멈춰두고, 당분간 본업인 취재와 기사쓰기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의를 다잡고 이더리움 이체 2건에 수수료 60억원을 태운 것으로 유명해진 한국 P2P 거래소 '굿싸이클'의 지갑을 분석하다가 다시 한 번 현자타임이 왔다. 모금 한 달도 안되었는데, 이런 허술한 다단계 거래소에 사람들이 앞다투어 맡긴 돈이 170억원이 넘는다니.

우리는 과연 코로나 이전의 합리적인 투자자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암호화폐가 평범해져버린 요즘의 변동성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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